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6일 월요일

현지에 살고 있는 친구 하나 믿고 떠난 모로코 여행기 - 3편

제일 밑에 3줄 요약 있습니다. 지루한 글을 읽기 싫으면 사진만 보고 바로 ㄱㄱ~~
이제 사하라 투어를 시작하는 날이 되었다.
전날 마라케시의 호텔 주인을 통해 미리 사막투어를 예약 해 두었고 아침 일찍 일어나 나를 찾아온 사람을 따라 마라케시의 야시장 광장 한 모퉁이로 갔다.
거기는 이미 다른 사막투어를 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한 20여분을 자기네들끼리 사람을 나누며 고민을 하다가 결국 나도 한 봉고차에 오르게 되었다.
전 글에 미리 설명을 해 두었듯이, 어차피 버스로만 이동을 하기 때문에 미리 여기서 물을 3통을 사 갔다. 사막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물이 비싸진 다는 말을 어디선가 읽었기 때문이다.
물 때문에 묵직한 가방을 봉고 트렁크에 싣고 적당한 자리(오른쪽에 혼자만 앉게 되어 있는 자리. 커플들 시러. ㅠㅠ 다들 커플들끼리 왔어.)에 앉았다. 사람들이 다 차고 앞 자리에 가이드 같은 사람을 앉히고 버스는 천천히 출발 했다.
마라케시 시내를 빠져 나가자 황량한 평원이 좀 보이다 바로 산맥을 오르기 시작했다. 나중에 와서 보니 아틀라스 산맥이었다.
여 기서 잠깐 저 쓸모 없는 가이드 놈을 욕하자면 가이드 라고 앉아 있는 이빨 하나 없는 놈은 우리한테 아무것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자신의 아이패스에서 아랍스러운 노래만 연신 틀어주는 것 말고 그리고 옆에 앉은 미국 여자랑 농담 따먹기 하는 것 말고 전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질 않았다. 나는 처음에 우리는 가이드 없이 가는 줄 알았는데 앞 자리에 앉아 있던 그 사람이 가이드란다. 그런데 자기도 관광 온 사람처럼 신기해 하고 있었다.

거 칠고 황량한 산맥을 오르다 내리다 구불구불 가다가 중간에 한 식당 앞에 멈춰 섰다. 한국으로 따지면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곳인데 식당 하나에 간단한 매점, 아르간 오일 파는 가게 화석파는 가게, 그리고 화장실 이렇게 밖에 없는(아. 이게 휴게소의 기본 요소 이긴 하구나.) 곳에 잠시 들러 쉬었다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계곡이 앞에 보이는 곳에 멈춰 섰는데 (아마도) 로즈밸리 인 것 같았다. 가이드 놈은 여기가 어디 인지 설명도 안 해주고 그냥 차만 세웠기 때문에 정확한 지명은 몰랐다.
흙으로 지어진 집들이 계곡에 붙어 있는 곳을 잠시 사진을 찍고 다시 봉고에 올랐다.
아틀라스 산맥은 하염없이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했다.
아 틀라스 산맥이 지루해 질 때쯤 아이트 벤 하두(Ait Ben Haddou)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따로 지역 가이드가 나와 우리를 맞이 했다. 아이트 벤 하두는 옛날 베르베르인의 도시가 그대로 보존이 되어 있는 곳으로 유네스코 문화 유산이면서 영화들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크사르(Ksar)라고 불리는 전통 주거지가 그대로 남아 있는데 방어와 뜨거운 태양을 가리는데 최적화 되어 있는 듯 했다.
여기서 영화 글래디에이터, 스타워스, 최근에 왕좌의 게임까지 촬영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왕좌의 게임을 재미있게 봐서 흥미가 있었다. 아마 용엄마 대너리스 나오는 지역을 여기서 촬영했으리라.




아 이트 벤 하두를 떠나 다시 달리기 시작해 와르자잣(Ouarzazate)이라는 도시에 들렸다. 와르자잣은 모로코 내에서 영화 스튜디오가 있어 유명한 곳이었는데 봉고에 있던 사람들 모두 돈내고 스튜디오에 들어가 구경을 할 정도로 영화산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아니어서 그냥 시내만 둘러보았다. 와르자잣 시내 공터에서 내 앞에 앉아 있던 아저씨 한 분이 다른 봉고로 가고 일본 여자분이 앉았다. 무슨 시스템인지는 모르겠다.


와르자잣을 떠나 기암괴석 앞에서 사진을 찍고 (여전히 우리의 가이드놈은 아무 말이 없다. 여기가 뭔지 뭐하러 우리는 여기 서 있는건지) 깊은 계곡이 보이는 곳 옆에 호텔에 자리를 잡았다.
호 텔에서 커플로 온 사람들은 2인실을 나누어 주고 나랑 몇몇 사람은 방 배정을 못 받았는데 가이드는 어디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호텔 사람이 우리한테 물어보고 3명이서 써도 괜찮을지 물어본다. 나는 상관이 없기도 했고 어쩔 수 없기에 동의 하고 나와 다른 젊은 남자 2명 총 3명은 방을 배정 받았다. 우리와 다른 봉고에 있던 사람들 이어서 처음 보는 사람들 이었지만 나이가 비슷해 보여 친해 졌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다른 관광객을 통해서(가이드가 한 말이 아니다.) 점심시간이 7시 반 이니 그때 식당으로 오라는 말을 들었다.

우 연히 같은 방에 머무르게 된 청년 둘과 호텔 근처 계곡에서 사진을 찍고 산책을 하다 식사 시간이 다 되어 다시 올라와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다른 사막투어를 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는데 우연히 만난 한국 분들도 있었다. 그 중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끝나고 오신 분들도 있어서 또 친해 졌다. 아마 나와 비슷한 루트로 오는 사람들이 있나 보다. 그리고 다들 얼마에 투어를 왔는지 말했는데 내가 제일 싸게 왔었다. 역시 친구 덕이 크다.
다 음날 아침 버스에 올라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멈춰선 마을은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마을이었는데 카펫으로 유명한 마을이었다. 아저씨 한 분이 설명을 해 주면서 카펫을 한장 한장 보여주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카펫 제작소에 있는 모든 카펫을 다 보여줄 때쯤 같은 봉고에 있던 모로코-독일 커플이 카펫 하나에 관심을 가지고 아저씨와 흥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 명이서 조용한 곳으로 가서 한참을 이야기 하다 만족한 가격이 나왔는지 판매하는 아저씨는 카펫을 포장하기 시작했고 아줌마는 가이드 놈을 따라 은행으로 돈을 찾으러 갔다. 표정을 보니 만족해 한다. 디자인도 맘에 들어서 남편이랑 이 카펫을 어디에 둘지 신나게 상의 했었다.

카펫마을을 떠나 마을 시냇물을 따라 올라가 계곡 사이에 맑은 물이 흐르는 곳으로 향했다. 지명은 모른다. 여전히 아무 설명이 없어서.
단 사막지형으로 먼지가 풀풀 날리는 이곳에서 맑은 물을 만나 반가웠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에서 다들 잠시 놀다 다시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점심 시간때 식당에서 잠시 멈춘 이후로 계속 달리기만 했다. 이제는 평야만 보인다. 태양도 엄청 강해져서 점점 사막으로 향하고 있는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메르주가(Merzouga)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여기서 사람들이 물을 사기 시작했다. 나는 이미 챙겨온 물들이 있어서 사진 않았지만 판매되고 있던 얼음물은 탐이 났었다.
이 가게에서 스카프도 팔고 있었는데 내 앞에 앉은 일본 여자분도 관심 있어 하길래 나도 살까 하는 마음이 있어서 같이 사기로 했다.
아 무래도 2명이서 사면 좀 깍아 줄 것 같아서 스카프 두개를 들고 흥정을 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마라케시에서 사는 가격이랑 비슷하게 샀던거 같다. 그 스카프로 베르베르인처럼 두건을 만들어 쓰고 한 사막 리조트 건물로 들어갔다.
건 물에 들어가기 전에 사람들이 하루동안 사용할 물과 옷가지, 간단한 세면 도구만 챙기고 나머지 가방은 봉고에 두었다. 여기서 낙타를 타고 사막으로 들어가 텐트에서 자고 아침에 돌아오는 코스였다. 리조트 건물에서 선크림을 다시 바르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밖으로 나가자 낙타들이 줄줄이 앉아 있었다.
한명한명 낙타를 지명받고 낙타 위에 올라 앉았다.
낙타가 '끄헝!'소리를 내며 일어나자 의외로 높아서 놀랐다. 단봉낙타의 등에 안장 비슷한 자루를 놓고 손잡이 하나를 땀이 나도록 붇잡고 30여분을 걸었다. 역시 사막은 사막이었다.


모래만 가득한 사막을 천천히 걸어가는데 앞서가던 베르베르인 복을 입은 가이드 한 명이 갑자기 뛰어 가더니 벌레 한 마리를 잡아와 보여줬다. 확실히 사막이라지만 생명은 있나 보다.
큰 언덕을 돌아가니 이미 준비 되어 있던 텐트가 보였다. 낙타에서 내려 낙타와 셀카를 찍었다. 성격이 순한 애 인지 여기까지 오는데 힘들었을 텐데 사진 찍는걸 거부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벌써 모래언덕에 올라가고 미끌져 내려오면서 놀고 있었다. 나도 한참 올라가보려고 노력했었으나 자꾸 모래에 밀려 포기 했다.



그 렇게 어린애처럼 놀다 저녁시간이 다 되어 해지는 광경을 보고 저녁을 먹었다. 밥에 모래가 씹혀 으석으석했다. 베르베르인들의 짧은 콘서트와 노래가 있었으나 사막에서 신기하게 비가 왔다. 사막에서 비를 맞은 사람이니 억수로 운이 좋은 경험이겠지만, 다들 쏟아지는 별을 기대하고 사막에 왔기에 오히려 표정들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찍 잠에 들었다.
중간에 잠에서 깨 잠깐 밖으로 나왔다. 이미 하늘은 맑은 상태여서 말로만 듣던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단 잠결에 봐서 충분히 감상하지 못했었다.


아침에 일어나 다시 낙타를 타고 리조트로 돌아왔다. 거기서 아침을 먹고 버스에 올랐다. 돌아가는 길은 질러가는 길이어서 마라케시까지 가는데 더 적게 걸렸다.
하지만 지루한건 마찬가지 였다.
그렇게 사막 투어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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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가이드 잘 만나야지 이상한 놈 만나면 사막투어 망침.
2. 사막5%. 투어5%. 봉고 안 90%
3. 낙타 귀여움.

2015년 5월 29일 금요일

현지에 살고 있는 친구 하나 믿고 떠난 모로코 여행기 - 2편

안타깝게도 맘에 꼭 들은 셰프샤우엔은 다음날 아침 떠나야 했다. 이미 아침 10시에 출발하는 버스표를 사 두었기 때문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짐을 정리를 끝내고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조식이 포함이 안된 1박이어서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아침을 먹을 생각으로 일찌감치 호텔을 나왔다.
아 이번 모로코 여행의 루트를 잠시 설명 하자면:
셰프샤우엔-페스-마라케시-사막투어-라바트-카사블랑카-엘 알자디다 이렇게 여행을 했고 사막투어가 끝난 뒤 친구가 살고 있는 카사블랑카로 이동해 라바트와 엘 자디다는 당일 여행으로 다녀왔었고 총 여행일정은 11일 이었다.
셰프샤우엔을 그렇게 맘에 들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1박만 하고 페스로 이동한 이유는 2일 후에 마라케시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마라케시 이후에 페스로 가자니 루트가 이상해 지고 어쩔 수 없이 짧게나마 페스를 구경하고 그날 밤 기차로 마라케쉬로 이동하기로 했다.

(창밖으로 본 모로코 풍경. 이런 황량한 풍경이 계속 이어졌다. 아마 추수가 끝난 시즌이었을듯.)
   
그렇게 아침부터 셰프샤우엔의 버스터미널에서 페스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도 문을 열고 있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첫 손님으로 샌드위치를 사 먹고 터미널 앞 벤치에 앉아 버스를 기다렸다.
영어를 쓰는 외국인들 4명 터미널로 들어와 나한테 페스 가는 버스 기다리냐고 물어본다. 나도 그렇다고 하자 같이 이야기를 하게 됬다. 미국에서 온 남2명 여2명의 젊은 청년들은 친구끼리 여행을 왔다고 한다. 나한테 피곤해 보인다고 말하길래 산티아고 순례길 이후 계속 이렇다고 이야기를 해 주니 "아! 산티아고 걸었었어요? 대단하다! 나도 해 보고 싶은 여행인데 엄두가 안나."다고 한다.

(페스의 기차역. 모로코의 대도시 기차역들은 다들 새로 진 건물들이 많았다.)
 
10시가 넘어 어느새 10분이 됬다. 그런데 버스는 없었다. 들어오는 버스도 없고 나가는 버스도 없다. 우리 5명중 한명이 터미널로 가서 물어보고 왔으나 모른다고 한다.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했다.
11시가 넘고 11시 반이 되서야 털털 거리며 버스 한대가 들어왔다.
설마, 설마, 설마 하는데 역시나 70년대 영화에서 봤을 법한, 시커먼 매연을 뿜어대며 다가오는 그 버스가 페스로 가는 버스라고 한다. 친절하게 터미널 직원이 우리한테 다가와 알려주기까지 한다.
우리 5명은 벙쪄서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 에어컨은 나오지도 않는 버스에 열리는 창문은 손바닥 만한 크기로 바람이 분다고 해도 한낮 태양의 열기로 뜨듯하게 덥혀진 바람만 훅 들어왔다.

(페스 역 앞에서 먹은 음식. 오랜만에 정식으로 먹은 느낌이었다.)
   
표 검사 하는 사람이 우리보고 짐을 아래 넣을거냐고 물어보길래 가방을 버스 아래 트렁크게 넣었다. 버스 안에는 사람이 가득 차 있어서 시끌시끌하고 시골 장날 나가는 사람들 처럼 짐들이 하나 가득이었다. 앉을 자리도 겨우 겨우 찾아서 뒷편에 반쯤 찌그러져서 앉아 있는데 아까 그 표 검사하던 사람이 우리한테 다가와 짐 값으로 20디르함씩 내라고 한다. 우리 5명은 그게 무슨 말이냐. 그러말이 없었다. 표에 당연히 짐값이 포함되어야 하는건데 줄수 없다고 싸웠지만 그럼 내리란다.
밑도끝도 없는 말싸움에 결국 20디르함씩을 더 주고 버스는 출발했다.
왜 모로코 사람들 조차도 CTM 버스를 타라고 하는지 알겠다. 결국 우리는 CTM 버스보다 더 늦게 출발하면서 더 나쁜 서비를를 받고 에어컨도 안나오는 버스에 돈은 10디르함을 더 내고 탄것이었다.

(페스의 왕궁. 페스는 현 여왕의 출생도시라 여왕이 특별히 아끼면서 많은 지원을 해 주는 도시라고 한다.)
   
가래끌어모으는 소리를 밷어내며 차는 출발했다. 황량한 들판을 지나 산 하나를 올라 이름 모를 마을에 도착했다.
시장 한 가운데(터미널이 시장 옆에 있는 것인지 시장이 터미널인지는 모르겠다만) 멈춰 서자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 버스에 타는 사람,  구걸하는 아이, 빵 파는 아저씨, 휴지 파는 아줌마들이 엉켜 버스 안도 시장판이 되었다. 버스가 출발 하려고 하자 구걸하는 남자가 돈을 주지 않으면 안내리겠다고 난장을 피워 표 검사하던 남자가 결국 동전 몇개를 주고 끌어내렸다.
또다시 황량한 들판을 달렸다. 이제는 사람이 사는 마을인가 싶을 정도로 고요한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역시 이름도 모른다. 버스가 선 곳 앞에는 음료수와 식품을 파는 작은 가게가 있었고 그 옆에는 케밥을 파는 식당이 있었다. 사람들이 몇명 내려 음료수를 사거나 점심을 안 먹은 사람들은 점심을 사 먹었다.
같이 탔던 미국 청년들도 시원하게 냉장고에서 꺼낸 콜라를 사서 마시고 나한테도 한모금 마실거냐고 물어보았지만 나는 이미 더위에 탈진한 상태라 뭐 먹고 싶은 생각도 아무런 욕구도 없었다. 더위 때문에 혼이 빠져버린 느낌이라 그냥 빨리 도착이나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 이었다.

(페스 메디나의 성벽)
   
창문이 나 있는 곳에 자리가 생겨 그쪽으로 빨리 옮겨 갔으나 햇빛이 드는 쪽이어서 오히려 더위에 육포가 되어갈때 쯤 누르스름한 페스의 성벽이 보였다. 버스에서 내린 시간은 3시 반. 예상대로 였다면 1시에는 이미 난 페스에 와 있어야 했지만 정말 글로 남길 수 없을 정도의 욕이 나오는 버스 때문에 페스는 둘러 볼 여유도 얼마 없게 되었다.
페스의 왁자지껄한 버스터미널에서 미국 여행객들과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쁘티 택시를 타고 우선 페스 기차역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지나가는 페스는 시내가 줄줄이 성벽으로 둘러쳐셔 있어서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반면에 역은 새로 지은 청사라 시원하고 현대적인 모습이라 페스는 뭐라고 단정지을수 없는 인상을 주었다.
역에서 밤 1시쯤 기차를 타서 아침 9시쯤 도착하는 기차가 있어서 그 표를 샀다. 그리고 혹시나 가방을 둘만한 짐 보관소가 있는지 믈어보았으나 기차역에는 없다고 한다. 그래서 혹시 그럼 버스 터미널에는 있는지 물어보니 자기는 모르겠다고하며 표 파는 사람이 어깨를 으쓱 했다.
이 13킬로 배낭을 맨 상태로 한낮 페스 시내를 구경할 생각을 하니 벌써 지치는듯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갈 수도 없는 노릇 이기에 베낭 끈을 빳빳하게 동여매고 기차역을 나왔다.

(페스 메디나를 들어가는 성문. 이런 성문이 여럿 있으나 인간 최대의 미로 라는 페스의 메디나는 내가 들어간 이 문을 다시 나오게 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들어가는 것은 너 맘이었지만 나올때는 아니란다….)
 
우선 점심도 못 먹고 버스에서 사우나를 한 생태였기에 기차역 주변 식당에 들어갔다. 모로코에서 희안하게 독일 방송을 틀어놓고 있었던 식당에서 스프에서 샐러드 고기까지 있는 정찬시켜 먹었다. 비록 샐러드는 거의 남겼지만….
먹을게 좀 들어가고 쉬고 나니 힘이 생겨 택시를 잡고 페스 메디나 성문으로 항했다. 성문 앞에는 축제라도 있는지 악단들이 쿵짝쿵짝 전통음악을 연주고 있었다. 괜한 팡파레를 받는 느낌으로 메디나 안으로 들어갔다.
페스의 메디나는 전체가 시장이면서 거주지인 독특한 곳이었는데 길이 좁고 태양이 잘 보이지 않아 지도를 보고 있어도 내가 있는 위치를 알기 힘든 미로 같은 곳이다. 그래서 현지 아이들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돈 몇푼을 받고 길을 안내해주는 일을 하기도 한다. 나도 이용한 서비스 이기도 했다….

우선 페스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지인 가죽염색공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하지 생각하며 걷는데 오렌지 주스파는 곳이 있어서 거기서 시원한 주스 한잔을 하며 가죽 염색공장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 한 꼬마 한명을 데려 왔다. 그 꼬마는 내가 무거운 배낭을 맨건 전혀 고려해 주지 않고 달리듯 염색공장으로 날 안내했다.
염색공장에 들어서자 역한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그런데 가게 주인이 지금은 공장 일하는 시간이 다 끝나서 볼거리가 없다고 한다. 그래도 구경만 하고 가겠다고 하니까 박하줄기 하나를 주고 안내를 해 주었다.


아무도 없는 염색공장에 구겅하는 곳에도 나만 있어서 이것도 좀 색다른 관경이었다. 다른 날이었으면 둥구런 웅덩이에 색색의 염색약이 있었을텐데 아쉽기는 했으나 나쁘지 않았다.영화 세트장을 상상하게 하는 염색공장 전망대에 한참을 있다가 내려왔다. 이제 가게 주인의 상품 설명이 이어졌다. 고개를 끄덕이며 3분 정도 듣다가 이제 그만 가봐야겠다고 하자 의외로 말없이 보내둔다. 아마 돈 없는 놈이라는게 얼굴에 써 있나보다.
가게를 나가자 돈 못받은 빚쟁이 처럼 그 꼬마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보고 아르간 오일 공장을 안내해 준다고 하여 거기까지는 같이 갔다 그러나 흥미가 없어서 휙 둘러보고 바로나왔다. 이제 그 꼬마는 다시 어딜 데려가려고 하길래 이제 혼자 느긋이 다니고 싶어서 이제 안내를 안 해줘도 된다고 그러니 손을 내민다. 맘같아서는 5 디르함만 주고 싶었지만 주머니에 10디르함 짜리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10디르함을 주었다. 애는 적다고 징징 거리지만 썩소를 지으며 어쩔수 없다고 하자 체념을 한듯 하다. 그리고 다시 날 따라오라고 한다. 어딜 가려고 하나 하고 한참을 따라 갔는데 내가 처음 왔던 곳으로 다시 날 안내해 주었다. 그리고 이 길로 죽 올라가면 메니다나 가나는 곳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생각보다 나쁜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더워 당장이라도 쓰러질것 같은데 그날 페스에서는 마라톤 대회가 열려 사람들이 성벽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메디나(라고쓰고 미로 라고 읽는)를 설설 걸어다니면서 돌을 천조각 만지듯이 조각하는 모로코 인들의 엄청난 손재주에 놀라며 사진을 찍는데 슬슬 어깨가 아파온다. 역시나 베낭을 메고 이 더위에 다니는 일은 잘한 짓은 아니다. 그래서 그냥 밖으로 나왔다. 오랜지 주스를 한잔 마시고 기차역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카페에서 앉아 있다가 기차역으로 들어갔다. 시원하니 앉아 있기 좋아서 거기서 기차 시간까지 책을 읽고 밤이 되서야 기차에 올랐다.
기차는 현대적인 기차였는데 문이 달린 한칸에 4명이 마주보고 앉는 구조였다. 내가 탔을때는 밤이어서 그런지 8명이 타는 칸에 나 혼자 있어서 '았싸!'하고 다리를 죽 펴고 누웠다. 기차가 출발하기 시작하자 에어컨도 빵빵하게 나왔다. 기분좋게 가방을 베고 잠을 잠깐 들었는데 얼마나 잤을까 너무 추워서 일어났다. 기차 칸의 불을 켜고 에어컨 조절하는 곳을 찾아봤지만 없었다. 돌아다니는 차장도 없어서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배낭에서 겨우 옷 하나 꺼내서 입고 수건을 발에 두르고 오돌도돌 떨면서 밤을 샜다. 모로코에서 추워서 잠을 설쳤다니…
이른 아침에 해가 나오자 그나마 추위는 좀 나아졌다. 기차는 라밧 역을 먼저 들렸다. 자동차 였다면 페스에서 마라케시 가는 직선 도로가 있지만 기차는 아직 없어서 라밧을 경유해서 빙 돌아 마라케시로 간다. 하지만 어제 셰프샤우엔-페스 버스에서의 고통을 다시 당하느니 기차를 타는것이 100배 낫다고 할 수 있다. 라밧에서 사람들이 많이 타서 내 칸에도 이미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이제는 앉아서 졸았다.

(마라케시의 기차역. 여기도 역시나 기차역은 새로 지은 현대식 건물이다.)
 
이미 태양의 열기가 후끈 풍겨올때 마라케시에 도착했다.
마라케시의 색깔은 벽돌색이랄까 테라코타 화분 색이 이 도시의 첫 색깔이었다.
기차역을 나가자 모로코 친구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으아!!!!! 하며 반갑게 안아주고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며 차에 내 배낭을 넣고 아침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이제서야 좀 맘이 놓인다. 아는 사람을 만나서 그런가.
아침을 먹으러 간 곳은 평범한 식당이었는데 납작한 냄비에 넓게 지진 계란과 빵, 꿀, 생올리브, 간 아르간 넛이 나왔다. 확실이 현지 사람이랑 가야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모로코에서 여태까지 먹었던 아침중에 제일 든든하게 맛있게 먹었던 식사 였다.
   

(현대적인 쇼핑몰. 모로코라고 낡은 작은 건물만 있는건 아니다. 아프리카에서 잘 사는 나라에 들어가기에 시장규모도 크고 외국 자본도 많이 들어와 있다.)
   
그리고 나서 내 친구 커플은 이날 카사블랑카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내 호텔도 잡고 사막투어도 알아보고 시내 구경을 하기로 해서 마라케시의 메디나 쪽으로 갔다.
메디나 근처에 호텔 몇군데를 들어가 가격흥정을 대신 해 주고 방을 잡아 주었다. 그리고 호텔 주인에게 사하라 사막 투어도 알아봐 주어 그 주인을 통해 싸게 예약을 했다. (나중에 투어중에 만난 한국 분들에게 물어보니까 확실히 내가 싸게 신청한게 맞았다. 역시 현지 친구 있는건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
마라케시의 메디나의 앞에는 엄청나게 큰 광장이 있는데 낮에 가면 내리쬐는 태양에 나무 한 그루 없는 벌판이라 삼겹살 굽듯 살이 익을 곳 이지만 밤이되면 사정은 완전 변한다.
그곳은 모로코에서 제일 큰 야시장이 열리는 광장이라 그곳을 제대로 느끼려면 밤에 가야 한다.
   


(쿠투비아 사원과 그 앞 마라케시의 야시장이 열리는 광장.)

(메디나 내 램프를 파는 가게. 아랍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마라케시의 밤시장 풍경)
 
친구들과는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카사블랑카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나는 여기에 남고 친구들은 차로 돌아갔다.
태양이 너무 뜨거워 슈퍼마켓만 다녀오고 해가 질때 까지 호텔에서 샤워도 하고 빨래도 하면서 쉬었다.
다음날 아침 사막투어를 가기 때문에 물을 미리 3명을 사 두었다. 사막투어를 가면 물 사는게 가격이 비싸지고 어짜피 차로 이동하는것이어서 내가 마실 물이랑 간단한 간식거리는 미리 사 가는게 많이 도움이 된다고 해서 슈퍼마켓에서 장을 봐두었다.
해가 지고 저녁도 먹고 야시장 구경을 하러 나갔다.
도대체 낮동안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 숨어 있었을까 궁금할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노래소리와 사람들 소리와 고기굽는 냄새, 요리 냄새로 정신이 없었다.
둘러보고 가격이 적당해 보이는 포장마차에 들어가 생선튀김과 양고기 꼬치구이를 시켰다. 긴 테이블에 여럿이 앉아 있었는데 마침 내 앞에 있던 사람들은 알제리에서 온 사람들 이었는데 마침 다음날 알제리 사람들과 한국이 월드컵 본선 게임을 하는 날이어서 날카로운 서로 팀의 응원을 하고 같이 사진찍었다.
즐겁기는 했지만 너무 많은 인파에 괜시리 불안해져서 호텔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아침 일찍 나가야 해서 일찍 잠에 들었다.

2015년 5월 12일 화요일

현지에 살고 있는 친구 하나 믿고 떠난 모로코 여행기 - 1편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치고 포르투갈을 여행하면서 긴 시간 동안 여행을 하는 것에 이제 많이 지쳐 있었다. 여행권태기라고 할까, 여튼 이젠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있었었다.

  스스로 짠 일정이지만 최근 여행은 그저 원래 세워둔 계획대로 일정만 따라가고 있는 실정이었는데 알헤시라스(Algeciras)에서 세우타를 거쳐 모로코로 들어오면서 이 무기력증은 카오스적인 모로코의 도로에서 바로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스페인에서 모로코까지 배로 이동안 경로는 http://blog.naver.com/misha22c/220246399414  이 링크에서 볼 수 있다.)

  모로코에서 처음 만난 도시는 테투안(Tetuan).

  스페인 세우타 국경에서 대기하고 있던 그란택시를 타고 테투안의 시내에 도착해서 느낀 첫인상은 ‘시끄럽다’였다.

  빵빵 거리는 차소리와 목젓에서 올라오는 ‘흐’소리가 심한 아랍어의 강한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리고 스페인보다 뜨거운 태양의 열기 때문에 내가 드디어 아프리카에 도착했음을 실감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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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내려 가장 처음 본 건물. 잠시 들어가보니 모스크였다.)

 

  머리를 세차게 한두번 흔들어 정신을 차렸다. 가만히 있다가는 뜬눈에 코 베일 것 같은 혼란스러움에 바짝 긴장을 하기로 했다. 우선 모로코라는 나라를 알 수 있을 때 까지는 말이다.  우선 내가 여기서 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

1) 환전. 모로코에는 11일 동안 있을 예정이지만 한 200달러만 우선 바꾸기로 했다.

2) 오늘 셰프샤우엔(Chefchaouen)으로 가는 버스 티켓 사기

3) 휴대폰 데이터가 가능한 선불 USIM 칩 사기.

  환율이 조금이나 더 높은 곳을 찾기 위해 우선 시내 중심지로 가야 한다.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영어가 안 통한다!!!!  다시 히잡을 쓴 아줌마에게 물어보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빠르게 사라지신다!!!! 어쩔 수 없다. 그냥 사람이 제일 많이 향하는 길로 가보기로 했다.

  가다 보니 운이 좋았는지 중심지 분위기기 많이 났다. 은행도 프랑스계와 모로코 현지 은행이 줄줄이 있는 거리도 발견해서 환율이 좋아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서 환전을 했다. 프랑스계 은행인 파리바 은행이었는데 역시나 은행은 모로코도 에어컨이 빵빵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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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전한 은행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왕궁. 모로코의 대도시에는 왕궁이 산재해 있다.)

 

  은행에서 환전을 하면서 다행이 영어가 조금 통하길래 시내로 가는 길이 어디냐고 물어보니까 은행이 있는 이 스트리트가 프랑스 지역의 중심지라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만약에 메디나를 가고 싶으면 그리고 살짝 뜸을 드리더니 문 옆에 있는 덩치 큰 경비 아저씨를 부르더니 아랍어로 “크”자와 “흐”자 밖에 안 들리는 말로 설명을 해 주고 나에게는 ‘He will show to you.’라고 짧게 미소 지으며 알려 주었다.

  경비 아저씨는 나와 같이 은행문을 열고 나와 손가락으로 열심히 설명을 해 주셨다. 어찌됐건 오늘의 퀘스트 중에 첫 시작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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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지구의 중심거리)

 

  셰프사우엔으로 가는 버스 티켓을 사러 그랑택시에서 내린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데 통신사 매장이 보였다. (통신사는 세계 어딜 가든 분위기가 비슷하다. 휴대폰 목업이 전시되어 있는 것이라든가 통신비 가격이 적혀 있는 광고판이라던가 얼추 비슷비슷한 모양이다.)

  거기서 직원의 친절한 설명으로 Meditel사의 선불폰 유심을 사고 통신비도 미리 충전을 해 두었다.

  그리고 바로 현지에 살고 있는 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학교때 동창이었던 S는 모로코 혼혈인데 지금은 카사블랑카에서 살고 있었다. 내 목소리를 듣고 반가워 약 5초동안 괴성을 질러대고 잘 도착했는지 안부를 묻는다. 그리고 나한테 거기서 이것저것 설명을 해 주고 버스는 CTM이 좋으니까 그걸 타고 오라고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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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투안 메디나 전경. 테투안은 도시가 하얀색이다.)

 

  이렇게 두번째 퀘스트도 기분좋게 끝났다. 이제 버스터미널로 가서 셰프샤우엔 행 버스티켓만 사면 된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 다시 버스터미널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CTM 이라고 대문짝 만하게 적혀 있는 간판이 있어서 바로 약 2시간 후에 떠나는 셰프샤우엔 행 버스티켓을 샀다. 나한테 배낭을 보내는건 추가 요금이 드니까 10디르함(모로코 화폐 단위)를 추가로 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ㅇㅋ! 그정도야. 그리고 체크인 시간이 있으니까 20분 정도 먼저 오라는 이야기도. (흠. 버스를 타는데 체크인 시간이 따로 있다고?)

  여튼 이렇게 싱겁게 오늘의 퀘스트를 모두 끝내니 배고픔이 몰려왔다. 버스터미널을 나와 옆 블럭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봤다. 모로코식 서브웨이 샌드위치랄까? 내가 손가락으로 콕콕 찔러주는 재료를 직접 빵에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는 곳이었다. 내 팔둑만한 바게트 빵을 반으로 갈라 햄과 야채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고 시원한 음료수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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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샤우엔의 색깔은 하늘색이다.)

 

  떠날 길이 생겨서 그런지 이제 테투안이 눈에 좀 보이기 시작했다. 테투안은 도시 전체가 하얀색이다. 모로코 도시들을 다니면 느끼게 되는 것이지만 (최소한 내가 갔던 도시들은) 도시마다 각자의 색깔이 있다. 그리고 그 색에 따라 도시 택시도 색을 칠한다. 테투안은 도시의 색깔이 하얀색이듯이 택시들도 거의 다 흰색이었다. 하지만 카사블랑카나 라밧 같은 서양인들의 세운 도시나 현대적인 도시는 해당사항은 아니다.

  그리고 유럽의 대도시에는 대성당과 그 앞 광장, 시청이 있는게 도시의 기본이라면 모로코의 도시들은 시내에 ‘메디나’라는 미로같은 구시가지가 있다. 제일 유명한 메디나는 역시 페스의 메디나.(페스 소개하는 부분에서 다시 설명하겠음.)

  테투안도 당연히 메디나가 있었는데 아직 적응이 덜 되어서 그런지, 그리고 한번 들어가면 ‘들어갈때는 니 맘대로 였지만 나올때는 아니란다’ 라는 법칙이 적용되는 곳이어서 그런지 버스 시간을 노치게 될 수도 있어서 테투안의 메디나는 들어가지 않고 유럽식으로 직선 도로가 죽죽 나있는 프랑스 지구에서만 여기저기 둘러보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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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샤우엔의 메디나 뒷골목)

걸어 다니다 아무 카페에 들어가 커피도 마시고 사진도 찍고 왕궁도 구경하다 보니 버스 시간이 다되어 터미널로 다시 돌아왔다.

  버스에 오르기 전에 공항처럼 짐을 먼저 부치는 곳이 있어서 짐을 먼저 건네주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거의 정시에 출발했고 에어컨도 설치 되어 있어서 시원하게 셰프샤우엔까지 잘 도착했다.

  스페인에서 축축 늘어졌던 긴장감은 테투안을 떠날 때까지 얼음물에서 갓 건져낸 냉면 면발 같이 쫄깃해져 있다가 셰프샤우엔으로 떠나는 버스에서야 살짝 풀어져 한숨 푹 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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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을 달리다 눈을 뜨니 황량한 창밖 풍경이 보였다. 나무는 거의 없고 낮은 관목만 있는 산들과 풀풀 날리는 먼지 사이로 양떼를 몰아가는 농부도 보였다.

  그렇게 셰프샤우엔에 도착했다. 셰프샤우엔의 버스터미널에서 다음날 페스로 향하는 버스표를 사기로 했다. 페스로 가는 버스는 두개의 회사가 있었는데 CTM과 현지 기업이 있었다. 가격은 차이가 좀 있었고 중요한건 CTM은 출발 시간이 2시간이나 늦어서 현지 버스를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건 정말 지옥의 시작이었다.)

  버스티켓을 사고 전날 스페인에서 에약해 둔 숙소를 찾아가기로 했다. 밖에 쁘티택시가 보이길래 한번 물어보았다. 주소를 알려주니 알고 있는 호텔(말이 좋아 호텔이지 여관 수준이었다. 하긴 1박에 20달러 하는 방에 무슨 부귀영화를 바라겠느냐만….)이라고 타라고 한다.

  -가격은요?

  -30디르함!

  -예????? 10이면 간다고 알고 있어요.

  -20!

  - 다른거 타고 갈께요.

  -15! 15! 15!

  -그럼 10!

  -안돼…10은

  -그럼 13?

  -앉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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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가지 않아서 호텔에 도착했다. 13도 좀 아까운 거리였지만 처음이니 모르니 어쩔 수 없었다.  여튼 나는 50디르함을 건네주고 잔돈을 받았다. 택시가 떠나고 호텔에 들어가 체크인을 했다. 돈을 내려고 지갑을 열었는데 아저씨가 준 잔돈이 좀 이상했다. 다시 꺼내서 계산해 보니 10디르함을 적게 주었다. ㄱㅅㄲ………. 혈압이 빡 올라 뒷목을 잡았지만 어쩌겠는가. 그 자리에서 다시 세어보지 않은 내가 잘못이지.

  호텔에서 짐을 풀고 시내로 나갔다. 호텔 프런트의 아가씨는 수줍음이 많은지 눈을 잘 못 마주치지 못하며 나한테 메디나로 가는 길을 알려 주었다. 아. 반은 영어, 반은 스페인어로. 다행이 스페인의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걸으며 길 물어보고 스페인어로 알아듣는 건 어느정도 익숙해 져서 잘 찾아 갔다. 작은 성문을 지나 메디나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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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하늘색으로 칠해진 도시는 하늘이 땅으로 내려온건지 땅이 하늘로 오른건지 알수 없게 땅과 하늘의 경계를 흐트려 놓았다.

푸른색 때문에 시각적으로 시원해서 그런지 아니면 그늘진 좁은 골목길 사이로 시원하게 식은 바람 때문인지 쾌적한 공기에 아련한 나무 타는 냄새가 묻어 났었다.

차가 들어올 수 없는 좁은 골목 덕분에 차소리는 들리지 않고 저 멀리 아이들 뛰어노는 목소리만 메아리가 되어 웅웅거리며 들려 왔다. 메디나에 들어선 순간 하늘로 들어온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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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도시안의 방랑자가 되어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다. 외국인이 신기해서 수줍게 웃으면서 쳐다보는 아이들과 하얀 모로코 전통 옷을 입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그늘에 엎드려 자기 앞발에 침을 묻혀 세수를 하는 고양이들과 지나가는 사람들의 빤히 바라보는 상인들도 있었다. 푸른 색깔의 하늘도시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살아 있는 마을이었다.

한참을 걸으며 사진을 찍는데 청년 하나가 헬로! 하면서 다가온다. 확실히 먼저 말 걸어오는 사람치고 나한테 이익되는 사람은 극소수이기에 우선 긴장하고 쳐다 보았다.

친한척을 하며 관광객인지 물어본다. 그러면서 하시시가 필요 없는지 물어본다. 즉 대마초를 판매하려고 나한테 달라 붙은 거다.

도시의 아름다움에 정신이 팔려 있으려니 바로 이렇게 다시 긴장감을 쫄깃하게 만들어 준다. 이런 썸타는 기분인 나라는 처음이다. 마약상 한테는 필요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무슨 미련이 남는지 가는 길에 계속 달라 붙어 그래도 한번 해 봐라. 얼마 안한다 이런 말을 하며 귀찮게 하길래 인상을 팍 쓰면서 ‘아, 필요 없다고!’ 크게 말하자 그제서야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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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샤우엔은 전체적으로 조용한 마을이었다. 중심 광장만 삐끼들이 호객행위를 하느라 좀 소란스럽고 다른 곳들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일상적인 주거지라 그런지 조용했다. 메디나 옆에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 쪽으로 나가자 카펫을 빨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오렌지 주스를 만드는 아저씨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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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를 주문하면 이렇게 그 자리에서 바로 즙을 짜 준다.)

 

목이 말라 아저씨한테 한잔 달라고 말했다. 여기서 직접 짜 주는 오렌지 주스는 정말 천상의 음료였다. 모로코에 와서 하루에 4잔은 기본으로 오렌지 주스를 마셨을 정도로 달고 맛있었다. 값도 4-5디르함 정도로 (약 500원 정도) 쌌고 여기저기 파는 곳도 많아서 손쉽게 마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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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됬건 셰프샤우엔에 와서 그동안 지루했던 여행이 다시 생기를 찾았다.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인데 형언할 수 없는 셰프샤우엔의 분위기는 모로코에 대한 첫인상 마저 매우 긍정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추가1) 원래 셰프샤우엔에는 2-3일 있고 싶었으나 3일 후에 마라케시에서 S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서 셰프샤우엔과 페스에서 오랬동안 머무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셰프샤우엔과 페스는 1일씩 밖에 구경을 못했다.

추가2) 모로코의 택시는 도시내부를 돌아다니는 쁘티 택시(Petit Taxi)와 도시간을 이동하는 그랑택시(Grand Taxi)로 나뉘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