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7일 월요일

키. 더. 태 (발렌시아)

(천재: 빠에야, 응? 산티아고 칼라트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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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인상

발렌시아는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온 도시였다. 하지만 다른 스페인 도시들에 비해 다른것이 있었는데 바로 ‘습도’. 발렌시아는 바다에 접해 있는 항구도시여서 그런지 습도가 엄청나게 높았다. 햇빛이 내리쬐는 2시경에 나가면 정말 숨이 컥컥 막힐 정도였다. 대체적으로 건조한 스페인에서 습한 발렌시아에 들어오니 불쾌지수가 늘어남을 몸소 느꼈다.

발렌시아. 이상하게 맘에 드는 이름이다. 발렌시아. 왠지 우아해 보인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건가?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을때 역시나 이른 아침이어서 관광오피스는 열지 않았다. 그래서 어디서 지도를 구할까 하며 거리로 나섰는데 터미널 옆에 큰 5성 호텔이 있었다. 무슨 배짱인지 그냥 들어가서 리셉션의 직원에게 물어봤다. 저기 도시 지도 있나요? 그지꼴을 한 여행객에게 생글생글 웃으면서 지도를 건내준다. 그리고 여기가 어디인지 주요 관광지들은 어디 있는지 까지 상세하게 알려준다. 역시 친절하다.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주변 공원에 앉아서 지도를 둘러보았다. 지도상으로 느낀 점은 옛 구시가를 중심으로 빙 둘러서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 옛날에 남아 있던 성벽을 없애고 거길 공원으로 만들었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구시가 쪽으로 발을 돌리는데 그 공원은 알고보니 강을 막아서 만든 공원이었다. 강의 물길을 다른쪽으로 보내고 강이 지나가던 곳은 공원이 되어 있었다. 놀라운 발상이다. 강을 막아서 공원을 만든다. 흥미로운 도시군 은 발렌시아에 대한 첫인상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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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빠에야

스페인의 유명한 음식에는 빠에야가 있다. 빠에야는 쉽게 말하면 해물 볶음밥 정도 되겠다. 그 빠에야의 고향으로 발렌시아를 뽑는다. 항구도시여서 해물이 많아서 인가 보다. 그래서 발렌시아에서 나는 꼭 오리지널 빠에야를 먹어보리라 각오를 하고 점심쯤에 식당마다 빠에야를 하는 곳을 찾아다녔다. 주로 빠에야를 하는 식당을 보면 대다수의 식당이 ‘빠에야 도르’(회사이름이 이랬던거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다.) 라는 회사의 빠에야를 판매하고 있다. 메뉴판이 다 똑같다. 그래서 그 체인회사에서 물건을 받아서 빠에야를 하는 식당은 우선 제외 시켰다. (나름 먹는거 따지는 사람이다.ㅋㅋㅋ) 그리고 일반적으로 하는 빠에야는 가격이 좀 비쌌지만 들어가서 물어보면 언제나 같은 대답. 저희는 2인분 이상 시켜야 빠에야 주문이 가능합니다. 헉…. 두명이상이어야 빠베야가 가능하단다. 그래서 나는 필사적으로 빠에야를 같이 먹을만한 사람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발렌시아는 유명하지 않은 도시어서 그런지 한국사람은 둘째치고 동양인은 보이지도 않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나 혼자라도 2인분 한번 시켜볼껄 그랬나 하는 후회는 든다. 결국 나는 여행떠나기 전날 마드리드에서 빠에야를 맛보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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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성당.

역시나 도시 중심건물은 대성당이다. 발렌시아의 대성당은 고딕양식의 큰 성당이 있고 그 뒤에 바로코 양식의 좀 작은 성당이 있다. 아침일찍 찾아가서 그런지(그래도 9시 좀 넘은 시각이다.) 미사준비를 하고 있었고 성당의 입장료는 무료였다. 원래 스페인 대성당들은 미사시간이 있는 아침과 저녁시간은 신자들을 위해 공짜로 입장이 가능하다. 그러니 다들 아침일찍 일어나서 미리 준비하고 성당 미사시간에 맞추어 들어가면 입장료라도 아낄 수 있으니 참고 하시길.

내가 오히려 관심있게 본 성당은 대성당이 아니라 그 뒤에 있던 바로크 양식의 성당이었다. 성당=고딕 이라는 스페인의 법칙을 벗어나 오랜만에 바로크 양식의 성당을 봐서 그런지 오히려 우와~ 하면서 봤다. (물론 고딕성당이라도 외부 모습만 그렇지 내부 모습은 바로크에서 신고전주의 까지 양식은 다양하다.)

성당앞은 까페와 식당들이 많고 교통량이 많은 광장이므로 복잡했었다. 거기에 사람구경도 하고 쉬기도 하려고 광장 가운데 공원에 앉았다. 복숭아를 분수에서 씻어서 먹고 있었다. 근데 내 맞은편에 앉아 있던 자전거 여행 커플도 같이 복숭아를 꺼내서 먹기 시작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웃으면서 복숭아를 꼭 건배하듯이 살짝 들어올린다. 나도 웃으면서 응수해 주었다. 이런 사소한 여유가 스페인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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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카페, 레스토랑

내가 키예프에서 살다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스페인에는 정말 카페와 레스토랑이 많다. 먹는걸 좋아하는 민족인가 보다. 한국도 식당 많기로는 지지 않는 나라이지만 스페인도 한집 건너 식당이나 카페, 맥주집이다. (카페와 맥주집의 경계가 좀 모호하다만.) 내가 점심으로 항상 먹는 보카디요도 주로 카페에서 맥주와 함께 먹었다. 여유있게 노천 카페에서 수다를 떨면서 커피를 마시거나 식당에서 진지한 대화를 나누면서 밥을 먹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나같이 돈없이 다니는 극빈자 여행객은 그림의 떡일지라도 (식당에서 그렇게 먹으면 돈이 후덜덜이라…) 한번쯤 해볼만한 일인거 같다. 우리 흔히 생각하는 ‘유러피언’ 이라는 말에는 저 모습도 들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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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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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예술과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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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있는 사진들은 발렌시아의 야심작 예술 과학센터이다. 발렌시아의 구시가지에서 볼것들을 다 보고 이제 뭐할까 하고 지도를 폈는데 이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거리상 크게 멀지 않을 것 같아서 슬슬 걸어갔는데 한 20분을 걸었을까 저 멀리 우주적인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와!’ 하면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한 낮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면서 하얀벽들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돌들로 지어진 구시가지에서 있었는데 갑자기 우주로 날라와 버린 느낌이었다. 정말 과거와 미래가 현대에서 만나고 있었다. 이 건물을 디자인 한 사람은 누구일까. 집에 도착해서 검색해보니 스페인의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의 작품이었다. 인터넷에서 이사람의 작품을 보고 있으려니 가우디의 후계자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비슷한 보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우디가 좀더 단순화 되었다고 할까.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칼라트라바의 성 요한 성당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을것이다. 정말이지 이런 초현실적인 건물들은 도심에 지을 결정을 한 발렌시아 시청에 무한한 존경을 표한다.

초현실 하니까 생각나는데 스페인의 예술가들은 언제나 항상 앞서 나간 사람들이 많았다. 엘그레코가 그랬고 고야도 그랬다. 살바도르 달리도 있고 음. 피카소 역시 스페인 태생이다. 건축에서는 역시나 가우디. 그리고 앞서 말한 칼라트라바가 있겠다. 다들 자신들의 분야에서 새로운 장을 연 사람들이다. 문화계의 콜럼버스라고 할까. 이렇게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들 덕분에 스페인인이 3대 관광대국으로 꼽히는 원천이 되는것이다.

 

스페인의 다른 도시 빌바오에서도 잘 알 수 있듯이 앞으로 몇년안에 사람들이 발렌시아를 찾는 이유가 빠에야를 먹기나 축구보기 등이 아닌 이 건물을 보기 위해서 올 것이라는 데에 내 손목과 전재산( ‘-‘ 통장?^^)을 건다. (응?) 주력산업이 다른 나라에 밀리면서 쇠퇴해가는 빌바오를 관광객이 넘치는 도시로 바꾼건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구겐하임 미술관 덕분이었다. 과거 도시들의 상징과 자부심을 나타내는 것이 대성당 이었다면 현대에서는 이런 문화센터와 공공건물들이 그 도시의 힘을 보여주고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난 믿는다.

이런 멋진 건물앞에서 서면 항상 생각하는게 왜 이런 건축작품들이 한국에는 없을까 하는것이다. 한국을 소개하는 (주로 정부에서 나오는) 책자들을보면 꼭 나오는 말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이라는 수식어이다. 도대체 어딜 봐서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져있다는 것일까? 한국에서 전통은 이미 깔아뭉개 버린지 오래이고 현대적인것은 따라가기 버거운데. 20-30층 짜리 닭장 아파트 옆에 옛날 궁궐하나 있으면 전통하고 현대가 어우러져있는 건가? 자하 하디드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안에 옛 서울 성벽구간을 복원하는 건 전통과 현대를 어울리게 하는 게 아니라 상극을 붙여놓는 거란 말이다 이 공무원들아. 하긴, 나름대로 잘 포장을 하면 잘 될것 같기도 하다마는….  근데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예술가에게 맡겨놓을 일을 공무원들이 처리하는 한국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다.)

나는 내나라 한국이 절대 이런것을 지을 수 없는 약한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근데 한국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다른 선진국들도 다 가지고 있는데 왜 한국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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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 해변가를 말타고 순찰도는 경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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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15일 수요일

키.더.태(그라나다)

(천재: 이슬람 장인들)

1) 새벽 도착.

세비야에서 그라나다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제일 늦게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그라나다에 왔도 도착한 시간이 새벽 3시 경이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때 날짜를 하루 늦게 검색해 볼 껄 하는 생각이 든다. 즉 12일날 떠나는 버스를 검색하면 12일 밤 12시 까지 나오는데 만약에 13일 것을 검색을 했으면 새벽 2-3시쯤 출발하는 버스를 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그래도 알함브라 궁전을 보기위해서 일지감치 줄을 서서 기다린다는 말을 듣고 왔으므로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궁전으로 가기로 했다. 이번에도 문닫은 관광안내소에서 운좋게 버려진 지도를 득템하고 알함브라 궁전을 향에 슬슬 걸어갔다. 새벽 3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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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 궁전을 들어가기 위해 줄서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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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코인락커.

출발할때 어깨에 매고 있는 베낭의 무게를 재 보니 약 5.5킬로 정도 된다. 많이 않은 무게지만 이것을 메고 하루종일 걸으면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나는 이번에도 이 베낭을 지고 그라나다 버스터미널에서 알함브라 까지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 왜 이걸 버스터미널에 있는 코인락커에 안맡겨 둔거지? 그 생각을 했을 때 이미 나는 약 30이상을 걸은 상태였고 다시 돌아가기 싫었다. 어차피 버스터미널에서 다시 버스타고 발렌시아로 넘어갈것인데. 참 생각이 짧았다. 그리고 내 어께는 다시 고생길에 올랐다. 발렌시아에서는 반드시 코인락커에 베낭을 넣고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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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밤중에 도시 다니기.

늦은 밤에 외지의 도시를 돌아다니는 것은 어느 도시건 가이드북에서는 하지 말아야 할 짓으로 평가 받는다. 그건 사실이다. 주로 범죄는 밤에 생기니까. 그리고 밤에는 낮만큼 빠른 대처를 할 수 도 있는 것도 아니고. 근데 오히려 새벽 3-4시는 범죄자들도 잠자는 시간이어서 다니는데 위험 같은건 느껴지지 않았다. 거리에 사람이 있어야 위험을 느끼지. 길을 가다 어떤 병원 입구에서 담배피고 있던 사람들에게, 나는 드디어 만난 사람이 반가워서 길을 물어보려는데 내가 다가가자 오히려 흠짓 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저 힘없는 길잃은 여행객임을 알자 스페인인 특유의 친절함으로 내 지도를 펼치고 여기서 알함브라를 가는 가장 가까운 길을 “스페인어”로 상세하게 알려주셨다. 

처음에는 길을 잘못들어 시 외곽쪽으로 빠지는 길로 갔다가 헉 하고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결국에는 시 중심가를 지나서 알함브라를 향하는 산으로 제대로 가기 시작했다. 근데 이미 난 이때 시 중심을 지나면서 그라나다에서 봐야 할 것들을 다 보고 말았다. 결국 이 도시에는 남은건 알함브라 밖에 안남은건가. 그렇게 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가는데 광장 벤치에 흰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누워있었다. 누가 봐도 관광객. 옆으로 누워 자고 있었다. 광장 한 구석에서 노숙을 하는 저 대인배 여행객은 누구일까 엄청난 궁금증이 생겼지만 차마 다가서지 못하고 나는 알함브라궁을 향해 산을 올라갔다.

알함브라는 산에 위치해 있다. 언덕이 아니라 산이다. 절대 이 산을 가볍에 여기지 말길 빈다. 정말 힘든산이다. 더군다나 베낭을 짊어지고 간다면. 낮에 보니까 거기까지 버스도 다니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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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번째.

땀을 비오듯 흘리며 알함브라 티켓 판매소에 도착했다. 놀랍게도 이미 도착한 2명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알함브라의 인기를 실감했다. 그래도 ‘았싸 3빠!’ 하면서 벤치에 앉았다. 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왔다. 베낭을 베게삼아 잠깐 잠을 잤다. 멀리서 사람 소리가 들린다. 지금 시간은 5시가 안됬는데 벌써 사람들이 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알함브라 궁전 직원들이 정문 앞을 물청소 하기 시작했다. 호스로 물을 뿌리고 지나가자 갑자기 기온이 쑥 내려간다. 으스스해 팔로 몸을 비비면서 일어났다. 사람들이 은근히 모여있었다. 나는 당당하게 내가 3번째요! 하고 외치며 앞에 있던 사람들을 제치고 매표소 앞으로 나갔다. 다들 나를 봤었는지 말없이 비켜준다. 일찍 온 보람이 있다. 몸은 피곤하지만.

이제 표를 판매하는 시간인 8시 반이 가까워 왔다 다는 뒤를 돌아보았다. 헉! 벌써 줄이 끝이 안보일 정도로 많이 서 있었다. 잘난것도 없지만 그냥 씩 하고 미소가 났다. ㅎㅎㅎㅎㅎ 난 세번째다…….

(추가적으로 정보를 드리자면 알함브라 궁전은 자기가 관람할 시간을 인터넷으로 예매 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무식하게 오지 말고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오세요. 그게 표도 확실하게 있고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일정부분은 저처럼 바로 오는 사람들을 위해 그날그날 판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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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 알함브라다!

  표에는 제일 중요한 나자리스 궁에 들어가는 시간이 표시되어 있다. 정해진 시간은 겨우 30여분. 그것도 베낭을 알함브라 코인라커에 두느라 5분이나 깍아 먹었다. 아 피같은 시간. (결론적으로는 들어가는 입장시간은 체크해도 나가는 입장시간은 체크 하지 않았다.-_-.. 아침이라 그랬던건가.)

우선 이번 여행에서 알함브라가 차지하는 위치는 지대했었다고 확실하게 해두고 싶다. 알함브라는 내가 가장 기대를 하고 있었던 관광지였다. 얼마나 아름답길래  많은 예술가들이 알함브라에서 영감을 얻었는지, 얼마나 화려하길래 스페인 왕이 자신의 궁으로 쓰게 했는지 내 눈으로 확인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루트를 정할 때 그라나다와 바르셀로나는 내 방문 일순위의 도시였다. 나는 두개의 다른 문화가 만나는 것에 많은 감동을 느끼는 사람이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문화가 만났을 때의 화학적 반응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렇게 큰 기대와 함께 준비도 많이 했었다.

그라나다는 이베리아 반도의 마지막 이슬람 왕국의 수도였다. 그리고 스페인에서 이베리아 반도를 정복하려는 움직임에 평화롭게 그라나다를 스페인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알함브라는 스페인왕의 왕궁으로 쓰이게 되었다. 근데 궁금한건 그럼 거기 살고 있던 이슬람인들은 어디로 간거지? 북아프리카로 갔으려나? 아니면 개종을 하고 남아있었을까? 인터넷을 찾아봐도 그라나다 왕국이 나라를 넘겨주고 어디로 갔는지에 대해 찾을 수 가 없었다. 아시는분 계시나요?

여튼 나는 드디어 떨리는 마음으로 알함브라 궁에 들어갔다. 와! 탄성이 절로 나왔다. 돌과 나무를 천이나 레이스 다루듯이 조각해논 이슬람 장인들의 실력에 놀랐다. 종류석 같이 꾸며놓은 천장, 벌집처럼 조밀조밀 조각해 놓은 벽과 기둥. 그 화려한 모습에 넉이 나간채로 있었다. 그리고 나자리스 궁의 하이라이트! 사자분수가 있는 정원으로 갔은데. 헉. 공사중이었다. 난 이 사자분수와 정원을 보고 싶어서 알함브라로 간거였는데 난데 없이 공사중이란다. 아. 슬프다. 사자분수만 따로 박물관에서 전시를 한다는데 아쉽게도 월요일은 박물관 휴일이란다. (스페인의 대다수 박물관들은 월요일 휴일입니다. 참고하시길) 결국 나는 조형미 넘치는 사자분수 정원은 보지 못하고 아쉽게 나자리스 궁을 빠져나와야 했다. 은근한 시간의 압박. 워낙에 아침일찍 가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사진찍기는 좋았다.

알함브라는 사실 내가 너무 기대가 컸던 만큼 모든것을 채워주지는 못했다. 아니 어떻게 말하면 실망했다고 해도 될것이다. 세비야의 알카자르와 많이 흡사해서 이미 면역이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역시 여행의 불변의 진리,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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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제 뭐하지?

알함브라에서 최대한 늦게 나왔다. 안에서 일본인 단체관광객 인척도 해 보고 정원 가꾸는 것 때문에 잠깐 열어둔 길로 들어갔다가 헤메서 관리인이 길 다시 가리켜주기도 했다. 이렇게 한참을 놀다가 결국 나를 알함브라에서 나오게 한건 배고픔 이었다. 먹은것도 없이 물만 마시고 새벽 3시서 부터 1시 까지 알함브라에 있었으니 알만하지 않겠는가.

결국 나는 배가고파서 알함브라에서 나왔다. 다시 산을 내려가 시내 중심광장에 갔다. 내 사랑 보카디요와 맥주로 점심을 먹고 다시 주요관광지들을 돌아다녔다. 제일 먼저 들어간 곳은 대성당. 모든 스페인 도시들이 그렇듯 그라나다에도 큰 대성당이 있다. 근데 스페인에 있는 대성당 치고 흔하지 않은 바로크 양식의 성당이었다. 그리고 광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하고 이리저리 옷가게에서 옷구경도 하고 사람들 구경도 하고 돌다다니니 이미 나는 그라나다에서 해야 할 것은 다 한거 같다. 이제 뭐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머리를 써도 밤 늦게 출발하는 발렌시아 버스때 까지 할 일이 없었다. 날은 덥고 할일은 없고 가방은 무겁고 심심하고. 역시 당일코스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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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6일 월요일

키.더.태 (세비야)

(천재: 이사벨라 여왕과 콜럼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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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대성당의 종탑-히랄다 탑)

1)데자뷰

리스본에서 저녁에 출발해서 세비야에 도착한 것은 약 새벽 5시 경이었다. 그리고 숙소를 찾으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마침 역무원에게 이 주변에 숙소가 많은 지역을 물어보려는데 한 여자분도 숙소를 찾고 있다고 해서 같이 다니게 되었다. 처음에는 스페인어 비슷하게 하길래 스페인 사람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탈리아인. 그래서 내가 이탈리아어로 ‘저는 요즘 취미로 이탈리아어 배우고 있어요.’ 했더니 말 못한 귀신이 붙어 먹었는지 미친듯이 이탈리아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어이구~ 머리가 아찔해진 나는 아주 기초레벨이라고 해 주었더니 다시 영어로 돌아와 잠잠해 졌다. 난 그 순간 반지의 제왕 1편에서 절대반지를 본 갈라드리엘 여왕이 생각났다…….

그 여자는 같이 한 3개정도 알아보고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먼저 역 쪽으로 갔다. 나는 혼자 남아서 더 죽~ 찾아다녔다. (사실 이때는 몰랐지만 숙소 찾는동안 세비야에서 볼만한 것은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리고 결국 20유로에 옥탑방에 머물기로 했다. 옥탑방이라 엄청 더울 것이라고 생각됬지만 방에 에어컨이 달려 있어서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주인은 영어는 숫자 밖에 모르는 남미스런 얼굴의 아저씨. 방은 약 3평 남짓한 크기에 화장실(문 밖에 있었지만 옥상에는 나밖에 없어서 전용이었다.)이 딸려있었고 안에는 주황색과 노란색 위주로 인테리어 해 놓았다. 벽 한곳에는 창문이 나 있어서 옥상이 보였고 붉은색의 커튼이 쳐져 있었다. 짐을 정리하고 풀어 놓는데 문득 이 방에 와 본듯한 생각이 들었다. 어허~ 데자뷰 현상이군. 그리고 내가 이걸 언제 봤었나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생각해 낸 것은 꿈. 나는 원래 꿈을 잘 안꾸는데 (정확하게는 기억을 못하는데) 꿈을 꾸게되면 거의 대부분이 실제로 있게 되는 것이 많았다. 이번 경우에도 마찬가지. 내가 꿈에서 기억하는것은 노란색과 주황색이 많이 들어간 방. 침대. 작은 창문하나. 동남아 사람같은(그때 봐서는 동남아 사람으로 생각했지만 여기 와서 보니까 남미계 였다.) 아저씨 한명. 빨래들이 널려 있는 옥상. 등이었다. 그리고 생각나는 장면은 커튼을 젔히자 옥상에서 무엇인가 하던(아마 빨래를 널고 있었던 듯) 이 동남아 아저씨가 나를 향해 환한 미소를 보내고 나는 순간 놀라서 떫떠름한 미소를 지으며 눈인사를 하고 다시 커튼을 치는 장면이 기억났다. 이 기억때문에 나는 그 숙소에 머무는 동안 커튼을 졌힌적이 없다. 근데 나는 이미 스페인에 오게 될 것을 알고 있었던건가. 그리고 세비야에 와서 이곳에 머무를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건가. 이리저리 데자뷰 현상은 신기한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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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대성당의 서쪽 문과 내부)

2)인종과 식민지

스페인에는 다양한 인종들이 살고 있다. 몇시간이면 지구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날라가는 시대에 인종과 국적이 무슨 대수냐고 하겠지만 스페인에는 특히나 외국인들이 다른 스페인인들과 함께 공존하며 살고 있었다. 특히나 현지에 뿌리내리고 사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다른 나라에서 여행온 사람들 이겠지 할 분도 있겠지만 엄연히 수년간을 스페인에서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괜히 ‘현지인 포스’라는게 있는게 아니다. 내가 한 나라에서 얼마나 오래 살아왔는가는 본인은 모를 수도 있지만 티가 다 난다. 그런 의미에서 스페인에는 외국인들이 많다. 우선 스페인이 과거 식민지들을 많이 지배해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과거 일에 대한 사과일까 외국인들에게 노동법이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비교적 용이하다.

우선은 남미계 사람들이 많다. 스페인의 주요 식민지 였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우선 남미인들에게 스페인은 본국보다 급여도 많고 말도 쉽게 통하는 나라이니 여유가 있다면 이주해서 살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구멍가게들을 차지한 중국계인들. 이 사람들은 정말 골목골목 잘도 들어가서 구멍가게들을 경영하고 있다. 그리고 스페인사람보다는 부지런 해서 몇시간 더 일찍 열고 일반 가게들은 문 닫는 주말에도 문을 열고 시에스타도 없이 하루종일 일한다. 물론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편하고 고맙다. (그래서 물건값은 더 비싸지만) 중국인들이 놀기 좋아하는 스페인 사람들의 일을 대신 하고 있었다. 스페인 사람들은 쉴 때 일하는 중국인들. 과거 기독교 인들이 금융업(고리대금업)을 교리상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안할 때 대신 유대인들이 하던 것이 매치된다. 이제 몇백년 후면 유통업계에 중국계 로스차이드 가문이 생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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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랄다 탑에서 찍은 투우장)

3)세비야 대성당.

세비야에 있는 대성당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성당으로 알려져 있다. 안에 들어가면 그 키기와 높이도 높이이지만 우선 그 건물을 받치고 있는 기둥들의 거대함에 놀란다. 그리고 약간 어두운 듯한 분위기에 곳곳에 새겨진 장식들과 제단은 입을 벌리고 수초를 바라보게 할 정도로 화려하고 멋지다. 특히 세비야 대성당은 지붕이 아름다운데 고딕양식과 아랍적인 양식이 잘 어울려져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이 큰 대성당을 눈부실 정도로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한 과거 장인들의 노력에 눈물나도록 고마웠다. 대성당의 외적 특징으로는 정면 파사드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일반 적인 고딕성당처럼 아 여기가 정면이구나 하는 파사드가 없다. 아마도 처음 완공 이후에 추가적으로 공사와 개축을 많이 해서 그런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밖에서 보면 여기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성당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안에 들어가면 별세계가 펼쳐 있다.

  성당의 화려한 파이프오르간과 제대(황금의 방)를 바라보며 든 생각. 이렇게 성당을 지어 대니 종교분열이 일어나지. 라는 생각. 우선 나는 가톨릭 신자로서 지금 발언이 그닥 올바른 생각이라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성당(물론 크기는 여러가지이다만 장식성에 있어서는 유럽 도시마다 하나씩 있는 대성당(cathedral)들은 다들 뛰어난 걸작들이다.)들이 도시마다 있다. 그런 성당을 짓는데 드는 돈이 얼마가 들어가겠는가.(ㅎㅎㅎ 예수님의 발에 부어진 향유의 값을 생각하는 유다의 마음이군.) 신께 최고를 드리는 건 종교적 인간의 당연한 습성이다. 그리고 그 후손들은 대성당의 입장료로 사람당 2유로(학생활인)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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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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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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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투우

스페인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투우이다. 얼마나 멋있는 장면인가! 성난 검은 황소앞에 태연히 맞서 싸우는 투우사의 모습. 황소라는 커다란 괴물앞에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 난 그런 스페인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투우가 유명한 도시는 마드리드와 세비야이다. 그리고 스페인 내 에서도 동물애호가들의 지랄맞은 시위와 활동 덕분에 수백년을 내려온 멋있는 문화유산을 법적으로 금지시키고 있다는 소식에 더욱이 투우가 보고 싶었다. 나 내일 밥을 한끼 굷을지라도 오늘 투우를 보겠다는 신념으로 투우장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기 위해 관광오피스에 들렸다.

- 저기요 투우를 보려면 어떻게 해야하죠?

- 투우는 9월서부터 시작합니다.

- 네.

그리고 나는 그냥 황금의 탑을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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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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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오페라

세비야는 이상하게도 여러 오페라의 무대가 되는 도시이다. 내가 알고 있는것만 해도 세빌리아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 돈 지오반니, 카르멘, 피델리오가 있다. 왜 그럴까 하면서 여행중에 자주 봤지만 알 수 없다. 왜 하필 세빌리아 였을까? 그것도 다양한 작곡가들의 여러 스토리를 가지고 만들어 내는데 왜 하필 세비야 였을까? 궁금증만 엄청나게 키워났다. 누가 아는 사람 없나요? 그리고 반대로 오페라를 세비야에서 진짜 장소에서 해보는것도 신선할듯.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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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광장)

6) 비닐봉지

여행다니는 동안 어쩔 수 없이 비닐봉지를 많이 가지고 다니게 된다. 아침에 호텔을 나와서 가까운 수퍼에서 물 한통과 아침으로 먹을 샌드위치와 중간에 출출하고 목마를때 먹을 과일(스페인에서는 주로 복숭아)를 사면 항상 비닐봉지에 넣어서 가지고 다닌다. 안그래도 누적된 피곤과 잘 싰지 못한 꼬질꼬질 함이 묻어 있는 여행객인데 거기에 덜렁덜렁 비닐봉지까지 들고 다니면 참… 내가봐도… 거지상이다……. 이게 비닐 봉지의 매력이다. 누구나 평등하게 거지로 만들어 주는.ㅋㅋㅋ 그래도 그 편함에 쉽게 바꾸기 힘들다. 중간에 다 쓰면 쓰레기통에 휙 하면 끝나는 봉지. 아무래도 다음여행때는 보조가방을 좀 큰걸로 들고 다녀야 겠다. 1.5리터 물 한병은 쉽게 들어갈 만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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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엑스포당시 지어진 건물이라는데 용도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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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한 모습의 Pa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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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우장과 투우사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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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솜브레로

솜브레로는 모자의 일종이다. 한국에서는 페도라, 중절모자 라고 많이 쓰인다. 스페인에 가면 이 솜브레로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왠지 모를 스타일리시 함과 간지를 풍겨준다. (그래서 나도 예전부터 사고 싶어 하기도 했고 스페인에 온 김에 마드리드에서 싸게 하나 장만했다.^^) 사실 솜브레로는 일반 캡보다 햇빛을 가려주는 역활도 적고 모자 자체가 살짝 머리에 언듯이 쓰는 모자다 보니 바람만 쉭 불어도 날라간다. 그런 불편함에도 솜브레로는 스페인에서 사랑받는 모자이다. 가격도 장인들이 만들면 (장인들이 만들면 뭐는 안비싸겠느냐만) 하나에 50유로 이상은 줘야 살 수 있다. 물론 브랜드 없는 중국산이야 5유로 정도로 판매되고 있다. 스페인에 여행온 대부분의 여행객들도 이 솜브레로 하나씩은 장만해 가는 상품인지 기념품 상점에도 꼭 있는 것이 이 솜브레로이다. 다양한 디자인과 모양이 있으니 여행을 가시는 분, 특히 남자분 들은 하나씩 장만해 가시길. (왜 갑자기 광고글이 되어 버린것일까?) 어디가서 꿀리지 않는 간지와 스타일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이니. (나도 오디서 꿇리진 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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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에서 발견한 우크라이나의 맥주병…….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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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탑위의 사람들. 나도 저런 모습이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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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ville 01

 Seville 02