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8일 토요일

키예프의 더위를 피해 태양으로 가다(리스본)

(천재: 바스코 다 가마를 비롯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고 원래 있던 대륙들을 ‘발견’ 했다고 말하는 과거의 항해사들)

1)나에게 아침은 그들에겐 새벽이었다.

아침 6시경에 리스본의 버스터미널에 내렸다. 졸린눈을 비비며 화장실에 들어가 세수와 양치를 하고 해가 어스르미 떠오르는 시간에 터미널을 나와 지하철을 향해 갔다. 지하철에 들어가니 뭐가 뭔지 모르겠다. 표를 사야하는데 어떤걸 어떻게 사야하는지, 시내 중심은 어디인지, 모르는것 투성이 인데 한 아침이라 사람도 지하철에 아직 없다. 근데 지하철 노선도를 보니 라인이 4개인데 라인수가 그렇게 많지 않는 도시라면 십중팔구 제일 많이 지하철이 교차되는 부분이 시내 중심지이다. 근데 리스본 지하철은 모두 공평하게 2개씩만 교차가 되고 있었다. 헉. 기대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바다가 가까운 곳으로 가기로 했다. Baixa 어쩌구 저쩌구 하는 곳인데 아마도 바이샤라고 읽었던거 같다. 그랫더니 갑자기 인터넷에서 시내 중심이 바이샤(발음이 이게 정확한건지 모르겠다.) 지구라는 말은 본듯한 느낌이어서 그곳으로 향했다. 내 예감은 정확하게 맞아서 시내 중심의 큰 광장에 도착하기는 했는데, 이건 아침인데 아직 도시가 모두 잠들어 있다. 해는 중천인데. 그리고 도시 전체가 꼬질꼬질 한게 빈티지 냄새가 확 풍긴다. (아~ 맘에 든다….) 그래서 첫 인상의 리스본은 아주 좋았다.

시내 중심은 모두 문이 잠겨있거나 좀 일찍 여는 곳은 물청소를 하며 개장준비를 하고 있었다. 운좋게 시내 관광버스 티켓 판매하는 곳에서 굴러다니고 있던 시내 지도를 득템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내를 방황하고 있는데 저 멀리 분홍색의 Ask me라는 표지판이 보여서 가봤더니 오호! 관광사무실. 근데 여는 시간이 10시. 지금이 9시 인데 한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것인가 생각을 하고 봤더니 같은 이베리아 반도에 있으면서 포루투갈은 스페인하고 시차가 있다는 생각이 났다. 즉 지금 리스본 시간은 8시. 헐……. 그냥 포기 하고 주요 관광지가 있는(그러면서 지하철은 연결이 안되어 있는) 벨렘 지구로 가기고 했다. 스페인 사람들은 은행을 제외하면 주로 9시에 장사를 시작한다. 근데 포르투갈 사람들은 10시에 시작한다. 지지리도 늦게 시작한다.

내가 도착했던 나의 아침은 이곳 사람들에게는 아직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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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서양

내가 리스본을 여행계획에 집어 넣은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대서양에서 헤엄을 쳐보기 위해서. (비록 수영은 못하지마는) 유럽대륙에서 대서양을 향해 있는 제일 큰 항구. 새로운 항로와 신대륙을 찾아 떠난 수많은 배들이 출발한곳. 그로인해 유럽이 전 세계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지금까지도 제일 부유한 지역으로 남아 있는곳. 스페인에 의해 육지로 진출하는 모든 출구가 막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바다로 눈을 돌리게 된건 포르투갈의 운명이었다. 그래서 그 조그만 영토에 비해 어마어마한 식민지를 가지게 된것이고 스페인과 더불어 세계를 양분하는 조약을 맺기도 했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대서양(실제로는 태주강 하구)앞에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아 섰다.

꼭 뱃소리가 들리는듯하다. 대항해시대 시대풍경과 사람들이 머리속에 그려진다. 좁은 골목길들을 바삐 왔다갔다하고 배들은 바람을 가득 품은채 항해를 나서는 모습. 포르투갈 스타일의 타일로 벽을 장식한 건물들, 현무암과 석회암의 조가조각난 돌로 포장한 도로들. 그런 모든 장면들이 파노라마 처럼 지나간다. 그러다 문뜩, 아 벨렘지역으로 가야지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벨렘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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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의 구시가지 거의 모든 인도는 이런식으로 현무암과 석회암을 사용해 깔았다. 리스본의 트레이드 마크랄까?)

3)예로니모 수도원

리스본과 바다는 절대 떨어질수 없는 관계다. 리스본의 모든것은 바다를 위해 존재하며 바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마누엘 양식으로 유명한 예로니모 수도원도 바다를 위해 존재하며 바다로부터 영감을 얻은 수도원이다. 항해사들이 저 멀리 하얗게 빛나는 예로니모 수도원을 보고서야 집에 당도했다는 평온함을 얻는 예로니모 수도원. 왕가의 묘실이자 안전한 항해를 위해 기도하는 수도원. 바스코 다 가마가 인도에 갔다 오면서 저 멀리 보이는 수도원의 모습으로 맘이 편안해 졌다고 하자 마침 왕실 무덤으로 쓰이던 수도원을 얼씨구나 항해사들의 안전을 기도하는 수도원으로 업그레이드 시켜버렸다. 그리고 무역으로 인한 이익의 세금에서 일정부분 이 수도원을 위해 지원을 하게 되는데 재원이 충분해진 수도원은 마누엘 양식이라는 화려한 고딕양식으로 수도원을 치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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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식 하나하나 바다를 항해하는 배에서 사용하는 도구들로부터 채용한 모습이다. 배를 장식하던 조각들이 건물을 장식하는 듯 하다. 항해와 무역은 국가의 국운이 걸린 사업이다 보니 그 중요성은 리스본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예로니모 수도원의 내부는……. 음… 가서 보길 권한다. 장식적인 치장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니.DSCF1826

(바스코다가마의 석관. 죽어서도 이 사람은 배와 밧줄로 꾸며진 관에 모셔졌다.)

DSCF1833DSCF1774  DSCF1784(리스본에서는 맥도널드 조차 빈티지적으로 꼬질꼬질 해진다. 너무나도 리스본적이다.)  DSCF1798

4) 트램.

리스본을 다니기 위해 제일 좋은 교통수단은 지하철이 아니라 트램이다. 리스본의 트램은 역사도 오래되었고 거미줄처럼 노선이 연결되어 있어서 주요 관광지를 다니기 좋은 교통수단이다. 하루짜리 표를 끊어서 하루종일 이리저리 트램을 타고 다니면 조그만 트램이 언덕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다닌다. 내가 여태까지 다녀갔던 도시들 중에서 리스본의 트램이 가장 이쁘고 귀엽고 낭만적이고 재미있는 트램이었다. (노선에 따라 좀 틀리기도 하다만.)DSCF1801 DSCF1816   5) 이선생님

예로니모 수도원에서 사진을 부탁하다 우연히 한국분을 만나게 되었다. (여행중에 사진은 무조건 동양인에게 부탁해야 한다. 서양인들은 정말 사진을 못 찍는다. 뭘 주제로 찍는건지.)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예로니모 수도원 설명 해주다가 이번 리스본에서 여행을 죽~ 같이 하게 되었다. 하루 일찍 오신 포스로 트램을 타고 다니면서 볼곳을 다 같이 돌아다녔고 나 혼자 였으면 잘 몰랐을 것들 (뭐가 유명하고 어떤게 맛있고 등등) 을 잘 알려주셨다. 그리고 정말 친절하게도 당일코스로 밤버스로 이동하는 나를 위해 머물고 계시던 숙소에서 몰래 샤워까지 하게 해 주셨다!! 오 감사하여라~ 그때는 내가 말하신걸 잘 이해를 못해서 감사하다는 말도 못하고 그냥 왔다. (나중에 페이스북으로 감사를 드리긴 했다만) 혼자 다니면 좋은건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을때 정말 감하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Lisbon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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