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창밖의 풍경은 정말 그야말로 평온 그 자체 였다. 녹색의 구릉이 있고 저 멀리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고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밝에 웃고 있고 작은 집들은 옹기종기 모여있는 그야말로 우리가 상상했던 미래의 모습이 여기서는 실제였다. 또 날씨는 얼마나 화창한지. 우중충한 헬싱키-스톡홀름을 지나 와서 그런지 따스한 햇볓은 덴마크를 더욱 정이가는 나라로 만들어 주었다.
오덴세는 평화로운 작은 도시다. 공원에서 강아지와 산책하는 할머니에게 안데르센의 생가가 어디 있는지 물어봤다. 영어로 Anderson 이니까 ‘앤더슨’이지 않을까 한는 맘에 그리 발음을 했더니 못 알아 들으신다. 그래서 지도를 보여주니 ‘아~~! !@#@&^&$#! 말하는거지? 그거 이리이리 가면 되!’ 하셨다. 그 할머니의 발음은 절대 안데르센도 아니었고 앤더슨도 아닌 알수 없는 안데르센이었다. 덴마크어는 안으로 먹는 발음들이 참 많다. 옹알이 하는 것 처럼. 한국 사람들은 절대 할 수 없을 발음 이다. 발성 기관이 덴마크 인들이 우리와는 확연하게 다를것이다에 난 내 블로그를 건다.
(공원과 잘 어울리고 덴마크 라는 나라 이미지와 잘 어울려보여서 찍은 건물인데 뭐하는 건물인지는 모르겠다. 국기가 걸려 있는걸로 봐선 정부쪽 건물 같은데.)
안데르센 박물관은 작고 아담한 건물이었는데 놀랍게도 그 안에 생가가 보존이 되어 있다. 박물관에는 안데르센의 생에와 작품들이 정리가 깔끔하게 잘 되어 있었고 보기에도 좋게 되어 있다. 아마 덴마크 사람중에 제일 유명한 사람이 안데르센 이니까 덴마크에 가신다면 방문해야 하는 곳 중의 하나이다. 코펜하겐에서 거리도 가깝고 아담한 집들과 마을이 정겨운 평온한 마음을 간직한 도시였다. 근데 나중에 보니까 그 평온한 마음은 덴마크 전역에서 느껴지는 일종의 국가의 상징인것 같다.
오덴세에서 다시 돌아오는 기차를 타고 로스킬데로 아는 누나를 만나러 갔다. 키예프에서 미리 전화로 알지도 못하면서 로스킬데 역으로 5시까지 갈께!!! 라고만 약속을 하고 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모한 약속인거 같다. 내가 어떻게 버스라도 노쳤거나 기차라도 노쳤으면 큰일날 약속이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도 약속대로 무사히 로스킬데 기차역에 5시 이전에 도착했고 누나와 남편 P형도 같이 정겹게 나를 맞이 하여 주셨다. 그리고 이어진 그 집에서의 저녁식사는 정말 맛있었고 편안한 침대에서의 잠은 그간의 피로를 싸그리 풀어주었다.
그 다음날 누나 부부의 차로 다 같이 여행을 시작했다. 우선 간 곳은 그룬트비 교회. 아마 덴마크에서 두번째로 유명한 사람 일 것이다. 전쟁 후 피폐해진 덴마크를 일종의 새마을 운동식으로 교육과 국가재건에 힘쓴 사람이다. 그 사람이 지었다는 교회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순수하게 벽돌로 지어졌다. 이 교회를 보고 있으면 벽돌쌓기의 최고봉을 볼 수 있는데 이 교회를 보면 왜 덴마크에서 레고가 만들어 졌는지 이해 하게 될 것이다.
(덴마크의 성당에는 이렇게 작은 배의 모형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선원들이 폭풍을 만나고 무사히 귀환하면 감사의 뜻으로 이렇게 배 모형을 성당에 바쳤단다.)
레고 성당을 나와 이제는 질란트(코펜하겐이 있는 섬 이름) 전역에 퍼져 있는 덴마크 왕국의 성들과 성채들을 보러 다녔다. 아직도 왕국인 만큼 덴마크에서는 성들이 많고 그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아름답고 보존이 잘 되어 있었다. 차가 있으니 이렇게 기동성이 좋아 질란트 전역을 다 둘러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이렇게 비싼 나라에서 기름값이 비쌀텐데… 하고 걱정을 했는데 기차로 세명이서 이렇게 다니면 오히려 돈이 더 든단다. 다행이었다. 그리고 차로 덴마크를 구석구석 보게되어 정말 감사했다. 일부러 나 위해서 풍경이 별로 안좋은 고속도로는 빼고 국도로만 다녀서 볼거리도 많았다. 역시나 풍력발전기는 덴마크의 또다른 상징 인것 같다.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의 선두국가인 덴마크는 이미 풍력발전기가 전국 여기저기 많이 설치가 되어 있어서 농촌에서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모습을 보는게 당연한 일이 되었다. 현지에 살고 계시는 누나와 형님 덕분에 덴마크는 본 것보다 느낀게 많이 남는 나라였다. 그래서 덴마크 여행 관련되서는 내가 느낀 것 위주로 적어야 겠다. 어짜피 관광 자원은 인터넷 검색 한번만 하면 다~~~ 나오는거 내가 꼭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안데르센 박물관. 안데르센의 생가도 여기 있다.)
질란트 왕성투어 담날 이제는 로스킬데 마을을 둘러보았다. 로스킬데는 질란트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고 매년 초여름에는 락 페스티벌이 열리는 도시이기도 하다. 덴마크 전통 점심을 먹자며 집에서 절인청어와 으깬 소 간, 치즈, 전통 리큐어 ‘감멜 단스크’ 로 흡입을 했다. 덴마크 역시 유명한 낙농국가여서 그런지 치즈가…… 와…… 최고였다. 그냥 평범한 치즈라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절인청어에 맛들여서 키예프에서 돌아와서도 가끔 사먹는 별미가 되었다. 으깬 소 간 요리는 몸에 정말 좋다고 나한테 많이 먹으라고 했었는데 맛도 좋았다. 한국 순대먹을때 나오는 간을 으깨서 향신료와 소금과 양파를 넣고 오븐에 구운맛이다. 덴마크 음식은 세계적으로 밸런스가 잘 맞고 건강한 음식이라 대니쉬 다이어트 라는것이 생길 정도로 고단백식품이다.
이런 음식과 평온한 풍경과 환경, 자전거가 생활화 되어 꾸준한 운동 등이 진짜 웰빙 인것 같다. 그것도 나 혼자만 잘 사는 웰빙이 아닌 모두가 잘 사는 웰빙.
여기서 많이 느낀게 한국에서 말하는 ‘서구화’라는 단어가 얼마나 틀린 단어인지다.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말로 ‘서구화된 식생활로 한국인의 대장암이 늘었다, 비만율이 늘었다.’ 이런식의 말인데 이건 정말 잘못된 말이다. 한국사람들은 모두 백인들이 사는 땅이니까 서구화 라고 하는데 유럽과 미국은 정말 다른 문화다. 한국사람들이 생각하고 사용하는 ‘서구화’의 올바른 말은 ‘미국화’이다. 대용량과 소비기반의 문화 인 미국문화를 한국사람들은 너무 쉽게 유럽과 같은 의미로 쓴다. 하지만 유럽은 절대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유럽은 인구밀도가 높고 그만큼 자원이 적은 지역이다. 이런 지역에서 소비기반 사회는 절대 이루어 질 수 없다. 반면 미국은 넓은 토지를 개척하며 사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쓰고 버리는 소비가 더 자연스럽다. 먹는것도 사실 유럽사람들은 미국 사람들 처럼 고기를 많이 안먹는다. 물론 주 요리는 고기 요리지만 이렇게 집에서도 특별한 날 외에 풀코스로 먹는 사람들은 없다. 그리고 오히려 이탈리아 쪽은 고기보다 야채와 파스타, 빵을 먹는 비율이 높고 덴마크 사람들은 생선의 비율이 높다. 그럼에도 한국은 ‘서구화’라는 단어로 두 대륙을 묶어 버리는 바람에 미국인들 처럼 유럽인들도 8차선 대로에서 끝없는 자동차 행렬로 이동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유럽에서 미국과 같은 대로를 만나기는 정말 힘들다. 자동차 왕국 독일쯤에나 있으려나. 특히나 도심에는 2차선이 기본이고 좀 넓은 곳이 4차선이다. 이런 차이를 모르고 꼭 서구화가 최고다! 라는 생각으로 미국방식으로 삶을 살려고 하는 한국 사람들을 볼때 마다 안쓰럽다. 아 그리고 한국기준으로 봤을때 미국은 동쪽으로 가는게 더 가깝다. 서구화도 결국 틀린말이다.^^
(오덴세의 호텔 앞 안데르센 조각상)
로스킬데는 질란트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라는데 내 눈에는 그냥 작은 마을이다. 우선 덴마크 자체가 코펜하겐 외에는 고층 건물들이 거의 없다 보니 옹기종기 작아 보이는 게 있다. 뭐 물론 인구 자체도 550만명 정도라니 그럴 수도 있겠다.
로스킬데 성당은 역대 왕가의 사람이 죽어 모셔지는 곳으로 벽과 바닥에는 온통 조각(이라 쓰고 비석이라 읽는다)으로 뒤 덥혀 있었다. 그곳에는 특이하게 현 덴마크 여왕인 마르그레테 2세의 무덤 모형이 있는데, 디자이너 출신인 여왕 본인이 직접 디자인 한 관이다. 둥그런 유리를 반으로 잘라 시신을 모실 곳을 파 낸 형식으로 보면 오! 하는 탄성이 나오는 디자인인다. 하지만 곧 어…. 투명유리면… 시신이 보일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머 알아서 생각해 둔 것이 있겄지 하고 성당을 나왔다.
그리고 밖에 중앙 광장에는 시장이 열려서 신나게 구경을 했었고 따듯한 날씨를 즐기면서 자전거를 타고 돌다니니 하루종일 미소가 사라지지 날이었다. 덴마크와서 가장 많이 느낀 기분은 바로 “평온” 안정된 기반으로 여유있고 평온한 기분.이런 것이 덴마크의 힘이 아닐까 싶다. 어떤 방문객이 와도 하루 이틀 이면 이 나라에 평온함 기분에 본인 마저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그룬트비 교회, 일명 레고 교회)
그리고 이 나라에서 짧은 기간 있으면서도 자주 다닌곳은 바로 여러 단체에서 운영하는 중고 옷/물품 가게들이다. 전국적으로 종교단체 시민단체 지역단체에서 운영하는 중고 옷 매장이 참 많았다. 품목도 다양해서 남녀 아동 옷은 물론이요 수건에 침대시트에 장난감, 식기, 책 등, 쓸수 있는 물건은 다 거래되는 듯 했다. 부러웠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나눠입고 나눠쓰는 사람들이. 나도 몇개 건진건 그라인더가 달린 후추/소금통, 나비넥타이를 샀었다. ^^
(프레데릭스보성. 아마도 덴마크에서 제일 예쁜 성이 아닐까.)
그리고 그 다음날은 코펜하겐 여행이었다. 명불허전의 도시 코펜하겐에서 인어공주 상 앞에서 사진도 찍고 코펜하겐의 왕궁들과 성당들도 둘러보고 바쁜 하루를 보냈다. 그중 가장 충격이었던 건 크리스티아니아. 크리스티아니아의 정보는 알아서 검색해 보시고. 구글 크리스티아니아
크리스티아니아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은 “하 미친!” 이었다. 내적으로는 더러워도 외적으로는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어야 하는 이상한 성격을 가진 나로서 크리스티아니아는 말 그대로 혼란의 중심지 였다. 실제로 처음 보는 히피 문화는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모든 벽. 평평한 그 모든 곳은 그래피티가 되어 있고 대마초는 길가에서 상추 팔리듯 진열되어 있고 형형색색의 강렬한 히피의상에 시끌시끌한 음악…. 질서에 익숙한 나는 세상무질서의 중심에서 겨우겨우 정신줄을 붙잡고 구경을 했다.
오히려 크리스티아니를 나오며 자유라는것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하게됬다. 자유와 질서는 공존할 수 없는것인가에 대해. 나중에 인터넷으로 크리스티아니아에 대해 알아보고 검색해 보니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게되고 그 사람들을 이해하게 됬지만 역시나 약간의 질서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완전한 자유는 존재할 수 없나 보다.
(프레데릭스보성은 이렇게 호수 위에 있다. 주변 정원도 압권!)
(국빈이 방문시 숙소로 쓰인다는 프레덴스보성 내가 덴마크를 떠나고 바로 그 다음날 우리의 MB사마께서 국빈 방문을 하셔서 이곳에 머무르셨다.)
다음날은 나 혼자 로스킬데 시내를 돌아다녔다. 나름 덴마크에서 큰 도시라 쇼핑몰도 있어서 관심이 많은 디자이너 제품들을 둘러보고 맘에 드는 텀블러와 물통을 사기도 했다.
덴마크의 주력산업은 Maersk 사(어찌 읽일지 몰라 영어로 쓴건 절대 아님….ㅠㅠ)가 대표적인 해양물류산업, 베스타 사로 유명한 재생에너지, 그리고 디자인산업이다. 아 물론 여러분이 다 아는 낙농산업도 있지만 그건 사양길이니….
덴마크가 디자인 강국이라는건 정말 세세한 것 서부터 느낀다. 가로수, 자전거, 사람들이 사용하는 생활용품을 보면 디자인 이라는 것이 다 들어가 있다. 여기 사람들은 그냥 허투루 만들지 않는다. 사람들의 의식 또한 디자인이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으면 비싸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
국가의 지도자가 디자이너 출신이어서 그런가 덴마크는 산업디자인, 건축디자인 쪽이 유명하다. 나의 매우 주관적인 시각으로 봤을때 핀란드는 건축디자인, 스웨덴의 의상디자인, 덴마크는 산업디자인이 강점인것 같다. 산업디자인과 실생활에 쓰이는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덴마크의 쇼핑몰은 진짜 놀이동산이었다. 무슨 약을 먹고 디자인을 하길래 이런 기발한 디자인이 나오지 라는 생각이 드는 상품들이 백화점 가득 널려 있었다. 다음에 덴마크에 올 기회가 생기면 진짜 돈을 두둑하게 챙겨 와야겠다.
(일명 햄릿 성으로 불리는 크론보성)
(로스킬데의 벼룩시장 모습)
이런 북유럽 여행도 다음날 끝이 났다. 모든 여행이 그러하듯 아쉬운 것만 남은 여행이었지만 덴마크는 특히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정말 작은 나라지만 매력 덩어리 덴마크는 다음에 갈 기회가 다시 생기겠지.
(노란 벽이 맘에 들어찍은 사진. 로스킬데. 저기 벽에 붙어 있는 사람 같은건…. 기분 탓이겠지요.)
(옛날 바이킹 배를 복원한것. 이 배로 그린란드까지 다녀왔었다,)
(로스킬데의 요트 선착장)
(덴마크 코펜하겐 요새 공원. 날씨가 정말 좋았다. 앞에 취객같은 사람은…. 기분탓일 겁니다.)
(코펜하겐의 상징 인어공주)
(인어공주 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런 덴마크의 한국 6.25전쟁 참전비가 있지만 다들 인어공주만 사진찍고 바로 가버린다.)
(해체주의적인 인어공주. 신 항구 주변에 있다. 이 외에도 인어공주 상 2개가 더 있으니 잘 찾아보시길.)
(코펜하겐의 상징적인 관광지 뉴 하운. 여기서 울려퍼진 재즈음악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자유의 천국 크리스티아니아)
(왕실 보물 보관소 로젠보 성)
(블랙다이아몬드로 불리는 국립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