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29일 목요일

1주일간의 유럽여행(자그렙)

이제 마지막 도시 자그렙만 남았네요. 자그렙은 크로아티아의 수도입니다. 작은 도시라서요 지하철도 없고 북적거림도 없지만 나름 매력있는 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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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유

자그렙은 사실 처음 여행계획을 세울 때 생각하지도 않았었던 도시 였다. 하지만 프라하에서 부다페스트로 돌아오는 버스티켓을 잘못 사버리는 바람에 부다페스트에서 너무 많이 있게되서  주변국가 한곳 갈 만한 곳을 찾고 있었다. 그래서 결정난건 크로아티아의 자그렙. 자그렙까지는 버스가 없는 관계로 기차로 이동하기로 했다. 아무런 기대도 정보도 없이 가는 자그렙이었지만 기차에서 만난 크로아티아 인의 열성적인 소개로 대략적인 관광지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도착한 시간은 저녁 11시경. 기차역에서 내려서 어두컴컴한 시내를 바라보는데 한숨이 확 나왔다. 다행이도 무료로 배포하는 지도를 구할 수 있어서 우선 야경을 보기로 했다. 그렇게 자그렙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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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프라하와 자그렙

앞서 이야기 했듯이 자그렙은 정말 작은 도시 이다. 반나절이면 시내를 다 돌아다닐 수 있다. 밤 늦게 도착해서 시내 돌아다니면서 노숙을 한 나는 이미 밤동안 볼만한 것은 다 봤을 정도였다. 하지만 자그렙은 자그렙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었다. 음… 무엇인가 정리되지 않은 그러면서 프라하 보다 작고 아담하고 더 동화 같나고 할까. 음… 프라하가 잘 가꾸어진 어린이 놀이공원 같은 느낌이라면 자그렙은 약간 어수선 한 아이들 방 같은 느낌이다.  (물론 모든 사람마다 다른 느낌이겠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반면에 부다페스트는 남성적이고 웅장한 느낌이었다.) 저 위에 성당 지붕에 저렇게 기와를 까는 사람들 일는 생각이 드니 왠지 밝고 순수할 것 같다.  저 성당 때문이었을지는 모르지만 그냥 도시를 돌아다닐때 마다 다 장난 같다. 작게 옹기종이 모여 있는 건물들, 오래된 중앙 시장이라고 해서 봤더니 운동장 만한 시장. (물론 지하가 있긴 했지만) 부다페스트 같이 두 도시의 연합으로 만들어 졌다고 했지만 한국 한 동 하고 다른 동(洞)이 합친 것 보다 작은 면적. 여튼 그냥 다 장난스럽다. 빨간색과 하얀색의 체크무늬 국기도 그냥 장난스럽다. 그래서 가볍고 귀여워서 좋았다. 아 참고로 저 사진에서 왼쪽에 있는 2층 건물이 이나라 국회의사당 이다. 귀엽지 아니한가. 게다가 겸손하기 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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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노숙

앞서 이야기 했듯 밤에 늦게 도착해서 였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현지 화폐(쿠나)가 없어서 였다. 기차에서 만난 자그렙 주민이 역 주변에 있는 유스호스텔 까지 데려다 줬었는데 쿠나가 없어서 묵고 갈 수 없었다. 그래도 미리 부다페스트에서 20달러 정도 바꿔 노은 것이 있어서 그걸로 카페에 가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시키고 1시서 부터 4시 까지 죽치고 있었다. 마침 카메라 배터리도 나가서 충전도 해야 했었기 때문이다. 그러게 책읽는척 하면서 꾸벅꾸벅 졸다가 너무 눈치가 보여서 나왔고 아래 사진앞에 있는 광장 벤치에서 다시 꾸벅꾸벅 졸다가 깨고를 반복을 하니 어느새 해가 뜨고 있었다. 일요일이기도 해서 새벽에 일찍 시작하는 성당 미사에 참여하고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 생각보다 가뿐했었다. 꽤 쌀쌀한 날씨에도 입돌아가는 일 없이 나름 상쾌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노숙을 몇시간 노숙을 하고 나니 가끔 여행중에 (안전하기만 하다면) 노숙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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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한국 단체관광객

좁은 자그렙 구시가지의 골목을 헤메고 있는데 저 멀리서 동양인 한 무리가 다가 오고 있었다. 점점 가까이 오니 약 40~50대 아줌마 아저씨들이었다. 가이드는 현지 인이었는데 영어로 설명을 해 주고 있었다. 내가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는 가이드한테 미안함이 들 정도로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말하나 보다 하는 표정 하다못해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고 사진찍기 바뻤다. 신기한건 다들 사과 한봉지씩 사 들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중앙 시장에서 하는 사과가 정말 쌌다. 한 500원 정도로 1킬로의 사과를 살 수 있었으니 한국 아줌마들 오면서 다들 사셨나 보다. 나는 쪽팔리는 얼굴을 감추며 그 무리를 지나오는데 갑자기 좁은 골목을 울리는 “우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 하는 여자치고 낮은 저음의 웃음소리(저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울려오는 웃음소리) 가 온 골목을 울렸다. 좁은 골목에 바닥바닥 붙어 있는 건물의 앞뒤로 메아리가 울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우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 처음에는 엄청 쪽팔렸었다. 거리 노천카페에서 앉아서 아침을 먹고 있던 현지인들과 다른 관광객들이 하나둘 그 관광객들을 보기 시작했다. 다시 울리는 웃음소리. 뭐가 그렇게 웃긴건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카페에 앉아있던 사람들까지 어이없어 하다가 웃기 시작한다. 그리고 또다시 같은 웃음소리. 이젠 나도 웃겨서 웃었다. 정말 쪽팔리지만 멋있는 아줌마였다. 웃음소리 하나로 온 골목을 휘어 잡으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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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일본인

도시를 둘러보고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그냥 일찍 기차역으로 갔다. 거기 앉아서 책도 보고 꾸벅 졸기도 하는데 한 동양 여자분이 오고 있었다. 내가 앉은 벤치 앞에는 코인락커가 있었는데 그곳에 짐을 보관하러 온거였다. 근데 왜 하필이면 ‘고장’이라고 쓰여 있는 락커에 트렁크를 집어 넣는지… 그래서 내가 거기 고장났다고 하니까 화들짝 놀라면서 날 바라본다. 내가 그렇게 무섭게 생긴 사람은 아닐텐데 그렇게 놀라기 까지야……. 여튼 그래서 저쪽 락커는 고장 안났다고 하니 순순히 내가 지정해준 락커에 트렁크를 넣는다. 근데 이 여자 동전이 없었다. 뭐야……. 그러면서 나를 처다본다. ‘트렁크 내가 보고 있을께요. 환전소 다시 갔다 와요.’ 하니까 그제서야 웃으면서 ‘생큐~’를 외친다. 갔다 와서 한국 사람이냐고 물어보고 한국어로 ‘저 한국어 공부하고 있어요’ 란다. 얼. 그래서 나도 일본어로 ‘저도 일본어 공부해요’ 하니 일본 특유의 ‘에~에! 스고이~!’ 하는 감탄사와 함께 날 본다. 자기는 지금 2주째 여행중이고 자그렙 보고 바로 베네치아로 넘아간단다. 이런저런 관광지 이야기 해주니 여자가 가면서 일본 사탕을 하나 고맙다고 주고 간다. 그리고 다시 나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때 할일도 없었는데 시내까지 같이 가 줄껄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더 친해졌을텐데. 여행을 다니다 보면 확실히 일본 사람들하고 빨리 친해지는 듯 하다. 아무래도 문화가 비슷한 것도 있고 일본인 특유의 예의바른 모습이 거부감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근데 나는 한국사람하고 여행지에선 친해진 적이 없었던 거 같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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