2010년 11월 27일 토요일

키. 더. 태. (아빌라와 톨레도)

(천재: 아빌라-성 데레사, 성 요한, 톨레도-엘 그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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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빌라 전경 주변이 다 황무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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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아빌라 성벽. 보존이 아주 잘 되어 있어서 로마~중세 성벽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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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추위

아침일찍 마드리드에 다시 도착했다. 간밤에 비가 엄청나게 뿌리더니 아침에는 한 여름인데도 몸이 떨릴 정도로 추웠다. 하지만 나는 마드리드에서 지금 제일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언제나 그러듯) 숙소 찾기. 마드리드 솔 광장에서 시작해 여기저기 숙소들을 찾고 찾다가 결국 유스호스텔 하나를 찾았고 예약을 하고 돈을 내고 방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가방만 맞겨 놓고 바로 아빌라로 향했다. 아침을 먹고 나니 그동안 해가 땅을 덥혀 놨는지 기온이 많이 올라갔다. 그래도 그늘에 들어가면 추웠다. 한여름 마드리드에서 추위를 느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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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육중한 성벽의 도시

아빌라로 가는 길은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과 기차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안내센터의 말대로 우선은 더 빨리 간다는 기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가격은 좀더 비쌌지만. 하지만 숙소를 찾는데 쓸데 없이 많은 시간을 들여서 그런지 약간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있었고 우선은 빨리 가는 기차를 타기로 했다. 근데 결과적으로 기차가 시간은 더 걸렸다는……. 아빌라 기차역에서 내려서 잠시 쉬었다가 시내로 가는 방향을 물었다. 그냥 어기적어기적 시원따듯(?)한 날씨를 즐기며 걸어가니 저 멀리 성녀 데레사 동상이 서 있는 광장이 보였다. 그리고 성벽의 도시 답게 육중한 성문이 활짝 열려 관광객을 받아 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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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성녀 데레사

아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아빌라 하면 제일 유명한 사람이 성녀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빌라의 투어오피스에 들어가면 역사유적 관련 관광루트, 데레사 성녀루트, 요한성인 루트가 있어서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답사를 하게 되어 있다. 나는 주로 데레사 성녀루트도 다녔는데 빨리 걸어다닌 탓인지 반나절 만에 다 돌아보았다. 가톨릭 성지여서 그런지 이곳에 보이는 동양인들은 다 한국인이었다. 중국이나 일본의 관광객들은 그저 잘 보존되어 있는 성벽이 있는 도시 일 뿐이니 아빌라에 오는 동양 관광객은 다 한국 가톨릭 신자라고 보면 될 것이다.

간단하게 데레사 성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아빌라에서 16세기에 활동안 수도원장 수녀님인데 뛰어난 저술과 영성으로 여자로서 처음으로 교회박사 칭호를 받은 성인이며 교회와 수도원의 개혁에도 힘을 썼었다. (설명 치고는 너무 짧은데.-_-;;) 그래서 아빌라의 데레사 라고도 불리며 아빌라 또한 지금에 와서는 데레사 성녀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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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념품

아빌라에서 해야 할 일 중에 하나는 데레사 성녀에 관한 기념품을 하나 사는 것이었다. 어머니께 드릴 조공으로……. 하. 지. 만. 정말 이건 아니잖아 하는 기념품들이 너무 많았다. 아빌라 기념품 품질은 아마 스페인 당국의 아웃오프 컨트롤에 있나 보다. 어쩜 그리 조잡한지. 너무 일반적인 묵주나 십자가 이런건 사기 싫었고 무엇인가 데레사 성녀와 관련있으면서 스페인적인 것을 찾아 다녔는데 아니 뭐, 없지는 않다. 근데 대부분 기념품들은 무슨 중국 공장에서 장인정신 0%로 찍어내는 상품냄새가 확 풍겼다. 바르셀로나의 우아한 기념품들을 많이 봐서 눈이 높아진건가. 내가 고르는 물건들은 다 30~50유로의 내 주머니 아웃 오브 컨트롤의 가격들이었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안샀다.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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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사람들

아르헨티나의 사회 운동가 : 아빌라에서 마드리드로 돌아와 슈퍼에서 저녁으로 먹을 레토르트식품 몇 개 사서 호스텔에 돌아왔다. 주방에서 들어와보니 엄청 어지럽혀져 있었고 식탁에는 무엇인가 열심히 만들고 계시던 아저씨 한분 그리고 과일 먹고 있던 여자 한명이 있었다. 그리고 주변 테이블에서는 이탈리아 인들이 반쯤 취해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무엇인가 만들고 있던 그 테이블로 가서 내 저녁을 내보이며 스페인어 할수 있어요? 이거 어떻게 하면되요? 하고 물어봤더니(만드는 방법이 다 스페인어라 알아 볼 수가 있어야지.) 친절하게 전자렌지에 넣고 그냥 한 3분 돌리면 된단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 앞에 앉아서 저녁을 먹는데 그 아저씨는 이상하게도 여자들이 쓰는 생리대를 한개씩 랩으로 포장하고 있었다. 저 아저씨 뭐야 변태아냐? 라고 생각을 하며 인도식 볶음밥을 먹고 있는데 옆에 있던 여자가 뭐 하는 거냐고 슬쩍 물어본다. 그러자 그 아저씨는 모래 있을 시위에 사용할 물건이란다. 자세히 보니 생리대의 날개 부분에 과거 스페인 독재 정권 당신 총리 였던(거 같다. 근데 누구였는지는 모르겠다) 사람의 얼굴이 도장으로 찍혀 있었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의미를 설명해 줬는데 나의 짧은 영어 실력에 100% 이해를 못했지만 여튼, 아르헨티나 출신의 사회 운동가 였는데 자기도 이런 운동을 하다가 정부쪽에 잡혀서 고문을 당한적도 있다면서 왼쪽 어금니 3개가 빠진게 그때 고문으로 빠졌단다. 그런 고문을 당하면서도 지금도 열심히 자신의 소신에 따라 세계를 돌면서 사회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앉아 있던 독일 출신의 여행자: 그 아저씨와 이야기가 끝나고 옆에 앉아 있던 여자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자 독일에서 왔단다. 근데 참 독일여자 처럼 안생겼다. 그래서 학교 다닐때 독일어 배운게 생각나서 독일어로 뜨문뜨문 이야기를 하자 놀란 토끼눈을 하고 쳐다 본다. 그래서 독일어 반 영어반으로 (치킨이냐?) 내 얘기 해 주면서 여행 이야기도 해주고 했더니 나보고 독일어 공부 계속 하면 진짜 잘 할거 같다면서 독려 해준다. 앞으로 꾸준히 연습하라고……. 근데 독일어는 말이 안이뻐서….

한국인 여행자: 그리고 독일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니 잠시후 그 자리에 한국누나(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한명이 앉았다. 그러면서 한국사람이세요~ 하면서 반갑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 이야기 해주고 그쪽 이야기 듣고 자기는 이제 다음날이면 스페인을 떠난단다. 마지막 날이라고 하면서, 그런데 주변 사람들하고 곧 잘 스페인어로 대화를 하길래 스페인어 배우셨었나봐요. 하니까 파라과이에서 코이카 단원으로 봉사활동을 했었단다. 어! 우리 누나도 지금 라오스에서 코이카 단원으로 있는데! 아~ 그래요? 언제부터 갔었어요? 000요. 아 그럼 나하고 바톤터치한 기수네~ 하면서 자기는 이제 마실일 없다면서 한국에서 가져온 커피 믹스를 한줌 주고 가셨다. 난 비록 블랙만 마신다만, 감사히 받았다. 그리고 너무 늦어져서 나도 피곤하고 그쪽도 피곤하고 해서 숙소로 올라갔다.

인도네시아 대학생들: 나하고 같은 방을 쓰게된 여행자 중에 인도네시아 에서 온 학생 두명이 있었다. 그중 한병은 자기 여자친구가 문제가 생겨서 그쪽 방으로 갔고 남아 있는 얘와 이야기를 하는데 목소리가 영 아니었다. 알고보니 감기. 너무 잦은 에어콘 바람에 노출되어 생긴감기였다. 그래서 내가 가져간 약 중에 타이레놀이 있어서 약있어? 이거 먹어볼래? 하면서 줬다. 그러자 그게 무슨 약이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감기하고 열나고 머리아프고 그럴때 먹는 약이라면고 했더니 성분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본다. ‘아세트아미노펜 500mg’  아 #&)ㅉ#^(약 이름이다)? 뭐? 아세트아미노펜은 미국에서 쓰는 용어고 #&^)ㅉ#^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이름이야. 아 그렇구나…. 그리고 그 얘는 내가 주는 양을 받아서 먹었다. 근데, 너 전공이 뭐니? 스코틀랜드 의대 다녀. (헉!)아…. 그렇구나…. 그래서 그렇게 약 이름을 잘 알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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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서양인들의 유럽여행

전에 이야기 한 듯이 스페인에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많이 여행한다. 그리고 관광대국인만큼 다양한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을 만나는데 동양인 관광객과 서양인 관광객은 그 관심사에서 부터 다르다. 나를 포함한 주요 동양인 관광객들은 역사, 문화적 관광을 주로 한다. 주요 문화재들과 박물관, 유적, 공연을 위주로 여행을 한다. 하지만 서양인들은 주로 night life, 휴양 위주의 여행을 한다. 그래서 동양인들은 도시간 이동이 많다. 이 도시를 둘러보고 다음도시로 가고, 반면 서양인들은 한 도시에 꾸준히 머무는 쪽이 많다. 문뜩 그 차이를 느끼고 생각해보니 서양인들은 사실 스페인에 있는 것 대부분 자기네 나라에 있는 거랑 똑같은거다. 각 도시마다 대성당, 구시가지의 좁은 거리, 옛날에는 시장으로 쓰였던 중앙광장 등. 스타일도 비슷하고 구성도 비슷한데 딱히 꼭 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 것이다. 옵션이랄까. 오히려 낮에는 바닷가에서 쉬고 밤에는 클럽들을 돌아다니는걸 더 좋아하는듯. 특히 미국쪽 사람들은 유럽여자 한번 꼬셔보고 싶은 맘이 많다! 일종의 유럽여자에 대한 환상이 있는듯. 물론 동양여행자들도 휴양을 목적으로 오고 클럽을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문화관광이 목적인데 하루종일 태양볓에서 도시 뺑뺑이 돌아다니다 저녁 클럽까지 커버하려면 왠만한 체력 아니고는 버티지 못할것이다. 그대신 한국 사람들은 중국이나 베트남 가서 추태 많이 부리고 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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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00년이 오래된거야?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정리하고 호스텔에 맏겨 놓고 톨레도 행 버스를 탔다. 톨레도는 오래전 스페인의 수도였던 도시이고 도시 자체가 참 고색창연한 도시였다. 산 위에 (책에는 언덕위라고 쓰여 있었지만 그건 분명 산이었다.) 있는 도시여서 산 아래 있는 버스 터미널에서는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마침내 톨레도의 시내에 당도하자 황토 빛 도시의 본 모습이 들어났다. 모든것이 몇백년 전 부터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도시였다. 이곳에서는 100년전 건물들이 새로지은 건물로 대접받는 도시였으며 200년전 스타일의 양식은 현대적 양식의 건물로 대잡받는 도시다. 내리쬐는 태양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도시. 톨레도는 단번에 내 마음을 뺏어간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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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산토메 성당과 엘 그레코

톨레도의 자세한 역사는 잘 모른다. 하지만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은 톨레도는 엘 그레코의 주요 활동 도시였다는것. 르네상스 후기 이미 인상파 적인 그림을 그린 엘 그레코. 그리스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배우고 스페인에서 활동안 그는 진정한 지중해 인이었을것이다. 이름에서 부터 3개국이 다 들어가 있다. El 은 스페인어 정관사 이고 Greco 는 이탈리아어로 그리스 사람이라는 뜻이니. 엘 그레코의 그림은 스페인 전역에 널리 소장되어 있지만 그의 작품의 진원지는 이곳, 톨레도였다. 그중 산토메 성당에 벽화로 그린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은 엘 그레코의 유명한 작품중 하나이다. 내가 엘 그레코를 좋아하게 된 것도 바로 이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때문이다. 시대를 뛰어넘은 화풍이 좋아서였다.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 같은 느낌이랄까. 산토메 성당에 들어가는 입자료는 하! 2유로였지만 (즉 그림 한점 보는데 2유로 였지만) 아깝지는 않았다. 엘 그레코 였으니까.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이었으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톨레도에서는 엘 그레코의 작품을 더 이상 보지 못했다. 미술관에 딱히 방문을 하지 않아서 였기도 하고 시간이 촉박해서 주요 관광지를 다 돌아다니니 더이상 돌아다닐 힘도 없었다. 아, 산토메 성당에는 그외에 특별한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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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성당

도대체 이번 스페인 여행기를 쓰면서 몇번을 언급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여기도 대성당이 있다. 카데드랄. 대성당은 시내 중심에 당당하게 서 있었다. 근데 유독 톨레도 대성당에는 한국 관광객들이 많았다. 그래서 다도 슬그머니 옆에서 이야기도 듣고했다. 근데 워낙에 대성당을 많이 보니까……. 이젠 특별한것도 없어보인다.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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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스페인의 가톨릭

스페인은 전통적으로 가톨릭 국가이다. 워낙에 로마와 가깝기도 했고(이탈리아 남부 지역은 스페인의 영토였었다. 종교 분열이 심각했던 시기에 예수회와 여러 수도회의 뛰어난 활약으로 스페인에는 개신교가 들어오기 힘들어졌고 지금까지도 전국민이 가톨릭 신자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프랑코 독재 당시 지지를 한 일로 그 신뢰성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많이 나타나긴 했지만 지금은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스페인 전통=가톨릭 전통이 되어버린 스페인 국민들에게 가톨릭은 이미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을것이다. 하지만 내가 본 스페인의 가톨릭은 다른 유럽과 마찬가지로 무너저 가는 성당을 연상시킬 정도로 신자들의 활동은 부진했고 미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나이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있었다. 그들이 한두푼 내는 헌금으로는 몇백년을 버텨온 성당의 수리조차 버거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리스도교의 탄생의 역사와 같이해온 깊은 내공으로 현재의 위기를 넘기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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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1. 실제 경험과 사진이 곁들여진 글들을 너무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혼자 보기엔 아깝네요. ^^

    지나다 우연히 들어온 김에 아예 follower가 됐습니다. 괜찮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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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follow해 주시면 제가 더 감사하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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