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7일 월요일

키. 더. 태 (발렌시아)

(천재: 빠에야, 응? 산티아고 칼라트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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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인상

발렌시아는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온 도시였다. 하지만 다른 스페인 도시들에 비해 다른것이 있었는데 바로 ‘습도’. 발렌시아는 바다에 접해 있는 항구도시여서 그런지 습도가 엄청나게 높았다. 햇빛이 내리쬐는 2시경에 나가면 정말 숨이 컥컥 막힐 정도였다. 대체적으로 건조한 스페인에서 습한 발렌시아에 들어오니 불쾌지수가 늘어남을 몸소 느꼈다.

발렌시아. 이상하게 맘에 드는 이름이다. 발렌시아. 왠지 우아해 보인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건가?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을때 역시나 이른 아침이어서 관광오피스는 열지 않았다. 그래서 어디서 지도를 구할까 하며 거리로 나섰는데 터미널 옆에 큰 5성 호텔이 있었다. 무슨 배짱인지 그냥 들어가서 리셉션의 직원에게 물어봤다. 저기 도시 지도 있나요? 그지꼴을 한 여행객에게 생글생글 웃으면서 지도를 건내준다. 그리고 여기가 어디인지 주요 관광지들은 어디 있는지 까지 상세하게 알려준다. 역시 친절하다.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주변 공원에 앉아서 지도를 둘러보았다. 지도상으로 느낀 점은 옛 구시가를 중심으로 빙 둘러서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 옛날에 남아 있던 성벽을 없애고 거길 공원으로 만들었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구시가 쪽으로 발을 돌리는데 그 공원은 알고보니 강을 막아서 만든 공원이었다. 강의 물길을 다른쪽으로 보내고 강이 지나가던 곳은 공원이 되어 있었다. 놀라운 발상이다. 강을 막아서 공원을 만든다. 흥미로운 도시군 은 발렌시아에 대한 첫인상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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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빠에야

스페인의 유명한 음식에는 빠에야가 있다. 빠에야는 쉽게 말하면 해물 볶음밥 정도 되겠다. 그 빠에야의 고향으로 발렌시아를 뽑는다. 항구도시여서 해물이 많아서 인가 보다. 그래서 발렌시아에서 나는 꼭 오리지널 빠에야를 먹어보리라 각오를 하고 점심쯤에 식당마다 빠에야를 하는 곳을 찾아다녔다. 주로 빠에야를 하는 식당을 보면 대다수의 식당이 ‘빠에야 도르’(회사이름이 이랬던거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다.) 라는 회사의 빠에야를 판매하고 있다. 메뉴판이 다 똑같다. 그래서 그 체인회사에서 물건을 받아서 빠에야를 하는 식당은 우선 제외 시켰다. (나름 먹는거 따지는 사람이다.ㅋㅋㅋ) 그리고 일반적으로 하는 빠에야는 가격이 좀 비쌌지만 들어가서 물어보면 언제나 같은 대답. 저희는 2인분 이상 시켜야 빠에야 주문이 가능합니다. 헉…. 두명이상이어야 빠베야가 가능하단다. 그래서 나는 필사적으로 빠에야를 같이 먹을만한 사람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발렌시아는 유명하지 않은 도시어서 그런지 한국사람은 둘째치고 동양인은 보이지도 않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나 혼자라도 2인분 한번 시켜볼껄 그랬나 하는 후회는 든다. 결국 나는 여행떠나기 전날 마드리드에서 빠에야를 맛보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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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성당.

역시나 도시 중심건물은 대성당이다. 발렌시아의 대성당은 고딕양식의 큰 성당이 있고 그 뒤에 바로코 양식의 좀 작은 성당이 있다. 아침일찍 찾아가서 그런지(그래도 9시 좀 넘은 시각이다.) 미사준비를 하고 있었고 성당의 입장료는 무료였다. 원래 스페인 대성당들은 미사시간이 있는 아침과 저녁시간은 신자들을 위해 공짜로 입장이 가능하다. 그러니 다들 아침일찍 일어나서 미리 준비하고 성당 미사시간에 맞추어 들어가면 입장료라도 아낄 수 있으니 참고 하시길.

내가 오히려 관심있게 본 성당은 대성당이 아니라 그 뒤에 있던 바로크 양식의 성당이었다. 성당=고딕 이라는 스페인의 법칙을 벗어나 오랜만에 바로크 양식의 성당을 봐서 그런지 오히려 우와~ 하면서 봤다. (물론 고딕성당이라도 외부 모습만 그렇지 내부 모습은 바로크에서 신고전주의 까지 양식은 다양하다.)

성당앞은 까페와 식당들이 많고 교통량이 많은 광장이므로 복잡했었다. 거기에 사람구경도 하고 쉬기도 하려고 광장 가운데 공원에 앉았다. 복숭아를 분수에서 씻어서 먹고 있었다. 근데 내 맞은편에 앉아 있던 자전거 여행 커플도 같이 복숭아를 꺼내서 먹기 시작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웃으면서 복숭아를 꼭 건배하듯이 살짝 들어올린다. 나도 웃으면서 응수해 주었다. 이런 사소한 여유가 스페인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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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카페, 레스토랑

내가 키예프에서 살다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스페인에는 정말 카페와 레스토랑이 많다. 먹는걸 좋아하는 민족인가 보다. 한국도 식당 많기로는 지지 않는 나라이지만 스페인도 한집 건너 식당이나 카페, 맥주집이다. (카페와 맥주집의 경계가 좀 모호하다만.) 내가 점심으로 항상 먹는 보카디요도 주로 카페에서 맥주와 함께 먹었다. 여유있게 노천 카페에서 수다를 떨면서 커피를 마시거나 식당에서 진지한 대화를 나누면서 밥을 먹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나같이 돈없이 다니는 극빈자 여행객은 그림의 떡일지라도 (식당에서 그렇게 먹으면 돈이 후덜덜이라…) 한번쯤 해볼만한 일인거 같다. 우리 흔히 생각하는 ‘유러피언’ 이라는 말에는 저 모습도 들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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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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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예술과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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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있는 사진들은 발렌시아의 야심작 예술 과학센터이다. 발렌시아의 구시가지에서 볼것들을 다 보고 이제 뭐할까 하고 지도를 폈는데 이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거리상 크게 멀지 않을 것 같아서 슬슬 걸어갔는데 한 20분을 걸었을까 저 멀리 우주적인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와!’ 하면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한 낮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면서 하얀벽들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돌들로 지어진 구시가지에서 있었는데 갑자기 우주로 날라와 버린 느낌이었다. 정말 과거와 미래가 현대에서 만나고 있었다. 이 건물을 디자인 한 사람은 누구일까. 집에 도착해서 검색해보니 스페인의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의 작품이었다. 인터넷에서 이사람의 작품을 보고 있으려니 가우디의 후계자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비슷한 보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우디가 좀더 단순화 되었다고 할까.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칼라트라바의 성 요한 성당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을것이다. 정말이지 이런 초현실적인 건물들은 도심에 지을 결정을 한 발렌시아 시청에 무한한 존경을 표한다.

초현실 하니까 생각나는데 스페인의 예술가들은 언제나 항상 앞서 나간 사람들이 많았다. 엘그레코가 그랬고 고야도 그랬다. 살바도르 달리도 있고 음. 피카소 역시 스페인 태생이다. 건축에서는 역시나 가우디. 그리고 앞서 말한 칼라트라바가 있겠다. 다들 자신들의 분야에서 새로운 장을 연 사람들이다. 문화계의 콜럼버스라고 할까. 이렇게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들 덕분에 스페인인이 3대 관광대국으로 꼽히는 원천이 되는것이다.

 

스페인의 다른 도시 빌바오에서도 잘 알 수 있듯이 앞으로 몇년안에 사람들이 발렌시아를 찾는 이유가 빠에야를 먹기나 축구보기 등이 아닌 이 건물을 보기 위해서 올 것이라는 데에 내 손목과 전재산( ‘-‘ 통장?^^)을 건다. (응?) 주력산업이 다른 나라에 밀리면서 쇠퇴해가는 빌바오를 관광객이 넘치는 도시로 바꾼건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구겐하임 미술관 덕분이었다. 과거 도시들의 상징과 자부심을 나타내는 것이 대성당 이었다면 현대에서는 이런 문화센터와 공공건물들이 그 도시의 힘을 보여주고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난 믿는다.

이런 멋진 건물앞에서 서면 항상 생각하는게 왜 이런 건축작품들이 한국에는 없을까 하는것이다. 한국을 소개하는 (주로 정부에서 나오는) 책자들을보면 꼭 나오는 말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이라는 수식어이다. 도대체 어딜 봐서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져있다는 것일까? 한국에서 전통은 이미 깔아뭉개 버린지 오래이고 현대적인것은 따라가기 버거운데. 20-30층 짜리 닭장 아파트 옆에 옛날 궁궐하나 있으면 전통하고 현대가 어우러져있는 건가? 자하 하디드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안에 옛 서울 성벽구간을 복원하는 건 전통과 현대를 어울리게 하는 게 아니라 상극을 붙여놓는 거란 말이다 이 공무원들아. 하긴, 나름대로 잘 포장을 하면 잘 될것 같기도 하다마는….  근데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예술가에게 맡겨놓을 일을 공무원들이 처리하는 한국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다.)

나는 내나라 한국이 절대 이런것을 지을 수 없는 약한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근데 한국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다른 선진국들도 다 가지고 있는데 왜 한국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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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 해변가를 말타고 순찰도는 경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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