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6일 토요일

한국과 우크라이나, 커피와 차

한국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에 와서, 또 우크 사람이 한국에 가서 ‘오 의외인데~’ 하게 되는건 한국은 동양문화권인데 커피를 더 많이 마신다는 것이고 우크 사람들은 유럽문화권인데 차를 많이 마신다는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커피를 좋아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그런지 커피를 일찍 접했고 지금도 카페인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커피를 많이 마신다. 그리고 홍차도 우크에 살면서 많이 마신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향만 좋으면 마시는건 다 좋아한다. 커피도 차도 술도….

그래서 이번에는 커피와 차에 대해 쓰려고 한다. 무슨 처음은 커피와 홍차로 인한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한국인 수명연장에 관한 논문을 쓸 기세지만 그냥 주절거림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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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전통냄새 물씬 풍기는 홍차 사진)

위에서 이미 말 했듯이 우크라이나는 차의 나라다. 친구들과 같이 학생 식당이나 카페를 가면 거의 80%가 홍차 혹은 녹차를 마신다. 원래 슬라브 인들이 영국과 같이 유럽에서 차를 제일 많이 소비하는 민족으로 뽑힌다. (터키는… 음… 그냥 빼자.) 일인당 차 소비량을 인터넷에서 찾을 수는 없었지만 나는 러시아 인들과 우크라이나 인들이 상위권에 랭크 될 것 이라고 확신한다. 그럼 여기 사람들은 왜 커피가 아니라 홍차를 많이 마시게 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은 커피를 많이 마시는 국가들이 대부분인데. 그렇게 해서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 몇 가지 된다.

1)우선 지정학 적으로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차를 수입하기 수월하지 않았을까? 반면 커피는 주 수입통로인 터키가 러시아와 꾸준한 전쟁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으니 지속적인 수입이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주요 홍차 생산국인 중국과 영국(정확하게 영국 식민지 였던 인도와 스리랑카)과는 사이가 비교적 좋은 관계로 꾸준한 교역이 이루워졌을 확률이 높다.

2)차와 커피의 카페인 차이 때문이 아닐까? 러시아는 알다시피 추운 나라이다. 그럼 당연히 뜨거운 액체를 찾게 되는데 커피는 알다시피 카페인이 많이 들어가 있다. (아. 그램당 카페인으로 하면 홍차가 더 많이 들어가 있지만 차는 커피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 한잔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한잔당 들어가는 카페인은 훨씬 적어진다.) 그럼 생각해 보자. 하루에 7-8잔씩을 마시는데 카페인이 적게 들어가 있는 차가 몸에 더 적합하지 않겠는가? 겨울에 2-3시면 이미 해 지는데 커피 7-8잔씩 마시고 새벽까지 잠 못 이루고 멀뚱멀뚱 눈 뜨고 있는 것도 고역 아닌가? 근데 그렇게 따지면 커피를 많이 마시는 국가는… 아…. 스페인 사람들은 밤 늦게 까지 노는거 좋아하지.

3)음식과의 궁합 때문이 아닐까? 홍차와 커피는 식후에 항상 마시게 되는 음료다. 그리고 러시아 음식은 잘 알려진 대로 느끼한 음식들이 많다. 그런 느끼함 뒤에 크림 올린 커피(^^ 꼭 크림을 안 올린다고 해도 커피는 사실 자체 기름이 많다.) 가 낫겠는가 아니면 설탕에 레몬 한조각 올린 차가 낫겠는가?

그럼 이나라 사람들은 차를 어떻게 마실까? 우선 전통적으로는 홍차를 많이 마신다. 근데 요즘에는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가 많이 퍼지면서 녹차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뭐 차야 티백으로 편하게 마시게 잘 나오니까 별 건 없지만 주로 달콤한 케익류나 사탕 과자등과 같이 먹는다. 차에는 설탕 혹은 잼 꿀을 넣어서 먹기도 한다. 게다가 녹차에도 설탕을 넣어 먹는다! (단거 엄청 좋아하네.) 그리고 한국에서 마시는것 보다 진하게 우려서 마시는게 차이라면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차이? Ча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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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한국을 보자. 한국은 전통적으로 차의 (특히 녹차의) 나라였지만 지금은 누가 봐도 커피의 나라이다. 몇백년 차를 마시다가 고종황제때 들어온 커피이후로 온 나라가 이제는 커피를 마신다. 이성한테 대시할때 쓰는 아주 전통적인 말 ‘ 한잔 할래요?’ 라고 하면 이제 그 누구도 커플이 마주앉아 연꽃잎차로 다도를 즐기는 모습이나 전통찻집에서 국화꽃차를 마시며 풍류를 즐기는 모습은 상상하지 않는다. 대부분 카푸치노와 휘핑크림올린 카페라테와 치즈케익을 즐기는 모습을 상상한다. 어찌하다 차라고 말하고 커피를 마시는 광경이 된 것일까?

커피의 역사라는 책에 보면 커피의 상반되는 음료로 포도주를 뽑는다. 다분히 문화적인 측면에서 본 상반된 음료라고 생각된다. 커피-중동-이슬람-카페인으로 인한 각성효과, 포도주-유럽-기독교-알콜로 인한 취기. 이런 면에서 반대로 포도주를 뽑았었다. 근데 그 책을 보면서 왜 차를 상반되는 음료로 뽑질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말하듯 차-인도와 중국-불교와 유교-각성효과와 상반적으로 맘이 느긋해 지고 편해지는 효과로 봐도 충분히 반대되는 입장이고 그리고 전통적인 시각에서는 차가 커피의 상반되는 음료로 뽑혔어야 하지 않았을까 한다. 공통점은 무알콜이고 식후에 주로 마시게 된다는 점? 어찌 보면 커피-포도주로 반반 나누는게 아니라 삼등분을 해야 하지 않을까? 커피-차-포도주. 천하삼분지계로….ㅎㅎㅎ (마떼는 짜져있으라고 하고…)

여튼 그럼 한국은 왜 커피를 더 많이 마시게 되었을까? 그것에 대한 내 결론은 2가지다.

1)한국 전쟁이후 차 기반 시설은 다 무너진 것에 비해 커피는 외국 지원으로 지속적으로 들어오지 않았을까? 그리고 미제(를 포함해 서양거는)는 다 좋은거라는 사대주의적 생각에 커피를 즐기기 시작했을것이다.

2)70-80년대 급격한 경제 발전때문에 노동강도가 높은 사람들이 피곤을 이기기 위해 커피를 다량으로 마시지 않았을까? 그리고 인이 박혀 버렸겠지.

근데 아니러니컬 한건 한국에 커피가 처음 들어온건 홍차의 나라 러시아를 통해서 였다고 한다.  그럼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커피를 전에는 어떻게 마셨을까? 다른 서유럽은 오스트리아 제국이라는 완충지를 통해서 커피(와 그 문화가)가 전달되다 보니 여러 방식의 커피 마시는 방법이 전해지고 만들어 졌지만 러시아 지역은 터키로 부터 직수입을 해서 그런지 터키방식의 커피를 많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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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방식의 커피)

터키커피에 설탕을 넉넉히 넣어 달달하게 마신다. 근데 지금은 뭐 여기도 블럭마다 카페가 생길 정도로 (서유럽식)카페들이 많이 생겼고 간편하게 인스턴트 커피를 즐기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커피를 마시기 쉽지 않다.

차와 커피 한국과 우크라이나. 서로 엇갈린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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