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0일 금요일

키예프의 더위를 피해 태양으로 가다(마드리드)

마드리드-1

(천재: 고야, 벨라스케스)

1) 이탈리아 인

  내가 타고가는 비행기는 이탈리아 항공, 로마를 경유해서 갔다. 어찌 보면 나에게는 다수의 이탈리아인을 보는 첫 번째 경험이었다. 내가 본 사람들만 그런건지, 그런 사람들만 내가 본건지 모르겠지만 공항과 비행기에서 본 이탈리아 인들은 정말 패셔너블 했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슈트를 입어야 하고 어떤 안경을 써야 어울리고 수염을 길러야 하는지 아는 사람들이었다. 모든 이탈리아 사람이 그런것은 아니리라 생각되지만 옷을 잘 입는 사람들이 많은것은 사실일 것이다. 흠. 스페인 여행기의 첫번째 내용이 이탈리아 인이라니. 근데 이탈리아 인들은 스페인 여행 내내 만났다. 정말 바글거릴 정도로 많이 이탈리아 인들이 스페인을 여행하고 있었다. 뭐. 한국인들이 일본 가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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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항

  전에 이야기 한 대로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한것은 연착해서 1:30이 좀 넘어서였다. 어짜피 예약해둔 숙소도 없고, 시내를 들어가는 지하철, 버스도 모두 끊긴 상태에서 내가 내린 결정은 공항에 아침까지 남아있기 였다. 이 야밤에 돌아다니기 보다 항시 경찰들이 순찰을 도는 공항이 더 안전하게 느껴졌다. 도착하는 터미널은 이미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후여서 아무도 없고 앉을곳도 없어서 출발터미널로 발길을 옮겼다. 출발터미널로 가는 동안 나는 여행의 신(여신. 응?)들을 보았다. 어쩜 그런 자리에서, 침낭속에서 찌그러져서 잘도 주무시는지. 구석구석 잘도 찾아서 노숙자 포스로 주무시고 계셨다. 출발터미널에는 여행의 고수님(여고. 응?) 계서 기둥마다 의자마다 자신의 트렁크를 베게삼아 침대삼아 주무시고 계셨다. 터미널의 안내방송에서는 지속적으로 터미널 안에서 자면 안됩니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었지만 아무도 듣지도 않았고 하물며 순찰을 도는 경찰(혹은 경비원) 들도 자고 있는 사람들을 그냥 지나쳤다. 나는 그런 여신들과 여고들의 사이에서 내 위치를 정하지 못하고 부유(浮遊)하고 있었다. 돌아오는날 6시 비행기여서 그 전날 저녁 늦게 와있어야 하는 나에게 이런 모습들은 남일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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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영어와 스페인어

  스페인에서는 영어가 정말 안 통한다. 내가 영어로 물어보면 정말 정말 친절하고 상세하게 스페인어로 알려주신다. 결국 난 손가락방향으로 이해한다. 스페인 사람과 러시아 사람은 이런 점에서 비슷하다. 스페인사람들은 한때 자신들도 세계를 지배했었고 지금은 몇몇 나라를 제외한 아메리카 대륙의 모든 나라가 사용하는 언어이니 영어보다 절대 떨어질 것 없다는 생각이고 그러니 영어를 배우는 것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는 듯 하다. 그리고 러시아 사람들은 한때 미국과 어깨를 견주며 세상의 반을 호령하며 사회주의 국가들이 제2외국어로 배우는 언어였던 터라 러시아어만 하면 되다는 생각이다. 여튼 두 나라 모두 영어가 잘 안 통한다. 과거의 영화에 빠져서 국제적 정세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 아니면 강대국적인 자부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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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도 미술관과 벨라스케스)

4) 추위

  6시에 지하철이 운행을 시작하고 나는 시내 중심쪽으로 갔다. 우선은 레티로 공원쪽으로 발길을 옮겼는데, 헉… 추웠다. 추어서 우비 대신으로 가져간 얇은 잠바를 꺼내 입었다. 정말 마드리드가 한 여름에 추울줄은 생각도 못했다. 근데 그런 추위에서도 나는 공원 의자에서 잠을 1시간 정도 잤다. 다행이도 입은 돌아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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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광장)

5) 환전

  나는 키예프에서 달러로 송금을 받고 현지 화폐로 환전을 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달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스페인으로 달러를 가져가 유로로 환전할 생각을 하고 가지고 있는 돈을 그대로 가져갔는데 아뿔싸……. 첫번째로 스페인 은행의 대다수는 환전을 해 주지 않는다. 해주는건 은행 통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해 준다고 해도 엄청나게 환율이 안 좋다.  한 예로 내가 그때 가져간 달러를 키예프에서 현지 화폐로 바꿨다가 다시 유로로 바꿨을 때와 스페인에서 바로 바꿨을때 거의 100유로에 가까운 차이가 났었다.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100유로나 되는 돈을 날려버리니 여행 계획에도 차질이 생겨 버렸다. 음식이 유명한 나라인 만큼 맛있는 음식들을 먹어 보고 싶었었는데 모든 계획들이 무산되고 다시 기초생활수급여행객(황제 여행. 응?)으로 돌아가 버렸다……. 눈물을 흘리며 우선 가지고 있는 돈의 1/3정도를 바꿨다. 그리고 여행 계획 조차 모두 바꿔졌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그래도 다른 나라이니 좀 나을것이라는 기대로 우선 포르투갈의 리스본으로 가기로 했다. 즉 내가 계획 했던 여행계획이 완전 반대로 가게 된 것이다. 전에는 시계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환전 때문에 여행 계획까지 바꾸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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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천재

  스페인의 도시들을 다녀보니 스페인의 유명한 도시는 천재들이 있었다. 유명한 천재가 그 도시를 먹여 살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기에서도 내가 다녔던 도시들의 천재를 적어 놓는다. 여행중에 그 천재들이 남겨놓은 부스러기들을 찾아보는것도 재미 있을것이다. 사실 마드리드의 천재는 처음 와서는 찾지 못했다. 잘 알지도 못하지만 수도를 마드리드로 정한 펠립페 2세로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날 프라도 미술관을 갔다 와서 바로 정해졌다. 마드리드를 먹여 살리는 천재는 벨라스케스와 고야구나 하는.  그만큼 마드리드에서 프라도 미술관의 존재는 너무나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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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보카디요, 하몬, 체르베자

  여행 내내 나와 함께한 형제들. 그대들이 있어서 나의 다리는 힘을 얻었고 나의 눈은 생기를 되찼았으며 나의 입은 다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네. 내가 더울 때, 힘들 때 언제나 나를 반기던 형제들. 보카디요 그대는 내 입에 항상 상처를 남기지만 당신의 거친 피부는 언제나 내 심장을 떨리게 만들었지. 체르베자. 당신의 차가운 갈색의 살갗은 스페인의 뜨거운 태양열을 견디는 힘이었소. 하몬. 당신을 처음 봤을때는 거부감이 있었지만 진정한 당신을 알고서는 팬이 되었지.  지금도 당신의 우아한 다리는 잊을수 없다오.

  아 보카디요(바게트 샌드위치)에 치즈하고 얇게 저민 하몬(돼지통다리 훈제고기)하고 시원한 체르베자(맥주) 한잔이 그립다. 맛있었는데… 비록 바게트 빵때문에 내 입천장이 다 까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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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신도시 마드리드

  스페인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마드리드는 신도시이다. (그래도 수도로 옮겨진게 1561년이다) 그래서 도시가 전체적으로 정비가 잘되어 있고 중간중간 공원과 광장들이 많아 쉬기에 좋다. 대부분 마드리드의 건물들은 신고전주의-현대 건물들이 많다. 그만큼 젋고 역동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드리드는 쇼핑하기 좋은 곳이다. 특히나 내가 도착한 주간은 마드리드 그랜드 세일기간이였었다. (이 사실을 세빌야 가서 알게 되었다.) 하지만 기념품은 절대 다른 도시에 사길! 마드리드는 정말 기념품은 살게 없다!!!

2010년 8월 17일 화요일

키예프의 더위를 피해 태양으로 가다. (여행의 출발)

  원래 이번 여름에 계획하던 곳은 이탈리아 였다. 하지만 사정이 생겨서 계획이 무산되었고 부랴부랴 갈만한 곳을 찾아 다녔다. 그래서 좁혀진 곳이 두곳 스페인과 발트3국이었다.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과 하루라도 젋을 때, 즉 아직 학생활인이 될 때 더 비싼 나라 여행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스페인으로 결정 지었다. 마침 비행기표도 370$ 정도로 저렴하게 나온것이 1자리 남아 재빨리 예약을 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구매를 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여행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비행기가 스페인에 도착하는 시간은 밤 11:30. (근데 연착을 해서 결과적으로 마드리드에 도착한건 밤 1:30이 넘어서 였다.) 그리고 스페인을 떠나는 비행기가 이른 아침 6:00. 즉 앞 뒤로 1일씩을 버리고 나면 내가 여행하는 일 수는 11일 이었고 이것에 맞추어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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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의 투우장)

우선 가고싶은 도시 선정. 어짜피 가야하는 마드리드,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 많은 오페라의 무대 세비야, 알함브라 궁전의 그라나다, 오래된 도시 톨레도, 개인적으로 관심있고 도시 이동상으로 거리가 어정쩡해서 중간에 한번 거쳐갈 필요가 있어서 가는 발렌시아, 스페인 가는 김에 꼽사리 끼워 넣은 부록같은 리스본. 그리고 지도를 펼쳤다. 크게 시계방향의 라인이 완성된다. 마드리드-바르셀로나-발렌시아-그라나다-세비야-리스본-마드리드(톨레도, 아빌라) 톨레도와 아빌라는 마드리드에서 당일코스 여행이 가능하기에 마드리드에서 숙박을 하면서 가기로 했다.

그리고 Must to do 목록으로는 빠에야 먹어보기, 투우보기, 대서양에서 수영해보기, 지중해에 발 담궈 보기, 알함브라 궁전 보기, 가우디 건축물 보기. 이정도가 되었다.

  문제는 숙소. 현재 신용카드가 없는 관계로 숙소들을 하나도 예약하고 가지 못했다. 가서 어떻게 되겠지 하는 배째라 정신과 노숙이라도 하지 라는 막가는 정신으로 출발을 하긴 했지만 불안한 마음은 떨쳐 버릴 수 없었다.

  8월 4일 그렇게 나는 태양의 나라 스페인에 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