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짜피 여행에 관한 정보들은 인터넷에서 많이들 얻으실 테니까 저는 아주 철저 이기주의 자기중심적 시각으로 여행간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볼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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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의 야경)
1)비행기.
언제나 비행기가 출발할 때는 약간 긴장이 된다. 그래도 남들만큼은 타 봤다 라고 생각하지만 비행기가 출발할 때 흔들림은 항상 나를 숨막히게 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가볍게 그 큰 동체가 사뿐이 올라가고 몇 초가 지나서 실가닥만 해지는 도로를 보고야 ‘휴~’ 하면서 진정이 된다. 1시간 반 동안의 비행이지만 가벼운 샌드위치와 주스, 커피를 준다. 그것을 다 먹으니 벌써 도착을 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2)숙소.
이번 여행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숙소를 한군데도 예약하거나 알아보지 않고 간 것이었다. 전날 늦게 까지 학교 과제를 하다보니 각 도시 정보 찾기에도 바빠서 숙소따위는 거기서 어떻게 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갔던 것이다. 헝가리 공학에 도착해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시내 중심지로 우선 나갔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는 관광에 관련된 자료만 주고 숙소에 관련된 자료는 주지 않았다. 그때 부터 직접 숙소들을 찾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우선 가까운 기차역으로 갔다. 그쪽으로 가면 왠지 숙소를 알려줄 삐끼 같은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하지만 장소를 잘못 잡은것인가 사람이 없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우연히도 저 멀리 호스텔 하나가 보인다. 들어가봤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가격보다 좀 비싸다. 우선 침대는 많이 있으니까 다른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기차역 주변을 약 4시간을 돌아다녔다. 결국 가볍게 저녁을 먹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우니 피곤이 몰려온다. 앞으로 프라하에서도 이렇게 찾아봐야 하니 걱정이 되긴 했다. 도시 관광정보를 얻기전에 숙소 정보를 얻어야 했었던게 맞았다. 관광 인포메이션 센터는 ‘관광’인포메이션 센터이다.
3)헝가리어와 다른 외국어
비행기에서 헝가리어로 된 잡지를 보았다. 한 페이지를 읽어보았다. 어떠한 단어도 유추해 낼 수 없었다. 헝가리어는 정말 different하고 difficult하다. 슬라브 민족 사이의 섬이 아닌 전 유럽 사이의 섬이다. 빠르게 대화하는 사람들의 말에서 어디가 단어의 끝이고 처음인지 모르겠다. 광고판, 전단지 등을 읽어보아도 단어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계속 듣고 있으니 귀엽다. ‘쾨쇠뇜köszönöm’. ‘고맙습니다.’라는 의미이다. 한국어 감사합니다 때문인지 쉽게 외워졌다. 그리고 유일하게 아직까지 남아 있는 헝가리 어이다. 쾨쇠뇜.
4)나이
나이덕분에 프라하 행 버스 티켓을 반값에 샀다. 많은 박물관들을 할인가격으로 관람한다. 그래서 느낀다. 아, 난 아직 어리구나.
(부다페스트 거리)
5)이쉬트반 대성당과 엘비라.
부다페스트 중심에 위치한 화려하고 큰 대성당. 헝가리의 스테판(이쉬트반)성인을 기리는 성당으로 상징적인 성당이다. 성당안에는 성인의 손목 뼈가 있이다. 그 화려한 성당의 내부는 관광객들의 사진촬영과 성당내부를 설명하는 가이드의 낮은 목소리로 어수선 해 보였지만 약간 어두운 조명과 중앙에 위치한 사람을 사로잡는 제대는 곧바로 모든 집중을 제대로 향하게 했다. 역시나 성당안은 시원했다. 하늘을 향한 높은 천장에 들어오는 빛은 비교적 적어서 언제나 성당안은 여행자들의 최고의 휴식공간이다. 게다가 조용하고 의자까지 비치해 두었으니. 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햇볓에서 쉬고 싶었다. 그래서 화려한 신고전주의 성당을 나와 넓은 성당 앞 광장 한편에 조촐히 마련된 벤치에 앉았다. 성당을 빤히 바라보며 쉬고 있는데 옆에서 들리는 친숙한 언어… 옆에서 대화하는 두 사람은 러시아어로 대화하고 있었다. 헝가리어만 하루 종일 듣다가 오랜만에 듣는 러시아어가 반가워서 그 두 여자와 인사를 했다. 종종 생각하는 거지만 내가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갔는데 거기서 한 흑인이 나한테 한국어로 (그것도 유창하게) 말을 걸어 온다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아니라 이 두 사람이 운이 좋은 확율이 더 높다. 둘은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중부유럽대학교(CEU)에서 교환학생으로 같이 공부를 했었던 사이로 한 명은 우크라이나 사람이고 다른 한 명은 우즈베키스탄 사람이었다. 그렇게 서로 인사를 하고 어느나라에서 왔는지 설명을 하는데 갑자기 다른 한 여행객이 오더니 ‘어! 너도 우크라이나에서 왔어?’ 하면서 반갑게 물어본다. 그렇게 서로 반가웠는지 빠르게 대화를 해 나갔다. 부다페스트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헤어졌다. 그리고 나는 다시 땀을 식히기 위해 성당에 다시 들어갔고 모두 헤어졌다. 성당에서 나와 이제 세체니 다리를 향해 가는데 길에서 다시 우크라이나 여자애를 만났다. 이름은 엘비라. 흔하지 않은 이름이다. 엘비라가 반갑게 인사하며 자기네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잔다. 원래 학생식당은 양많고 싸기로 유명한지라 같이 가서 밥을 먹기로 했다. 엘비라는 이곳에서 정치학을 공부했었다. 현재는 졸업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엘비라와 함께 밥을 먹으며 여러가지 정보도 듣고 부다페스트의 건축 스타일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나중에 우크라이나에서 만나게 되면 더 자세하게 알려달라는 말과 함께 헤어졌다. 한 두시간의 짧은 인연이었지만 백인스럽지 않은 흐릿한 쌍커풀과 수수한 스타일이 인상깊은 사람이었다.
6)도시, 다리, 통합
세체니 다리는 부다페스트의 상징중의 하나이다. 두나강(흔히 다뉴브나 도나우 강이라고 하는데 헝가리에 왔으니 헝가리 어로 ‘두나’라고 쓴다.)을 중심으로 왼쪽에 있는 부다 시와 오른쪽에 있는 페스트 시를 연결시켜준 첫번째 다리이다.
이 다리로 두 도시의 생활권은 좁아졌고 결국엔 부다페스트라는 한 동시로 통합을 이뤄내는 결과가 만들어 졌다. 이런 통합에 앞서 반대의 목소리도 많았을 것이다. 봉건시대를 거치면서 국민이기보다 시민이라는 개념이 더 우선시 되고 중요한 유럽인들에게 도시의 통합은 사실상 자신의 세계와 타인의 세계가 통합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용기있는 통합으로 지금은 다뉴브 강의 진주라는 별칭과 한 나라의 수도로 웅장한 자태를 뽑내고 있다.
7)미술관과 온천
부다페스트 하면 유명한것이 또 온천이다. 목욕문화에 심취해있는 한국인이라면 부다페스트에서 꼭 해야 할 것으로 온천을 꼽기도 한다. 부다페스트에서 유명한 온천은 세체니 온천이 있다. 워낙에 유명한 온천이니 설명은 안한다. 그리고 나도… 갈 생각이 없었으므로 들어가지도 않았고 그저 외관만 사진찍고 말았기에 할 말도 없다. 그 대신 온천에서 멀지 않은 국립 미술관을 갔었다. 나는 여행을 다닐 때 마다 될 수 있으면 그 도시의 미술관은 꼭 보고 오자는 주의여서 부다페스트에서도 지도에서 먼저 국립미술관을 찾았었다. 대부분의 수도에는 항상 국립미술관이 있으니… 아… 서울은 아니구나……-_-;; 여튼 그럴 확률이 높으니 미술관은 찾아보길 바란다. 국립미술관은 영웅광장의 왼편에 위치해 있다. 영웅광장에서 위로 더 올라가면 세체니 온천이 있다. 우선 넓직한 영웅광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옆에서 한국어가 들린다. ‘수영복 챙겨 왔지?’ 온천 가시는 분이신가 보다. 그리고 나는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미술관에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다들 온천으로만 가고 옆에 신전처럼 서 있는 미술관은 관심이 없나보다. 갑자기 아까 들은 한국어가 생각났다. ‘수영복 챙겨왔지?’ 과연 이 미술관에 오기위해 준비해온 사람이 있을까? 이곳에 전시되어 있는 것들 중에 유명한게 뭐가 있는지 검색이라도 한번 해 본 사람이 있을까? (물론 나도 해보지는 않았지만.) 미술관을 돌아다니다 보면 현지 언어를 제외하고 제일 많이 들리는 언어는 프랑스 어였던거 같다. 내가 갔을때 마다 우연히 프랑스 인들이 많이 온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총 4곳의 미술관(부다페스트 2곳, 프라하 1곳, 자그렙1곳)에 갔었는데 3곳에서 그랬다. 역시 프랑스 인건가. 그래도 흔이들 생각하는 문화의 나라 하면 생각나는 나라 아닌가…(나만 그런가?) 그래서 드는 생각은 아마도 그 사람들은 미술이라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을 수도 있겠다라는 것. 옛날 부터 미술중심지로 유명한 나라이니. 추가 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4곳의 미술관에서 한국인을 본 적은 한번도 없다. 프라하에서 유일하게 일본인을 한명 본 것 말곤 동양인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놀러와서 고리타분 하게 무슨 미술관이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힘들게 다른 나라에 왔는데 그저 유명한 관광지나 휙 둘러보고 가긴 아깝지 않은가? 아무리 수박 겉 핥기 여행이지만 이왕 핥는거 한두 군데만 핥지 말고 전제적으로 핥자는 말이다.(어감이 이상하다만…….) 문화는 만들어 져 있는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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