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3일 화요일

치과공장이용기

몇달전에 이빨에 충치가 생겼었었다. 그때는 작았었는데 여행중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아마도 견과류 였던거 같다.) 충치가 생긴 이빨 한 구석이 부서져 나갔다. 키예프에 돌아와서도 치료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본능적인 귀차니즘덕분에 이리저리 미루고 있다가 방학이 시작하자 마자 큰 맘먹고 치과에 갔다.

우선 전에 다니던 치과에 갔다. 그곳에서 내 이빨을 보더니 상태가 안좋아서 아마 새로 금이나 세라믹으로 덧씌워야 한단다. 근데 현재 병원에는 그런 도구가 없으므로 의사가 아는 치과에 추천을 해 주었다. 그런 이야기를 내 러시아 친구한테 하자 자기가 다니는 치과가 있는데 싸고 잘한단다. 그럼 어짜피 내가 항상 다니는 곳에 갈 이유가 없어졌으므로 그곳으로 같이 갔다. 알고보니 그곳은 의대 치과대학이 있는 곳이었다. 음… 대학 부속병원 같은건가 하고 급속도로 신뢰도는 급속도로 높아졌다.

우선 대충 시간을 잡고 병원실로 올라갔다. 정확하게 말하면 실습실이라고 하는게 나을 것이다. (그때 카메라를 안가져간게 아쉽다. 사진을 남겨놨어야 하는데.)

  실습실의 풍경은… 와웅… 신선한 충격이었다. 약 80대 후반 기구 같아 보이는 치과의자가 넓직한 실습실 안에 8개가 놓여져 있다. 거기에 의사(즉 교수) 들이 한 명씩 붙어서 환자들을 보고 있었는데, (빈 의자도 한 두 개 있었다.) 간호사로 있는 얘는 실습실 당 학생 1명 뿐 이었다. 그리고 이런 실습실이 4개가 그 층에 있었다. (아 정말 너무나도 소비에트 적이다.) 흠. 이건 병원이 아니라 공장이군.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내 담당 의사를 찾았다. 다시한번 신선한 충격. 40대 후반의 후덕한 인상의 꼭 덤프트럭 몰게 생긴 ‘여자’ 의사였다. (게다가 내가 정말 비호감으로 생각하는 분홍색 립스틱을 바르고 계셨다. >_<) 실습실 안에는 뼈 타는 냄새, 정향냄새(약품냄새)가 확 풍겨 왔고 여기저기서 윙윙 거리는 핸드피스 (아마 이런 이름이었던거 같은데 즉 이빨 가는 기구다.)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나는 나 왔어요~ 하고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실습실 4개에서 들리는 모터소리가 4방향 서라운드 사운드로 내 귀에 울려 퍼진다. 약 30여분을 기다리자 의사가 나를 보고 손가락을 까닥까닥 한다. 나는 들어가서 치과의자에 앉았다.

우선 전후 설명을 하고 내 이빨을 보여줬다. -음 많이 썩었네. 엑스레이 찍고와.

그리고는 내 손에 어느 이빨 엑스레이를 찍어야 하는지 나타낸 종이를 쥐어주고 2층 엑스레이 찍는 곳으로 보냈다. 거기 앉아 계신 다소곳하신 할머니 선생님께서 엑스레이를 찍고 사진을 반명함판 사이즈의 이빨 사진을 줬다. 그것을 들고 다시 트럭의사님께 보여줬다. 그랬더니 왜 이렇게 일찍 왔냔다. -거기 사람이 없었어요. 그랬더니 고개를 끄덕이더니 심각하게 엑스레이 사진을 들여다 보았다. 이제 좀 의사 같아 보인다. 그러더니 지금 자기 스케줄이 꽉 찼으니 내일 오라고 했다.

(다음날)

약속시간에 맞춰 치과공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제는 신경이 살아 있는지 검사를 위해 알 수 없는 곳으로 데려 갔는데 그곳은 이빨에 약한 전기충격을 줘서 신경을 체크하는 곳. 거기서도 다시 검사를 하고 받은 종이를 들고 갔다. 이번에도 왜 이렇게 빨리 왔냐는 표정. 그리고 나를 의자에 앉게 하더니 10초간 입 안을 들여다보고 핸드피스로 갈기 시작했다. 그러디니 갑자기 멈춘다. -너 점심 먹었어? (그때가 한 1시 반쯤 되었다.) -아뇨. -그럼 먹고와. 요 밑에 보면 먹을만한거 파는 가게들 있거든. 거기 가서 먹고와. 나는 그 소리에 약 3초간 눈만 깜박이다가 아무말 없이 가방을 들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머리속이 복잡해 진다. 점심을 먹으면 아무리 조심해도 음식물이 이사이에 낄텐데. 그럼 기분 안좋을텐데. 칫솔을 가져온것도 아니고. 물로 행구면 되려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오븐에서 바로 구워 파는 피자를 주문해 먹었다. 다 먹고 열심히 물로 가글을 하며 다시 병원으로 올라갔다. 날 보더니 트럭의사께서 껄껄 웃으며 -뭐먹었어? 물어보신다. -요 밑에서 피자 먹었어요. -응. 잘했어. 거기 맛있어. 하시면서 다시 내 이빨을 갈기 시작했다. 대인배신건가. 이분은 치과가 아니라 우리 건축대에서 시멘트와 물 농도, 회반죽과 미장일을 가르치고 계셨어도 참 잘 어울렸을 분이다.

우선 마취를 하고 이빨을 다 갈아내니 신경치료를 하신다. 신경치료를 할 때는 뾰족한 바늘같은것을 이용해 이미 죽어버린 신경을 다 긁어 낸다. 마취는 해서 입의 반쪽은 아무 감각은 없고 다른 반쪽은  오래 벌려서 저려왔다. 그렇게 바늘로 계속 쑤시더니 어~~~ 하시며 바늘을 나에게 보여주신다. 약 7미리 정도의 빨간 실 같은 것이 바늘 끝에서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보이지? 이게 신경이야. 우아~ 잘 나왔네. 그리고 다시 바늘로 쑤신다. 다시 두번째 신경을 빼서 보여준다. 아……. (치료가 당신에겐 재미, 하지만 내정신은 혼미) -져기… 콕 져 안오여 주셔오 외요.(저기… 꼭 저 안보여 주셔도 되요. <-난 현재 마취된 입을 연 상태다.) -아 그래? 으하하하하. 알았어. 뭐 무섭다고. 어떤 사람들은 자기 보여달라는 사람도 있거든. 그래서 자주 보여줘. -예….

그리곤 다시 열심히 바늘로 쑤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옆에 의자의 동료 교수와 수다를 떨면서 쑤신다. 어제 티비에서 어쩌구 저쩌구. 전에 사먹은 파이가 어쩌구 저쩌구. 이번 여름 휴가에 어쩌구 저쩌구. 그래. 좋다. 수다는 그렇다고 치자. 근데 환자를 치료중인데 최소한 눈은 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 Cool 하신 의사는 예의바르게도 자신과 대화중인 상대를 일일이 바라보시며 말을 하신다. 오른손으론 내 이빨을 바늘로 쑤셔대고 얼굴은 다른 교수를 바라보는 쿨 함. (당신의 대화주젠 태산, 당신앞 환자치룐 먼산) 그러더니 바늘에 더 상 걸리는 없자 이젠 소독과 약처리를 한다. 간호사 용도로 서 있는 학생을 부르더니 포름알데히드와 OOOOO을 가져와서 O대 O비율로 섞어. 한다. 어? 포름알데히드? 이게 내 입에……. 원래 이런거야? 포름알데히드가 몸에 안좋다고 알고 있는데…….  영화 괴물도 포름알데히드 많이 먹고 생긴거잖아. 다시 정신이 혼미해 진다. 내가 잘못 들은것일거야. 이런 생각을 하는 안 치료가 다 끝나고 오늘은 끝이고 내일 다시 오란다. 그리고 임시로 이빨에 땜질을 해 주셨다.

(다음날)

다시 시간에 맞춰 찾아 갔다. 임시 땜방을 뛰어 내시고 휙휙 보시더니 잘 마무리 되었단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자기는 오늘 마지막으로 이제 여름 휴가를 간단다. (어. 난? 난 어쩌라고?) 그러니까 오늘은한 2달 정도 버티는 재료로 임시로 마무리를 하고 담에 자기 돌아오면 (즉 개학하는 9월 1일이 되면) 전화를 해서 시간을 잡고 이제 평생가는 튼튼한걸로 바꿔주겠다. -음… 예. 그렇게 하세요. 이 아줌마 돈 더 받으려고 상술 쓰는것 같다. 뭐 어쩌겠는가. 의사의 권력인데. 이날도 여전히 다른 동료 교수와 수다를 떨면서 내 이빨 치료를 해 주셨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너무 열정적으로 대화를 하시다가 내 얼굴에 침 몇 방울 튀긴거 말고는.

(1.5주 후)

  완벽하게 치료가 안된 상태에서 약간은 불안한 상태로 지내다가 갑자기 나도 여행을 외국으로 가게 되었다. 키예프에 계속 있었다면 트럭의사한테 9월에 치료를 받았겠지만 이거 여행갔다가 뭔 일 생기면 어쩌겠나 하는 심정으로 다른 치과의 문들 두드렸다. 거기서 내가 어떤 치료를 했는지, 그리고 필요로 한 것이 무엇인지를 설명을 해 주니 젋고 아리따우신 여 의사께서(알~렐루야!) 그럼 우선 어떻게 돼있는지 엑스레이를 찍고 검사를 했다.

여기서 다시 느낀 문화적 충격. 아, 정확하게 말하면 의사와 환자가 서로 느낀 문화적 충격. 나는 이곳에 오기 전에 한국에서 거금 40만원들 들여 금으로 이빨을 하나 박고 왔었다. 근데 이 젋은 의사, 치과의사용 거울로 치료해야 할 이빨은 안보고 내 금니 보고 있다. 그러더니 하는 말. -우와 이거 진짜 이쁘게 잘 됬네. 이것도 거기(대학병원)에서 한거에요? -아니요. 한국에서 했어요. -아 그렇구나. 우와 이 의사 실력 좋은가봐요. (그냥 우리 동네 의사선생님이신데.) -이쁘다~ 내가 웃자 살짝 민망했는지, -아니 그냥 제 관심 분야 잖아요. 다른 나라는 이렇게 하는구나 하는것도 관심 있죠. 란다.

  그리고 치료를 시작하는데 신경치료를 하고 빈 공간을 채운 재질이 부드러운 재질이라 (이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긴 하지만 젋은 사람들 한테는 크게 차이가 없으므로 더 튼튼한) 딱딱한 재료로 바꾸는게 나을거란다. 한숨이 훅 나왔지만 그렇게 하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은 우선 교체하는것만 하고 내일 덧씌우기를 하잔다. 그리고 말한대로 치료를 마치고 나왔다.

(다음날)

  의사가 웃는 얼굴로 반겨줬다. 의자에 누워 있으니 옆방에 있던 동료의사를 불러왔다. 그러더니 나한테 부탁을 한다. -저기요, 치료하신 금니 제 친구한테 좀 보여줘도 될까요? -에예? –한국에선 이렇게 하더라 보여주고 싶어서요. 어이가 없었지만 그러라고 하고 입을 크게 벌렸다. 거울로 이리저리 비춰보더니 오~우~~ 탄성을 내뱉는다. 이거 정말 어떻게 리액션을 취해야 할 시츄에이션인지 모르겠다. 여튼 그리고 결과적으로 대망의 이빨 치료가 완료되었다.

이렇게 치과치료를 모두 마치고 나니 대략 100$정도 나간것 같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많이 싼 가격에 한 셈이다. 아무리 그래도 치과는 안 가는게 상책이다. 하루에 2번 닦던 이빨을 이젠 3번으로 늘려야 겠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