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5일 월요일

한페이지에 적어보는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길

10월 초-중순 2주동안 산티아고에 다녀왔습니다.

포르투갈의 포르투에서 시작해 산티아고까지 갔다왔는데 기록도 남겨두고 정리도 해 둘겸 한페이지에 쏙 모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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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포르투인데 워낙에 이뻐서 가기 싫었지만 비행기표가 산티아고 출발이라 떠나야했습니다.


일정 : 10월 6일 - 10월 22일

순수하게 걸은 날 : 총 12일


포르투에서 시작하는 포르투갈길(원래는 리스본 시작)은  기본적으로 센트럴(내륙)길과 해안길 두개의 길이 있고 나중에 에스피리투알(영적)길이 더 있습니다.(폰테베르다에서 갈라짐)

저는 바다를 좋아해 해안길을 선택했습니다. 내륙길은 하루이틀 일정이 더 짧은 대신 산을 종종 지나야 하고 해안길은 일정이 내륙길 보다 좀 더 긴대신 길이 편합니다.

두 길은  레돈델라(Redondela)라는 마을에서 합쳐집니다.

Routes-and-options-Camino-Portugués

이 지도를 보시면 루트가 감이 오실겁니다.

저는 포르투-빌라두콘드-에스포젠드-비아나두카스텔루-(여기서부터 스페인)아과르다-바이오나-비고-레돈델라-폰테베르다-칼다스데레이스-파드론-오미야도이로-산티아고 루트였습니다.


0일차 (포르투 관광)

크레덴셜은 포르투 대성당에서 판매합니다.(2유로) 대성당 들어가시면 안에 매표소가 하나 있는데 거기 직원에게 사시면 됩니다.

저는 포르투 공항으로 도착하였기 때문에 공항 안에 있는 보다폰에서 보다폰 심카드를 사서 장착했는데 포르투갈과 다른 EU국가들(스페인 포함)에서 모두 사용 가능합니다. 10유로에 3기가 데이터가 들어가 있는걸로 샀습니다. 공항에서 시내 들어갈때 교통카드인 안단테 카드를 사게 되는데 그게 종이카드이지만 충전이 가능합니다. 그러니 한번 쓰고 버리지 마시고 포르투 시내 구경하시거나 다음날 지하철로 마토지뉴스로 이동하실때 쓰시기 바랍니다.(근데 기계에서 재충전 하는게 좀 복잡하긴 합니다.)



1일차 포르투-빌라 두 콘드, 2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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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에서 지하철을 타고 마토지뉴스까지 가서 거기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포르투도 도시가 커서 도시를 빠져나오는데 근 하루가 걸려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습니다.

길은 나무데크가 끝없이 이어지는 길입니다. 중간중간 바 나 카페가 종종 있어서 쉬기도 좋습니다. 계속 나무 데크만 걸어가서 길이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숙소 : 산타클라라 알베르게(Albergue de peregrinos Santa Clara, 공립, 7.5유로)

- 세탁기&건조 비용이 쌉니다.

-공립이지만 샤워실도 따로 되어 있고 좋습니다.

-부엌도 있고 가까이 마트도 있어서 요리를 해서 먹을 수도 있으나 근처 식당 순례자 메뉴도 쌉니다.

하루 지출 비용 : 39.5 유로


2일차 빌라 드 콘드-에스포젠드, 2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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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부주의 한 이유도 있겠지만 초반에 화살표 표시가 그닥 섬세하게 되어 있다고 생각들지 않았습니다. 도시에서 빠져 나가는 일 잘 숙지하여야 합니다.

에스포젠드에 전 마을인 팡에 가기 전에 해안 옆 숲길을 걷는 구간이 있는데 거기는 쉴만한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미리 지도 보시고 마지막 바에서 충분히 휴식 하시고 에스포젠드로 가시시 바랍니다.

숙소 : 11호스텔 (사립, 10유로)

-침대마다 충전할수 있는 콘센트가 있어서 좋음.

-부킹.컴에서 검색하면 11~12유로로 나오는데 전화해서 물어보면 10유로라고 함.(아마 순례자 할인일 수도…)

-시내에 있어서 위치는 좋음

-빨래를 널 공간이 응달이라 잘 안마름.

-인원에 비해 샤워실이 부족한듯 하지만 매우 청결함. 직원들이 자주 물기를 닦고 정리를 한다.

하루 지출 비용 : 32.28유로


3일차 에스포젠드-비아나 두 카스텔루, 2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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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산길을 걷습니다. 그러다 보니 쉴만한 곳이 없고, 바는 주로 길에서 떨어져 있어서 거기까지 따로 가야합니다. 점심을 간단하게 준비해 가시길 추천합니다.

비아나 두 카스텔루는 볼만한 곳이 많습니다(나름 대도시입니다) 특히 산 정상에 있는 대성당은 가서 볼만합니다.(위 사진 성당. 저 장미창이 이베리아 반도에서 제일 크다 합니다.) 그리고 그 성당 옆에 알베르게(공립?)도 운영중인데 갔다온 사람의 말에 의하면 시설도 모두 새거라 좋다고 합니다. 산 정상까지 케이블카가 운행됩니다. 편도 2유로, 왕복 3유로 입니다만 운행시간이 일찍 끝나니 미리 시간 알아보시고 가시기 바랍니다. 이곳 알베르게에 머무르게 되신다면 꼭 노을도 보시기 바랍니다.

숙소:Hi 호스텔(사립, 11.05유로. 50센트가 아니라 5센트임. 이해할수 없는 5센트.)

-호스텔은 거대함. 예전 유행하던 거대한 크기의 유스호스텔 스타일.

-조식 포함되어 있음. 일찍 떠난다고 하면 빵이랑 이것저것 팩에 담아서 준비해줌.

-침대랑 (쓸일은 없지만)가구들이 좀 낡았음. 시설이 관리는 잘 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낡은 느낌이 있음.

-침대는 나무 2층 침대. 방 하나에 4명 숙박.

도시 진입하자마자 있어서 지쳐서 시내까지 들어가기 싫은 사람한테 좋음. 단 그만큼 시내를 나가려 하면 좀 걸어야 함.

하루 지출 비용 : 39.99유로


4일차 비아나 두 카스텔루-아 과르다, 3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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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포르투갈을 떠나 스페인에 진입하게 됩니다. 겨우 강 하나 건넜다고 1시간이 빨라집니다. 시차 때문에요. 그리고 포르투갈의 카미냐마을에서 스페인의 아 과르다를 다니는 페리는 아침 늦게 운행을 시작합니다. 따라서 강을 건너가실 분들은 힘내셔서 까미냐에서 멈추지 마시고 그냥 아 과르다까지 이동하시는게 좋습니다. 그래야 아 과르다에서 아침 일찍 길을 나설 수 ㅣ있으니까요. 페리 표 값은 1.5입니다. 길은 31킬로(루트에 따라 그 이상)이 넘습니다. 미리 아침 일찍 가시고 중간중간 자주 쉬어 주시길 추천합니다.

숙소 : 공립 (5유로)

-전형적인 갈리시아 공립 알베르게(이케아 철제침대, 베드벅방지를 위한 고무 시트, 칸막이 없는 공동 샤워실… 등등)

-하지만 가격이 5유로인데 더 뭘 바라겠음.

-위치는 좋으나 마트가 멀리 있음

하루 지출 비용 : 22.54유로


5일차 아 과르다-바이오나, 3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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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중간에 오이아마을이나 무가쉬에서 머무르려 했으나(아니 애초에 계획은 카미냐에서 자고 가는거라 거기까지 가는거 였음) 아 과르다에서 출발하는 바람에 너무 거리가 짧아져 그냥 바이오나까지 갔습니다. 2일 연속으로 30km를 걸으니 다리가 엄청 힘들어 했습니다. 해안을 따라서 가는데 풍광이 굉장히 황량합니다. 이래서 무슬림들이 이베리아 반도 정복했을 때 이 땅은 그냥 버렸나 할정도입니다. 오랬동안 아스팔트 길을 걷는 구간입니다. 그리고 바이오나 마을을 가기 전에 산 하나를 넘습니다. 바이오나는 콜럼버스가 신대륙항로를 발견하고 돌아온 항구로 유명합니다.

숙소:에스텔라 도 마르 (사립, 15유로)

-갔을 당시 오픈한지 3개월 밖에 안된 알베르게라 시설이 깨끗하고 좋았음.

-근데 침대 갯수에비해 화장실은 남녀 각각 1개씩(샤워실도 1개씩)이라 아마 성수기때는 좀 힘들듯.

-직원아주머니는 친절하나 영어가 안됨.(영어 되는 직원이 있긴 하나 시간별로 교대하는듯)

하루 지출 비용 : 38.11유로


6일차 바이오나-비고, 2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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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카미노 길에서 떨어져 그냥 해안을 따라 죽 걸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카미노 길이 어떤지 모르지만 덕분에 좀 오래 걸리긴 했지만 길이 편했습니다. 단 니그란 이후 까미노길로 잠깐 갔는데 거기는 계속 아스팔트(자전거길)가 시작되어 계속 아스팔트길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비가 많이 온 날이었고(그동안은 날씨 운이 좋았는지 비를 안맞았습니다.) 이전 2일을 30km이상 걷다보니 매우 지치고 짜증이 난 상태로 비고에 들어갔었습니다. 길도 편하지 않았었구요. 거기에 숙소도 최악이었고, 이날이 신대륙 발견기념일 이었나 여튼 공휴일 이어서 가게, 마트 다 닫고 여튼 최악의 날이었습니다.

숙소:라플란디아(Lapplandia, 16유로, 조식포함)

-여지껏 포르투갈길에서 만난 개인적으로 최악의 숙소. 나는 당시 모든 호스텔들이 다 차있어서 어쩔 수 없이 남은 여기를 갔지만 비추천.

-전화로 예약을 하고 갔었음.

-가족이 운영하는 호스텔이라 어린애들도 있음. 내가 갔을때는 친구들까지 데려와 엄청 시끄럽게 놀았음.

-처음 만나는 3층 침대.

-화장실도 디자인은 이쁘나 관리가 안되는 모양새.

하루 지출 비용 : 37.15유로


7일차 비고-레돈델라, 1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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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해안길과 산길이 나누어져 있는데 호스텔 주인 아줌마의 강려한 추천으로 산길을 갔습니다. 가보니 저도 강추합니다. 비고-레돈델라 길은 해안길이 공업지대와 조선소를 지나가게 되어 별로라고 합니다. 산길은 처음 경사 높지 않은 언덕만 올라가면 그 이후부터는 죽 평지나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좋은 뷰도 덤이구요. 레돈델라서부터 포르투갈길의 내륙길과 해안길이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부쩍 순레자들이 늘어난 느낌이었습니다. 이후부터는 그냥 맘 편하게 사립 호스텔에 예약 걸어두고 걸었습니다.

숙소:아 콘세르베이라(A Conserveira, 10유로)

-시설도 좋고 구조가 단순한 알베르게였음

-큰 방에 커튼으로 4명씩 나눠지는 구조. 심리적으로는 방 같은 느낌이지만 소리에는 취약.

-개인 콘센트 모두 있음

-시설에 비해 10유로면 싸다고 생각됨. 하지만 세탁기&건조기 돌리는 가격은 길 건너 코인세탁소가 더 쌈.

하루 지출비용 : 32.9유로


8일차 레돈델라-폰테베드라, 1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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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간 길은 굉장히 평이 합니다. 큰 언덕도 없고 간간히 아스팔트길에 주로 숲길, 포도밭길들을 걷습니다. 구간도 짧고 큰 어려움 없는 구간이었습니다. 폰테베드라는 (순례자들에게는)되게 대도시입니다. 식당도 많고 사람도 많습니다. 하물며 버거킹까지도 있습니다.

숙소:슬로우 시티(17.5유루)

-숙소가 다 차 있어서 17유로짜리 비싼곳을 갔지만 시설은 ㅇㅋ.

-여기도 이날 다 예약되서 도시 도착했을때 이미 다 찼다는 팻말이 걸려 있었음.

-침대 갯수도 많지 않고 깔끔한 인테리어에 편안한 느낌이었음. 단 욕실 문이 더럽게 무거움.

-캡슐커피 무료. 시리얼 같은 간단한 조식 포함.

하루 지출비용 : 44.05유로 (여기서 부터 먹는데 돈을 많이 쓰기 시작했습니다. 유명한 식당들 찾아가고… 참고해 주세요.)


9일차 폰테베드라-칼다스 데 레이, 2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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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가는데 고생이었지만 길 자체는 여전히 평이 합니다. 전날과 같이 아스팔트, 숲길, 밭길을 걷습니다. 단 중간에 영적길(에스피리투알)로 빠지는 길이 있습니다. 중간에 그쪽으로 가실 분들은 잘 보고 가셔야 합니다.

숙소:라 토레 호스텔(11유로)

-일반 아파트를 호스텔로 개조해 영업하는 곳. 그러다보니 별도의 리셉션이 없어서 옆 알베르게에서 대신 해줌.

-그대신 침대는 모두 1층 침대에 화장실도 좋음.

-세탁기를 그냥 사용할 수 있음. 단 건조는 따로 해야 함. 나는 날씨가 이날 안좋아 세탁기만 돌리고 건조기는 코인세탁소에서 돌림.

하루 지출 비용 : 50.98


10일차 칼다스 데 레이-파드론, 1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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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다 숲길입니다. 아주 높지 않은 산 하나를 넘습니다. 경사가 급하지 않아 가기는 편한편입니다. 파드론에는 야고보 성인의 시신이 담기 배를 정박시킨 돌이 있는곳입니다.(시내 산티아고 성당 제단 뒤에 있습니다 가까기 가서 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 산티아고 성당에서 도장을 받고 Gadis마트 주변에 있는 관광안내소 가시면 파드론에서 발행되는 순레증을 별도로 받으 실 수 있습니다. 잊지말고 받아가세요. 하물며 무료입니다. 그리고 파드론은 고추요리가 유명합니다. 여기까지 오신김에 한번 타파스로 맛보시는것도 추천합니다.

숙소:바르카 데 페드라(A Barca de Pedra, 12유로, 간단한 조식포함)

-새로 개장한지 얼마 안되보이는 깨긋한 숙소.

-방이 여러개 있으나 방 마다 침대 갯수는 많지 않음.(4-6 정도인듯)

-와이파이가 그닥 잘 터지지 않음.

하루 지출비용 : 52.64유로


11일차 파드론-오 미야도이로, 1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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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드론에서 산티아고까지는 하루에 갈만한 거리이긴 합니다만, 저는 아 과르다에서 하루 절약해둔게 있어서 여기서 나눠서 갔습니다. 산티아고가 꽤나 산위에 있다보니 오 미야도이로까지 계속 완만한 언덕을 올라갑니다. 계속 올라갑니다. 오 미야도이로는 사실상 산티아고의 위성도시 같은 느낌입니다. 약간 신도시 느낌이 납니다.

숙소:미야도이로(14유로)

-이번 카미노에서 만난 숙소들 중에 최고.

-시설도 좋고 와이파이 빵빵하고 개인실 느낌의 침대.

-오자마자 가방에 비오킬을 뿌려 오히려 안심하게 됨.

-내가 갔을 때의 알베르게 봉사자가 되게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었음. 거기 사람들이랑 같이 2시까지 와인마시다 잠.

하루 지출비용 : 53.12유로


12일차 오 미야도이로-산티아고, 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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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산티아고에 도착하게됩니다. 일부러 12시 순례자 미사에 맞춰 가려고 오 미야도이로에 머무른 이유도 있어서 아침 일찍 나가긴 했습니다. 거리가 7km밖에 안되어 천천히 마지막 날을 음미하면서 걸었습니다. 이미 전날 언덕을 충분히 올라와나서 약간의 업-다운이 있지만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중간에 길이 나눠집니다. 산타 마리아 라고 적혀 있는 길이 더 빠른길이니(시내를 직선으로 죽 가는길) 그 길로 가시길 추천합니다.

숙소 : 라스트 스탬프 (18유로)

-침대에 문이 있어서 4인실 같은 느낌.

-비밀번호로 설정하는 락커가 개별로 있어서 좋음.

-화장실&욕실은 그럭저럭

-호스텔 자체는 큰편임(침대 갯수가 비교적 많음)

하루 지출비용 : 80.5유로(저녁에 축하 파티하면서 술 많이 마셔 지출이 큽니다.)

2015년 7월 6일 월요일

현지에 살고 있는 친구 하나 믿고 떠난 모로코 여행기 - 3편

제일 밑에 3줄 요약 있습니다. 지루한 글을 읽기 싫으면 사진만 보고 바로 ㄱㄱ~~
이제 사하라 투어를 시작하는 날이 되었다.
전날 마라케시의 호텔 주인을 통해 미리 사막투어를 예약 해 두었고 아침 일찍 일어나 나를 찾아온 사람을 따라 마라케시의 야시장 광장 한 모퉁이로 갔다.
거기는 이미 다른 사막투어를 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한 20여분을 자기네들끼리 사람을 나누며 고민을 하다가 결국 나도 한 봉고차에 오르게 되었다.
전 글에 미리 설명을 해 두었듯이, 어차피 버스로만 이동을 하기 때문에 미리 여기서 물을 3통을 사 갔다. 사막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물이 비싸진 다는 말을 어디선가 읽었기 때문이다.
물 때문에 묵직한 가방을 봉고 트렁크에 싣고 적당한 자리(오른쪽에 혼자만 앉게 되어 있는 자리. 커플들 시러. ㅠㅠ 다들 커플들끼리 왔어.)에 앉았다. 사람들이 다 차고 앞 자리에 가이드 같은 사람을 앉히고 버스는 천천히 출발 했다.
마라케시 시내를 빠져 나가자 황량한 평원이 좀 보이다 바로 산맥을 오르기 시작했다. 나중에 와서 보니 아틀라스 산맥이었다.
여 기서 잠깐 저 쓸모 없는 가이드 놈을 욕하자면 가이드 라고 앉아 있는 이빨 하나 없는 놈은 우리한테 아무것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자신의 아이패스에서 아랍스러운 노래만 연신 틀어주는 것 말고 그리고 옆에 앉은 미국 여자랑 농담 따먹기 하는 것 말고 전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질 않았다. 나는 처음에 우리는 가이드 없이 가는 줄 알았는데 앞 자리에 앉아 있던 그 사람이 가이드란다. 그런데 자기도 관광 온 사람처럼 신기해 하고 있었다.

거 칠고 황량한 산맥을 오르다 내리다 구불구불 가다가 중간에 한 식당 앞에 멈춰 섰다. 한국으로 따지면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곳인데 식당 하나에 간단한 매점, 아르간 오일 파는 가게 화석파는 가게, 그리고 화장실 이렇게 밖에 없는(아. 이게 휴게소의 기본 요소 이긴 하구나.) 곳에 잠시 들러 쉬었다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계곡이 앞에 보이는 곳에 멈춰 섰는데 (아마도) 로즈밸리 인 것 같았다. 가이드 놈은 여기가 어디 인지 설명도 안 해주고 그냥 차만 세웠기 때문에 정확한 지명은 몰랐다.
흙으로 지어진 집들이 계곡에 붙어 있는 곳을 잠시 사진을 찍고 다시 봉고에 올랐다.
아틀라스 산맥은 하염없이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했다.
아 틀라스 산맥이 지루해 질 때쯤 아이트 벤 하두(Ait Ben Haddou)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따로 지역 가이드가 나와 우리를 맞이 했다. 아이트 벤 하두는 옛날 베르베르인의 도시가 그대로 보존이 되어 있는 곳으로 유네스코 문화 유산이면서 영화들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크사르(Ksar)라고 불리는 전통 주거지가 그대로 남아 있는데 방어와 뜨거운 태양을 가리는데 최적화 되어 있는 듯 했다.
여기서 영화 글래디에이터, 스타워스, 최근에 왕좌의 게임까지 촬영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왕좌의 게임을 재미있게 봐서 흥미가 있었다. 아마 용엄마 대너리스 나오는 지역을 여기서 촬영했으리라.




아 이트 벤 하두를 떠나 다시 달리기 시작해 와르자잣(Ouarzazate)이라는 도시에 들렸다. 와르자잣은 모로코 내에서 영화 스튜디오가 있어 유명한 곳이었는데 봉고에 있던 사람들 모두 돈내고 스튜디오에 들어가 구경을 할 정도로 영화산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아니어서 그냥 시내만 둘러보았다. 와르자잣 시내 공터에서 내 앞에 앉아 있던 아저씨 한 분이 다른 봉고로 가고 일본 여자분이 앉았다. 무슨 시스템인지는 모르겠다.


와르자잣을 떠나 기암괴석 앞에서 사진을 찍고 (여전히 우리의 가이드놈은 아무 말이 없다. 여기가 뭔지 뭐하러 우리는 여기 서 있는건지) 깊은 계곡이 보이는 곳 옆에 호텔에 자리를 잡았다.
호 텔에서 커플로 온 사람들은 2인실을 나누어 주고 나랑 몇몇 사람은 방 배정을 못 받았는데 가이드는 어디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호텔 사람이 우리한테 물어보고 3명이서 써도 괜찮을지 물어본다. 나는 상관이 없기도 했고 어쩔 수 없기에 동의 하고 나와 다른 젊은 남자 2명 총 3명은 방을 배정 받았다. 우리와 다른 봉고에 있던 사람들 이어서 처음 보는 사람들 이었지만 나이가 비슷해 보여 친해 졌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다른 관광객을 통해서(가이드가 한 말이 아니다.) 점심시간이 7시 반 이니 그때 식당으로 오라는 말을 들었다.

우 연히 같은 방에 머무르게 된 청년 둘과 호텔 근처 계곡에서 사진을 찍고 산책을 하다 식사 시간이 다 되어 다시 올라와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다른 사막투어를 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는데 우연히 만난 한국 분들도 있었다. 그 중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끝나고 오신 분들도 있어서 또 친해 졌다. 아마 나와 비슷한 루트로 오는 사람들이 있나 보다. 그리고 다들 얼마에 투어를 왔는지 말했는데 내가 제일 싸게 왔었다. 역시 친구 덕이 크다.
다 음날 아침 버스에 올라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멈춰선 마을은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마을이었는데 카펫으로 유명한 마을이었다. 아저씨 한 분이 설명을 해 주면서 카펫을 한장 한장 보여주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카펫 제작소에 있는 모든 카펫을 다 보여줄 때쯤 같은 봉고에 있던 모로코-독일 커플이 카펫 하나에 관심을 가지고 아저씨와 흥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 명이서 조용한 곳으로 가서 한참을 이야기 하다 만족한 가격이 나왔는지 판매하는 아저씨는 카펫을 포장하기 시작했고 아줌마는 가이드 놈을 따라 은행으로 돈을 찾으러 갔다. 표정을 보니 만족해 한다. 디자인도 맘에 들어서 남편이랑 이 카펫을 어디에 둘지 신나게 상의 했었다.

카펫마을을 떠나 마을 시냇물을 따라 올라가 계곡 사이에 맑은 물이 흐르는 곳으로 향했다. 지명은 모른다. 여전히 아무 설명이 없어서.
단 사막지형으로 먼지가 풀풀 날리는 이곳에서 맑은 물을 만나 반가웠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에서 다들 잠시 놀다 다시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점심 시간때 식당에서 잠시 멈춘 이후로 계속 달리기만 했다. 이제는 평야만 보인다. 태양도 엄청 강해져서 점점 사막으로 향하고 있는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메르주가(Merzouga)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여기서 사람들이 물을 사기 시작했다. 나는 이미 챙겨온 물들이 있어서 사진 않았지만 판매되고 있던 얼음물은 탐이 났었다.
이 가게에서 스카프도 팔고 있었는데 내 앞에 앉은 일본 여자분도 관심 있어 하길래 나도 살까 하는 마음이 있어서 같이 사기로 했다.
아 무래도 2명이서 사면 좀 깍아 줄 것 같아서 스카프 두개를 들고 흥정을 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마라케시에서 사는 가격이랑 비슷하게 샀던거 같다. 그 스카프로 베르베르인처럼 두건을 만들어 쓰고 한 사막 리조트 건물로 들어갔다.
건 물에 들어가기 전에 사람들이 하루동안 사용할 물과 옷가지, 간단한 세면 도구만 챙기고 나머지 가방은 봉고에 두었다. 여기서 낙타를 타고 사막으로 들어가 텐트에서 자고 아침에 돌아오는 코스였다. 리조트 건물에서 선크림을 다시 바르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밖으로 나가자 낙타들이 줄줄이 앉아 있었다.
한명한명 낙타를 지명받고 낙타 위에 올라 앉았다.
낙타가 '끄헝!'소리를 내며 일어나자 의외로 높아서 놀랐다. 단봉낙타의 등에 안장 비슷한 자루를 놓고 손잡이 하나를 땀이 나도록 붇잡고 30여분을 걸었다. 역시 사막은 사막이었다.


모래만 가득한 사막을 천천히 걸어가는데 앞서가던 베르베르인 복을 입은 가이드 한 명이 갑자기 뛰어 가더니 벌레 한 마리를 잡아와 보여줬다. 확실히 사막이라지만 생명은 있나 보다.
큰 언덕을 돌아가니 이미 준비 되어 있던 텐트가 보였다. 낙타에서 내려 낙타와 셀카를 찍었다. 성격이 순한 애 인지 여기까지 오는데 힘들었을 텐데 사진 찍는걸 거부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벌써 모래언덕에 올라가고 미끌져 내려오면서 놀고 있었다. 나도 한참 올라가보려고 노력했었으나 자꾸 모래에 밀려 포기 했다.



그 렇게 어린애처럼 놀다 저녁시간이 다 되어 해지는 광경을 보고 저녁을 먹었다. 밥에 모래가 씹혀 으석으석했다. 베르베르인들의 짧은 콘서트와 노래가 있었으나 사막에서 신기하게 비가 왔다. 사막에서 비를 맞은 사람이니 억수로 운이 좋은 경험이겠지만, 다들 쏟아지는 별을 기대하고 사막에 왔기에 오히려 표정들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찍 잠에 들었다.
중간에 잠에서 깨 잠깐 밖으로 나왔다. 이미 하늘은 맑은 상태여서 말로만 듣던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단 잠결에 봐서 충분히 감상하지 못했었다.


아침에 일어나 다시 낙타를 타고 리조트로 돌아왔다. 거기서 아침을 먹고 버스에 올랐다. 돌아가는 길은 질러가는 길이어서 마라케시까지 가는데 더 적게 걸렸다.
하지만 지루한건 마찬가지 였다.
그렇게 사막 투어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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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가이드 잘 만나야지 이상한 놈 만나면 사막투어 망침.
2. 사막5%. 투어5%. 봉고 안 90%
3. 낙타 귀여움.

2015년 5월 29일 금요일

현지에 살고 있는 친구 하나 믿고 떠난 모로코 여행기 - 2편

안타깝게도 맘에 꼭 들은 셰프샤우엔은 다음날 아침 떠나야 했다. 이미 아침 10시에 출발하는 버스표를 사 두었기 때문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짐을 정리를 끝내고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조식이 포함이 안된 1박이어서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아침을 먹을 생각으로 일찌감치 호텔을 나왔다.
아 이번 모로코 여행의 루트를 잠시 설명 하자면:
셰프샤우엔-페스-마라케시-사막투어-라바트-카사블랑카-엘 알자디다 이렇게 여행을 했고 사막투어가 끝난 뒤 친구가 살고 있는 카사블랑카로 이동해 라바트와 엘 자디다는 당일 여행으로 다녀왔었고 총 여행일정은 11일 이었다.
셰프샤우엔을 그렇게 맘에 들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1박만 하고 페스로 이동한 이유는 2일 후에 마라케시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마라케시 이후에 페스로 가자니 루트가 이상해 지고 어쩔 수 없이 짧게나마 페스를 구경하고 그날 밤 기차로 마라케쉬로 이동하기로 했다.

(창밖으로 본 모로코 풍경. 이런 황량한 풍경이 계속 이어졌다. 아마 추수가 끝난 시즌이었을듯.)
   
그렇게 아침부터 셰프샤우엔의 버스터미널에서 페스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도 문을 열고 있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첫 손님으로 샌드위치를 사 먹고 터미널 앞 벤치에 앉아 버스를 기다렸다.
영어를 쓰는 외국인들 4명 터미널로 들어와 나한테 페스 가는 버스 기다리냐고 물어본다. 나도 그렇다고 하자 같이 이야기를 하게 됬다. 미국에서 온 남2명 여2명의 젊은 청년들은 친구끼리 여행을 왔다고 한다. 나한테 피곤해 보인다고 말하길래 산티아고 순례길 이후 계속 이렇다고 이야기를 해 주니 "아! 산티아고 걸었었어요? 대단하다! 나도 해 보고 싶은 여행인데 엄두가 안나."다고 한다.

(페스의 기차역. 모로코의 대도시 기차역들은 다들 새로 진 건물들이 많았다.)
 
10시가 넘어 어느새 10분이 됬다. 그런데 버스는 없었다. 들어오는 버스도 없고 나가는 버스도 없다. 우리 5명중 한명이 터미널로 가서 물어보고 왔으나 모른다고 한다.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했다.
11시가 넘고 11시 반이 되서야 털털 거리며 버스 한대가 들어왔다.
설마, 설마, 설마 하는데 역시나 70년대 영화에서 봤을 법한, 시커먼 매연을 뿜어대며 다가오는 그 버스가 페스로 가는 버스라고 한다. 친절하게 터미널 직원이 우리한테 다가와 알려주기까지 한다.
우리 5명은 벙쪄서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 에어컨은 나오지도 않는 버스에 열리는 창문은 손바닥 만한 크기로 바람이 분다고 해도 한낮 태양의 열기로 뜨듯하게 덥혀진 바람만 훅 들어왔다.

(페스 역 앞에서 먹은 음식. 오랜만에 정식으로 먹은 느낌이었다.)
   
표 검사 하는 사람이 우리보고 짐을 아래 넣을거냐고 물어보길래 가방을 버스 아래 트렁크게 넣었다. 버스 안에는 사람이 가득 차 있어서 시끌시끌하고 시골 장날 나가는 사람들 처럼 짐들이 하나 가득이었다. 앉을 자리도 겨우 겨우 찾아서 뒷편에 반쯤 찌그러져서 앉아 있는데 아까 그 표 검사하던 사람이 우리한테 다가와 짐 값으로 20디르함씩 내라고 한다. 우리 5명은 그게 무슨 말이냐. 그러말이 없었다. 표에 당연히 짐값이 포함되어야 하는건데 줄수 없다고 싸웠지만 그럼 내리란다.
밑도끝도 없는 말싸움에 결국 20디르함씩을 더 주고 버스는 출발했다.
왜 모로코 사람들 조차도 CTM 버스를 타라고 하는지 알겠다. 결국 우리는 CTM 버스보다 더 늦게 출발하면서 더 나쁜 서비를를 받고 에어컨도 안나오는 버스에 돈은 10디르함을 더 내고 탄것이었다.

(페스의 왕궁. 페스는 현 여왕의 출생도시라 여왕이 특별히 아끼면서 많은 지원을 해 주는 도시라고 한다.)
   
가래끌어모으는 소리를 밷어내며 차는 출발했다. 황량한 들판을 지나 산 하나를 올라 이름 모를 마을에 도착했다.
시장 한 가운데(터미널이 시장 옆에 있는 것인지 시장이 터미널인지는 모르겠다만) 멈춰 서자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 버스에 타는 사람,  구걸하는 아이, 빵 파는 아저씨, 휴지 파는 아줌마들이 엉켜 버스 안도 시장판이 되었다. 버스가 출발 하려고 하자 구걸하는 남자가 돈을 주지 않으면 안내리겠다고 난장을 피워 표 검사하던 남자가 결국 동전 몇개를 주고 끌어내렸다.
또다시 황량한 들판을 달렸다. 이제는 사람이 사는 마을인가 싶을 정도로 고요한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역시 이름도 모른다. 버스가 선 곳 앞에는 음료수와 식품을 파는 작은 가게가 있었고 그 옆에는 케밥을 파는 식당이 있었다. 사람들이 몇명 내려 음료수를 사거나 점심을 안 먹은 사람들은 점심을 사 먹었다.
같이 탔던 미국 청년들도 시원하게 냉장고에서 꺼낸 콜라를 사서 마시고 나한테도 한모금 마실거냐고 물어보았지만 나는 이미 더위에 탈진한 상태라 뭐 먹고 싶은 생각도 아무런 욕구도 없었다. 더위 때문에 혼이 빠져버린 느낌이라 그냥 빨리 도착이나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 이었다.

(페스 메디나의 성벽)
   
창문이 나 있는 곳에 자리가 생겨 그쪽으로 빨리 옮겨 갔으나 햇빛이 드는 쪽이어서 오히려 더위에 육포가 되어갈때 쯤 누르스름한 페스의 성벽이 보였다. 버스에서 내린 시간은 3시 반. 예상대로 였다면 1시에는 이미 난 페스에 와 있어야 했지만 정말 글로 남길 수 없을 정도의 욕이 나오는 버스 때문에 페스는 둘러 볼 여유도 얼마 없게 되었다.
페스의 왁자지껄한 버스터미널에서 미국 여행객들과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쁘티 택시를 타고 우선 페스 기차역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지나가는 페스는 시내가 줄줄이 성벽으로 둘러쳐셔 있어서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반면에 역은 새로 지은 청사라 시원하고 현대적인 모습이라 페스는 뭐라고 단정지을수 없는 인상을 주었다.
역에서 밤 1시쯤 기차를 타서 아침 9시쯤 도착하는 기차가 있어서 그 표를 샀다. 그리고 혹시나 가방을 둘만한 짐 보관소가 있는지 믈어보았으나 기차역에는 없다고 한다. 그래서 혹시 그럼 버스 터미널에는 있는지 물어보니 자기는 모르겠다고하며 표 파는 사람이 어깨를 으쓱 했다.
이 13킬로 배낭을 맨 상태로 한낮 페스 시내를 구경할 생각을 하니 벌써 지치는듯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갈 수도 없는 노릇 이기에 베낭 끈을 빳빳하게 동여매고 기차역을 나왔다.

(페스 메디나를 들어가는 성문. 이런 성문이 여럿 있으나 인간 최대의 미로 라는 페스의 메디나는 내가 들어간 이 문을 다시 나오게 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들어가는 것은 너 맘이었지만 나올때는 아니란다….)
 
우선 점심도 못 먹고 버스에서 사우나를 한 생태였기에 기차역 주변 식당에 들어갔다. 모로코에서 희안하게 독일 방송을 틀어놓고 있었던 식당에서 스프에서 샐러드 고기까지 있는 정찬시켜 먹었다. 비록 샐러드는 거의 남겼지만….
먹을게 좀 들어가고 쉬고 나니 힘이 생겨 택시를 잡고 페스 메디나 성문으로 항했다. 성문 앞에는 축제라도 있는지 악단들이 쿵짝쿵짝 전통음악을 연주고 있었다. 괜한 팡파레를 받는 느낌으로 메디나 안으로 들어갔다.
페스의 메디나는 전체가 시장이면서 거주지인 독특한 곳이었는데 길이 좁고 태양이 잘 보이지 않아 지도를 보고 있어도 내가 있는 위치를 알기 힘든 미로 같은 곳이다. 그래서 현지 아이들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돈 몇푼을 받고 길을 안내해주는 일을 하기도 한다. 나도 이용한 서비스 이기도 했다….

우선 페스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지인 가죽염색공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하지 생각하며 걷는데 오렌지 주스파는 곳이 있어서 거기서 시원한 주스 한잔을 하며 가죽 염색공장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 한 꼬마 한명을 데려 왔다. 그 꼬마는 내가 무거운 배낭을 맨건 전혀 고려해 주지 않고 달리듯 염색공장으로 날 안내했다.
염색공장에 들어서자 역한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그런데 가게 주인이 지금은 공장 일하는 시간이 다 끝나서 볼거리가 없다고 한다. 그래도 구경만 하고 가겠다고 하니까 박하줄기 하나를 주고 안내를 해 주었다.


아무도 없는 염색공장에 구겅하는 곳에도 나만 있어서 이것도 좀 색다른 관경이었다. 다른 날이었으면 둥구런 웅덩이에 색색의 염색약이 있었을텐데 아쉽기는 했으나 나쁘지 않았다.영화 세트장을 상상하게 하는 염색공장 전망대에 한참을 있다가 내려왔다. 이제 가게 주인의 상품 설명이 이어졌다. 고개를 끄덕이며 3분 정도 듣다가 이제 그만 가봐야겠다고 하자 의외로 말없이 보내둔다. 아마 돈 없는 놈이라는게 얼굴에 써 있나보다.
가게를 나가자 돈 못받은 빚쟁이 처럼 그 꼬마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보고 아르간 오일 공장을 안내해 준다고 하여 거기까지는 같이 갔다 그러나 흥미가 없어서 휙 둘러보고 바로나왔다. 이제 그 꼬마는 다시 어딜 데려가려고 하길래 이제 혼자 느긋이 다니고 싶어서 이제 안내를 안 해줘도 된다고 그러니 손을 내민다. 맘같아서는 5 디르함만 주고 싶었지만 주머니에 10디르함 짜리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10디르함을 주었다. 애는 적다고 징징 거리지만 썩소를 지으며 어쩔수 없다고 하자 체념을 한듯 하다. 그리고 다시 날 따라오라고 한다. 어딜 가려고 하나 하고 한참을 따라 갔는데 내가 처음 왔던 곳으로 다시 날 안내해 주었다. 그리고 이 길로 죽 올라가면 메니다나 가나는 곳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생각보다 나쁜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더워 당장이라도 쓰러질것 같은데 그날 페스에서는 마라톤 대회가 열려 사람들이 성벽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메디나(라고쓰고 미로 라고 읽는)를 설설 걸어다니면서 돌을 천조각 만지듯이 조각하는 모로코 인들의 엄청난 손재주에 놀라며 사진을 찍는데 슬슬 어깨가 아파온다. 역시나 베낭을 메고 이 더위에 다니는 일은 잘한 짓은 아니다. 그래서 그냥 밖으로 나왔다. 오랜지 주스를 한잔 마시고 기차역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카페에서 앉아 있다가 기차역으로 들어갔다. 시원하니 앉아 있기 좋아서 거기서 기차 시간까지 책을 읽고 밤이 되서야 기차에 올랐다.
기차는 현대적인 기차였는데 문이 달린 한칸에 4명이 마주보고 앉는 구조였다. 내가 탔을때는 밤이어서 그런지 8명이 타는 칸에 나 혼자 있어서 '았싸!'하고 다리를 죽 펴고 누웠다. 기차가 출발하기 시작하자 에어컨도 빵빵하게 나왔다. 기분좋게 가방을 베고 잠을 잠깐 들었는데 얼마나 잤을까 너무 추워서 일어났다. 기차 칸의 불을 켜고 에어컨 조절하는 곳을 찾아봤지만 없었다. 돌아다니는 차장도 없어서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배낭에서 겨우 옷 하나 꺼내서 입고 수건을 발에 두르고 오돌도돌 떨면서 밤을 샜다. 모로코에서 추워서 잠을 설쳤다니…
이른 아침에 해가 나오자 그나마 추위는 좀 나아졌다. 기차는 라밧 역을 먼저 들렸다. 자동차 였다면 페스에서 마라케시 가는 직선 도로가 있지만 기차는 아직 없어서 라밧을 경유해서 빙 돌아 마라케시로 간다. 하지만 어제 셰프샤우엔-페스 버스에서의 고통을 다시 당하느니 기차를 타는것이 100배 낫다고 할 수 있다. 라밧에서 사람들이 많이 타서 내 칸에도 이미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이제는 앉아서 졸았다.

(마라케시의 기차역. 여기도 역시나 기차역은 새로 지은 현대식 건물이다.)
 
이미 태양의 열기가 후끈 풍겨올때 마라케시에 도착했다.
마라케시의 색깔은 벽돌색이랄까 테라코타 화분 색이 이 도시의 첫 색깔이었다.
기차역을 나가자 모로코 친구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으아!!!!! 하며 반갑게 안아주고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며 차에 내 배낭을 넣고 아침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이제서야 좀 맘이 놓인다. 아는 사람을 만나서 그런가.
아침을 먹으러 간 곳은 평범한 식당이었는데 납작한 냄비에 넓게 지진 계란과 빵, 꿀, 생올리브, 간 아르간 넛이 나왔다. 확실이 현지 사람이랑 가야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모로코에서 여태까지 먹었던 아침중에 제일 든든하게 맛있게 먹었던 식사 였다.
   

(현대적인 쇼핑몰. 모로코라고 낡은 작은 건물만 있는건 아니다. 아프리카에서 잘 사는 나라에 들어가기에 시장규모도 크고 외국 자본도 많이 들어와 있다.)
   
그리고 나서 내 친구 커플은 이날 카사블랑카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내 호텔도 잡고 사막투어도 알아보고 시내 구경을 하기로 해서 마라케시의 메디나 쪽으로 갔다.
메디나 근처에 호텔 몇군데를 들어가 가격흥정을 대신 해 주고 방을 잡아 주었다. 그리고 호텔 주인에게 사하라 사막 투어도 알아봐 주어 그 주인을 통해 싸게 예약을 했다. (나중에 투어중에 만난 한국 분들에게 물어보니까 확실히 내가 싸게 신청한게 맞았다. 역시 현지 친구 있는건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
마라케시의 메디나의 앞에는 엄청나게 큰 광장이 있는데 낮에 가면 내리쬐는 태양에 나무 한 그루 없는 벌판이라 삼겹살 굽듯 살이 익을 곳 이지만 밤이되면 사정은 완전 변한다.
그곳은 모로코에서 제일 큰 야시장이 열리는 광장이라 그곳을 제대로 느끼려면 밤에 가야 한다.
   


(쿠투비아 사원과 그 앞 마라케시의 야시장이 열리는 광장.)

(메디나 내 램프를 파는 가게. 아랍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마라케시의 밤시장 풍경)
 
친구들과는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카사블랑카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나는 여기에 남고 친구들은 차로 돌아갔다.
태양이 너무 뜨거워 슈퍼마켓만 다녀오고 해가 질때 까지 호텔에서 샤워도 하고 빨래도 하면서 쉬었다.
다음날 아침 사막투어를 가기 때문에 물을 미리 3명을 사 두었다. 사막투어를 가면 물 사는게 가격이 비싸지고 어짜피 차로 이동하는것이어서 내가 마실 물이랑 간단한 간식거리는 미리 사 가는게 많이 도움이 된다고 해서 슈퍼마켓에서 장을 봐두었다.
해가 지고 저녁도 먹고 야시장 구경을 하러 나갔다.
도대체 낮동안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 숨어 있었을까 궁금할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노래소리와 사람들 소리와 고기굽는 냄새, 요리 냄새로 정신이 없었다.
둘러보고 가격이 적당해 보이는 포장마차에 들어가 생선튀김과 양고기 꼬치구이를 시켰다. 긴 테이블에 여럿이 앉아 있었는데 마침 내 앞에 있던 사람들은 알제리에서 온 사람들 이었는데 마침 다음날 알제리 사람들과 한국이 월드컵 본선 게임을 하는 날이어서 날카로운 서로 팀의 응원을 하고 같이 사진찍었다.
즐겁기는 했지만 너무 많은 인파에 괜시리 불안해져서 호텔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아침 일찍 나가야 해서 일찍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