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6일 월요일

키.더.태 (세비야)

(천재: 이사벨라 여왕과 콜럼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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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대성당의 종탑-히랄다 탑)

1)데자뷰

리스본에서 저녁에 출발해서 세비야에 도착한 것은 약 새벽 5시 경이었다. 그리고 숙소를 찾으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마침 역무원에게 이 주변에 숙소가 많은 지역을 물어보려는데 한 여자분도 숙소를 찾고 있다고 해서 같이 다니게 되었다. 처음에는 스페인어 비슷하게 하길래 스페인 사람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탈리아인. 그래서 내가 이탈리아어로 ‘저는 요즘 취미로 이탈리아어 배우고 있어요.’ 했더니 말 못한 귀신이 붙어 먹었는지 미친듯이 이탈리아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어이구~ 머리가 아찔해진 나는 아주 기초레벨이라고 해 주었더니 다시 영어로 돌아와 잠잠해 졌다. 난 그 순간 반지의 제왕 1편에서 절대반지를 본 갈라드리엘 여왕이 생각났다…….

그 여자는 같이 한 3개정도 알아보고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먼저 역 쪽으로 갔다. 나는 혼자 남아서 더 죽~ 찾아다녔다. (사실 이때는 몰랐지만 숙소 찾는동안 세비야에서 볼만한 것은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리고 결국 20유로에 옥탑방에 머물기로 했다. 옥탑방이라 엄청 더울 것이라고 생각됬지만 방에 에어컨이 달려 있어서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주인은 영어는 숫자 밖에 모르는 남미스런 얼굴의 아저씨. 방은 약 3평 남짓한 크기에 화장실(문 밖에 있었지만 옥상에는 나밖에 없어서 전용이었다.)이 딸려있었고 안에는 주황색과 노란색 위주로 인테리어 해 놓았다. 벽 한곳에는 창문이 나 있어서 옥상이 보였고 붉은색의 커튼이 쳐져 있었다. 짐을 정리하고 풀어 놓는데 문득 이 방에 와 본듯한 생각이 들었다. 어허~ 데자뷰 현상이군. 그리고 내가 이걸 언제 봤었나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생각해 낸 것은 꿈. 나는 원래 꿈을 잘 안꾸는데 (정확하게는 기억을 못하는데) 꿈을 꾸게되면 거의 대부분이 실제로 있게 되는 것이 많았다. 이번 경우에도 마찬가지. 내가 꿈에서 기억하는것은 노란색과 주황색이 많이 들어간 방. 침대. 작은 창문하나. 동남아 사람같은(그때 봐서는 동남아 사람으로 생각했지만 여기 와서 보니까 남미계 였다.) 아저씨 한명. 빨래들이 널려 있는 옥상. 등이었다. 그리고 생각나는 장면은 커튼을 젔히자 옥상에서 무엇인가 하던(아마 빨래를 널고 있었던 듯) 이 동남아 아저씨가 나를 향해 환한 미소를 보내고 나는 순간 놀라서 떫떠름한 미소를 지으며 눈인사를 하고 다시 커튼을 치는 장면이 기억났다. 이 기억때문에 나는 그 숙소에 머무는 동안 커튼을 졌힌적이 없다. 근데 나는 이미 스페인에 오게 될 것을 알고 있었던건가. 그리고 세비야에 와서 이곳에 머무를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건가. 이리저리 데자뷰 현상은 신기한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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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대성당의 서쪽 문과 내부)

2)인종과 식민지

스페인에는 다양한 인종들이 살고 있다. 몇시간이면 지구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날라가는 시대에 인종과 국적이 무슨 대수냐고 하겠지만 스페인에는 특히나 외국인들이 다른 스페인인들과 함께 공존하며 살고 있었다. 특히나 현지에 뿌리내리고 사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다른 나라에서 여행온 사람들 이겠지 할 분도 있겠지만 엄연히 수년간을 스페인에서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괜히 ‘현지인 포스’라는게 있는게 아니다. 내가 한 나라에서 얼마나 오래 살아왔는가는 본인은 모를 수도 있지만 티가 다 난다. 그런 의미에서 스페인에는 외국인들이 많다. 우선 스페인이 과거 식민지들을 많이 지배해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과거 일에 대한 사과일까 외국인들에게 노동법이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비교적 용이하다.

우선은 남미계 사람들이 많다. 스페인의 주요 식민지 였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우선 남미인들에게 스페인은 본국보다 급여도 많고 말도 쉽게 통하는 나라이니 여유가 있다면 이주해서 살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구멍가게들을 차지한 중국계인들. 이 사람들은 정말 골목골목 잘도 들어가서 구멍가게들을 경영하고 있다. 그리고 스페인사람보다는 부지런 해서 몇시간 더 일찍 열고 일반 가게들은 문 닫는 주말에도 문을 열고 시에스타도 없이 하루종일 일한다. 물론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편하고 고맙다. (그래서 물건값은 더 비싸지만) 중국인들이 놀기 좋아하는 스페인 사람들의 일을 대신 하고 있었다. 스페인 사람들은 쉴 때 일하는 중국인들. 과거 기독교 인들이 금융업(고리대금업)을 교리상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안할 때 대신 유대인들이 하던 것이 매치된다. 이제 몇백년 후면 유통업계에 중국계 로스차이드 가문이 생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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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랄다 탑에서 찍은 투우장)

3)세비야 대성당.

세비야에 있는 대성당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성당으로 알려져 있다. 안에 들어가면 그 키기와 높이도 높이이지만 우선 그 건물을 받치고 있는 기둥들의 거대함에 놀란다. 그리고 약간 어두운 듯한 분위기에 곳곳에 새겨진 장식들과 제단은 입을 벌리고 수초를 바라보게 할 정도로 화려하고 멋지다. 특히 세비야 대성당은 지붕이 아름다운데 고딕양식과 아랍적인 양식이 잘 어울려져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이 큰 대성당을 눈부실 정도로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한 과거 장인들의 노력에 눈물나도록 고마웠다. 대성당의 외적 특징으로는 정면 파사드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일반 적인 고딕성당처럼 아 여기가 정면이구나 하는 파사드가 없다. 아마도 처음 완공 이후에 추가적으로 공사와 개축을 많이 해서 그런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밖에서 보면 여기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성당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안에 들어가면 별세계가 펼쳐 있다.

  성당의 화려한 파이프오르간과 제대(황금의 방)를 바라보며 든 생각. 이렇게 성당을 지어 대니 종교분열이 일어나지. 라는 생각. 우선 나는 가톨릭 신자로서 지금 발언이 그닥 올바른 생각이라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성당(물론 크기는 여러가지이다만 장식성에 있어서는 유럽 도시마다 하나씩 있는 대성당(cathedral)들은 다들 뛰어난 걸작들이다.)들이 도시마다 있다. 그런 성당을 짓는데 드는 돈이 얼마가 들어가겠는가.(ㅎㅎㅎ 예수님의 발에 부어진 향유의 값을 생각하는 유다의 마음이군.) 신께 최고를 드리는 건 종교적 인간의 당연한 습성이다. 그리고 그 후손들은 대성당의 입장료로 사람당 2유로(학생활인)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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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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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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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투우

스페인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투우이다. 얼마나 멋있는 장면인가! 성난 검은 황소앞에 태연히 맞서 싸우는 투우사의 모습. 황소라는 커다란 괴물앞에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 난 그런 스페인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투우가 유명한 도시는 마드리드와 세비야이다. 그리고 스페인 내 에서도 동물애호가들의 지랄맞은 시위와 활동 덕분에 수백년을 내려온 멋있는 문화유산을 법적으로 금지시키고 있다는 소식에 더욱이 투우가 보고 싶었다. 나 내일 밥을 한끼 굷을지라도 오늘 투우를 보겠다는 신념으로 투우장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기 위해 관광오피스에 들렸다.

- 저기요 투우를 보려면 어떻게 해야하죠?

- 투우는 9월서부터 시작합니다.

- 네.

그리고 나는 그냥 황금의 탑을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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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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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오페라

세비야는 이상하게도 여러 오페라의 무대가 되는 도시이다. 내가 알고 있는것만 해도 세빌리아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 돈 지오반니, 카르멘, 피델리오가 있다. 왜 그럴까 하면서 여행중에 자주 봤지만 알 수 없다. 왜 하필 세빌리아 였을까? 그것도 다양한 작곡가들의 여러 스토리를 가지고 만들어 내는데 왜 하필 세비야 였을까? 궁금증만 엄청나게 키워났다. 누가 아는 사람 없나요? 그리고 반대로 오페라를 세비야에서 진짜 장소에서 해보는것도 신선할듯.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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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광장)

6) 비닐봉지

여행다니는 동안 어쩔 수 없이 비닐봉지를 많이 가지고 다니게 된다. 아침에 호텔을 나와서 가까운 수퍼에서 물 한통과 아침으로 먹을 샌드위치와 중간에 출출하고 목마를때 먹을 과일(스페인에서는 주로 복숭아)를 사면 항상 비닐봉지에 넣어서 가지고 다닌다. 안그래도 누적된 피곤과 잘 싰지 못한 꼬질꼬질 함이 묻어 있는 여행객인데 거기에 덜렁덜렁 비닐봉지까지 들고 다니면 참… 내가봐도… 거지상이다……. 이게 비닐 봉지의 매력이다. 누구나 평등하게 거지로 만들어 주는.ㅋㅋㅋ 그래도 그 편함에 쉽게 바꾸기 힘들다. 중간에 다 쓰면 쓰레기통에 휙 하면 끝나는 봉지. 아무래도 다음여행때는 보조가방을 좀 큰걸로 들고 다녀야 겠다. 1.5리터 물 한병은 쉽게 들어갈 만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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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엑스포당시 지어진 건물이라는데 용도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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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한 모습의 Pa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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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우장과 투우사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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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솜브레로

솜브레로는 모자의 일종이다. 한국에서는 페도라, 중절모자 라고 많이 쓰인다. 스페인에 가면 이 솜브레로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왠지 모를 스타일리시 함과 간지를 풍겨준다. (그래서 나도 예전부터 사고 싶어 하기도 했고 스페인에 온 김에 마드리드에서 싸게 하나 장만했다.^^) 사실 솜브레로는 일반 캡보다 햇빛을 가려주는 역활도 적고 모자 자체가 살짝 머리에 언듯이 쓰는 모자다 보니 바람만 쉭 불어도 날라간다. 그런 불편함에도 솜브레로는 스페인에서 사랑받는 모자이다. 가격도 장인들이 만들면 (장인들이 만들면 뭐는 안비싸겠느냐만) 하나에 50유로 이상은 줘야 살 수 있다. 물론 브랜드 없는 중국산이야 5유로 정도로 판매되고 있다. 스페인에 여행온 대부분의 여행객들도 이 솜브레로 하나씩은 장만해 가는 상품인지 기념품 상점에도 꼭 있는 것이 이 솜브레로이다. 다양한 디자인과 모양이 있으니 여행을 가시는 분, 특히 남자분 들은 하나씩 장만해 가시길. (왜 갑자기 광고글이 되어 버린것일까?) 어디가서 꿀리지 않는 간지와 스타일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이니. (나도 오디서 꿇리진 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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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에서 발견한 우크라이나의 맥주병…….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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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탑위의 사람들. 나도 저런 모습이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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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ville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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